카페 한라산에서는
한라산에 오르며 떨군 사연들이 스며든
하도리 앞바다가 보인다
길 끝에 줄지어 선 채로
끊임없이 원을 그리는
커다란 시침 따라 흐르는 계절
그 아래로 변함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실린 조각난 기억들을
애써 이어 붙이지 않는다
계절은 어디로든 흘러가고
파도는 같은 자리로 밀려오고
기억들은 잠시라도 잊혀야 하니깐
바다와 산 그 사이
억새밭에, 돌담길 모퉁이에
눈길 머물던 곳곳에 숨어있다
무시로 고개 내밀
기억을 마주할 때
내가 살고 있을 계절이
내게 밀려오는 파도가
오늘처럼 커피 향과 어울리기를
카페한라산에서
산에 등을 기대고 바다를 바라보며
그날 피어오를 커피 향을 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