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라는 무거움이 '위스키'라는 트렌디함으로
지난 연말, 더현대서울의 한 팝업 매장에서 오픈런 현상(문이 열림과 동시에 뛰어가는 현상)이 나타났어요!
그런데 그렇게 뛰어가서 잡은 물건이 조금 독특한데요. 바로 한정판 싱글 몰트 '위스키' 컬렉션, 스페셜 릴리즈 2021이었거든요. 위스키 한 병을 사기 위해서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연말에 1시간 넘도록 줄을 섰던 거예요. 더욱 놀라웠던 점은 매장을 찾은 사람의 절반 이상이 2030 세대였다는 거죠.
혹시, 그날 하루만 우연히 그랬던 건 아닐까요?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아요. 작년 주류 시장은 이전의 주류 시장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줬거든요. 우선, 와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와인 수입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어요. 그리고 와인의 성장에 살짝 가려지면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위스키 수입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어요.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위스키의 성장 동력을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에서 찾았어요.
"술자리에서 유흥을 즐기며 마시는 술이었던 위스키가, 술자리를 금지하는 코로나19 덕분에 성장을 했다?" 조금 이상하죠? 물론, 코로나19는 초기까지만 해도 위스키 시장을 최악으로 몰고 갔어요. 유흥시장이 사라지면서 유명 위스키 브랜드들의 매출이 떨어졌고 구조조정이 거듭 됐거든요.
하지만 반대로, 위스키를 유흥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면서 위스키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지기 시작해요. 더 이상 위스키는 유흥을 즐기는 사람들의 술이 아니게 됐거든요. 사람들은 그때부터 위스키의 본질에 대해서 바라보게 되었고, 오랜 역사와 문화가 전해주는 독특한 향과 고유의 맛을 지닌 멋진 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거죠. 그렇게 젊은 층의 혼술, 홈술 트렌드를 타고 술을 제대로 즐기려는 욕망과 욕구가 위스키를 통해 표출되기 시작했어요.
여기에 더해 음료나 소다수, 물, 얼음과 같이 다양한 재료와 섞어 마시는 위스키의 특성이 젊은 층에게 위스키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어요. 새로운 기회를 잡은 업체들은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조합을 추천해주었고, 부담스러운 위스키를 조금 가볍게 만들어줄 레시피를 소개하며 위스키의 판매량을 늘려나갔죠.
위스키가 나에게 너무 강하고 부담스럽다면 위스키에 콜라 토닉워터, 소다수 등을 섞어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첫인상이 중요하니 부담 없이 시작하는 게 좋겠죠.
음료를 섞어 마시는 가장 유명한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위스키에 콜라를 타서 마시는 ‘위스키콕’, 위스키에 소다수를 섞어 마시는 ‘위스키하이볼’이죠. 위스키콕은 잭 대니얼에 콜라를 섞는 잭콕이 유명하죠. 위스키하이볼로는 근래 유행했던 산토리 가쿠 위스키에 소다수를 섞는 가쿠하이볼이 유명합니다.
음료와 섞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서 위스키를 알리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 있습니다. 청주, 맥주에 익숙했던 일본인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던 방법으로, 위스키에 얼음과 차가운 물을 섞어 마시는 ‘미즈와리’입니다.
<위스키 안내서> PART 3에서
많은 사람에게 위스키가 '양주'라 불리며 무겁고 가까이하기 어려운 술로 오랫동안 기억되었는데, 세월이 흘러 조금씩 가볍고 쉽고 가까운 술로 바뀌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스코틀랜드 속담에 그런 말이 있죠. "세상에 나쁜 위스키는 없다. 더 좋은 위스키만 있을 뿐."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더 좋은 위스키를 찾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어날까요?
‘어른의 술, 남성의 술’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다양한 감각으로 MZ 세대 취향까지도 저격하고 있는, 바야흐로 위스키의 시대입니다.
차분한 시간 속에서 천천히 즐겼던 위스키와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위스키에 푹 빠져 어느새 위스키에 진심이 되어버렸습니다. 위스키에는 깊고 그윽한 맛과 향, 그리고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위스키를 담아내는 위스키 병에도 독특한 멋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위스키를 마시다 보면 항상 궁금합니다. 지금 마시는 위스키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말이죠.
<위스키 안내서> 저자 '이야기고래'의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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