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 Oct 19. 2024

감정의 뿌리







감정은 우리가 살아온 시간과 경험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기쁨과 감사는 쉽게 받아들이지만
슬픔과 분노 같은 감정은 외면하고 싶어 진다.

우리 내면에 자리 잡은 감정의 뿌리는 어디서 왔을까?








1. 감정의 뿌리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은 단순하게 생겨난 게 아니다. 과거와 현재 경험과 기억이라는 뿌리에서 자라난다. 무심코 지나가는 말 한마디가 내 분노와 억울함을 건드릴 수도 있다. 그때의 감정은 그 순간에 발생한 게 아닌 이미 지나간 과거의 경험과 상처에 맞닿아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 작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 가족과의 관계, 잊고 지내던 상처들이 감정의 뿌리를 만들어낸다. 이 감정의 뿌리는 평소에는 우리의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다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표출되기도 한다.





내면의 긍정적인 감정들





2. 긍정적인 뿌리에서 자라나는 감정들

긍정적인 감정의 뿌리는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사랑, 안정감, 존중 같은 경험에서 서서히 자라난다. 누군가의 진심 어린 칭찬과 격려,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내 이루었던 성취감 같은 긍정적인 감정의 뿌리는 살면서 힘든 순간 우리를 지탱해 주고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우리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상황에서 어둡고 힘든 부분만을 보는 게 아닌 밝고 긍정적인 면을 볼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의 인생에 작은 버팀목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일상의 작은 순간에 느끼는 감정들이 단단한 긍정적인 뿌리를 만든다. 작은 위로와 감사, 작은 성취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우리가 불안하고 힘들 때 그것을 이겨내고 또다시 삶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한 감사와 사랑의 감정이라도 그것들이 쌓이면 삶의 중요한 버팀목이 되고 우리가 그 뿌리들을 통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다. 감정을 억누르는 대신 작은 순간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선택을 할 때 우리의 내면이 더욱 단단해지고 편안해진다. 그런 감정의 뿌리가 자란다면 나무는 나를 지탱해 주기도 하지만 타인의 삶에도 도움을 있는 존재가 된다.


내가 끝없는 좌절과 상실감에 시달릴 때 아주 작은 성공을 쌓는 것을 시도했었다. 보잘것없고 우스운 행동이라도 그냥 했고 하나씩 완성해 나갔다. 그렇게 우스운 성공이 쌓이다가 제법 봐줄 만한 성공이 쌓이고 시간이 지나니 남들이 보기에도 성취라고 할만한 것들이 쌓여갔다. 그때 받았던 모르는 이들의 응원과 격려가 고마운 힘이 되어주었다. 타인의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는 차가운 심장을 조금씩 녹이는 따뜻한 온기가 되어준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다정해지자. 작은 다정함이 한 사람의 내일을 밝게 비추고 그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으니까..





내면에 자리 잡은 부정적인 감정





3. 부정적인 뿌리에서 자라나는 감정들

우리는 모든 감정이 긍정적일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부정적인 감정의 뿌리는 종종 해결되지 않은 상처, 과거의 실패, 배신과 같은 경험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무의식 속에 조용히 잠복하고 있다가 특정한 자극이나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떠오른다.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감정은 어느 순간 거대한 나무처럼 깨어나 우리의 삶에 무겁게 자리한다.


부정적인 감정의 뿌리는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작은 자극에도 폭발적으로 표출된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한 마디의 말, 익숙한 풍경 속의 작은 디테일, 혹은 예상치 못한 냄새가 과거의 상처를 자극해 우리의 감정을 휘몰아치게 만들 수 있다. 그때 우리는 깨닫는다. 이 감정은 단순히 지금의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이미 오래전부터 무의식 속에 뿌리내려 있던 감정이 현재를 파고든 것임을...


굉장히 우울했던 어느 시기가 있었다. 아무런 방향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희미한 불빛 하나에 의지해 그저 앞으로 걸어가는 기분이었다. 그 시기에는 어떤 글을 써도 슬픔이 곳곳에 스며들었다. 감출 수 없었다.  이런 감정에 휘둘릴 때면 우리는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그 감정에 잠식당해 버린다. 이런 감정이 해소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일은 외면이 아닌 직면이다. 그 자체를 마주 볼 수 있어야 한다. 감정의 뿌리를 마주한다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이 과정은 진정한 치유와 성장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인정하고 그것이 우리의 일부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바라보는 순간 그 감정과 나 자신을 분리할 수 있고 우리의 내면을 더 자유롭게 한다. 직면하니 분리할 수 있었고 난 그렇게 길었던 어둠을 조금씩 걷어내기 시작했다..





감정의 양면성





4. 감정의 뿌리는 양면성을 지닌다.

긍정적인 감정의 뿌리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에너지를 공급하고 내 삶을 지탱해 주는 힘이 된다. 반면 부정적인 감정의 뿌리는 우리를 아프게 하고 지치게 해 때로는 무거운 짐처럼 우리를 주저앉게 만든다. 그러나 동시에 성장의 기회를 열어주기도 한다.


내가 성장하기로 결심한 건 긍정적인 감정 때문이 아니었다. 내게 있어 어둠을 박차고 나가기를 선언하게 만든 건 분노의 감정이었다. 그때의 긍정적 감정은 맨발로 뛰쳐나가 성큼성큼 나가기로 한 나를 지탱해 주는 힘이었다. 갓 태어난 사슴이 제자리에 서는 연습을 하듯 천천히 일어나 돌아보지 않고 걸었다. 나에게 있어 부정과 긍정은 왼쪽과 오른쪽 옆구리에서 든든하게 나를 받쳐준 목발 같은 존재였다.


부정적인 감정을 직면하는 건 어렵다. 그 과정에는 고통이 따른다. 고개를 돌려 보고 싶지 않지만 똑바로 봐야 한다. 어둠과 빛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닌 늘 함께 있어 서로의 존재를 알린다. 우리가 그 둘을 온전히 받아들여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순간 더 자유로운 내면을 갖게 된다.


슬픔의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휘청이게 만들 때 더 이상 억누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직면했다.  “그래, 지금 나는 슬프고 화가 난다. 그것도 괜찮다.” 그렇게 인정하는 순간 감정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졌다. 삶은 결코 긍정적인 감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둘은 서로를 보완하며 우리의 삶을 완성한다. 두 가지의 감정을 조화롭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부정적인 감정은 긍정적인 감정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고 긍정적인 감정은 부정적인 감정을 이겨낼 힘을 준다. 고통스러운 순간 속에서도 작은 기쁨을 발견할 수 있고 행복한 순간에도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는 슬픔을 이해하게 된다. 이 두 감정을 함께 품는 것은 단순히 마음을 열어두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나 자신과 더욱 깊이 만나는 길이기도 하다.





5. 감정의 뿌리를 건강하게 키우는 법

감정의 뿌리를 건강하게 키울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감정은 우리의 내면과 일상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감정을 돌보는 자신을 돌보는 것과 같다.


1)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그저 느껴지는 그대로의 상태로 인정받아야 한다. 모든 감정은 우리 삶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억누르면 언젠가 더 큰 파도가 돼서 나를 집어삼킬 수 있다. " 지금 나는 슬프고 화가 난다. "라고 말해보자.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느끼면 그 무게가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한다.


2) 긍정적인 뿌리 키우기

작은 감사와 친절이 모여 우리의 감정을 지탱해 주는 뿌리가 된다. 우리가 살면서 감사함을 느끼는 인생에 작은 씨앗을 심는 일과 같다. 일상의 사소한 모든 순간에서 감사를 발견할 있다. 지금 마시는 커피 한잔, 누군가의 배려, 또는 다정한 한마디, 일상의 모든 순간에 감사의 씨앗이 있다. 그렇게 하나하나 심은 씨앗은 땅속깊이 거대한 뿌리가 되어 우리 삶을 지탱해 줄 수 있다.


3) 부정적인 감정과 마주하기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감정을 마주하는 일은 고통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고통의 순간을 직면할 때 우리는 더 단단하고 유연한 내면을 갖게 된다.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읽어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모든 감정은 이유 없이 찾아오지 않는다. 감정 속에는 우리가 알아야 하는 문제와 성장으로 이어지는 길이 담겨 있다.


4)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나와 분리해서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감정은 그저 지나가는 구름처럼 우리의 일부일 뿐이다. 감정을 느끼는 나는 감정 그 자체가 아니다. 이렇게 스스로를 바라보는 연습은 내면의 안정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오늘 느끼는 감정이 나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5) 도움을 청하기

때로는 감정의 뿌리를 혼자서 찾아내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한 선택이다. 상담가나 치료사와의 대화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감정의 뿌리를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스스로를 돌보는 데 있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된 존재이고  때로는 타인의 손길을 빌려야 내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욱 단단해진다.


감정의 뿌리를 건강하게 키우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감정과 마주하고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일은 지속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감정을 돌보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자유롭고 더 단단한 내면을 만들어갈 수 있다. 삶은 긍정과 부정의 감정이 서로 어우러지며 완성된다. 우리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품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곧 진정한 성장을 이루는 길이다.





6. 감정의 뿌리와 함께 살아가기

감정의 뿌리는 우리가 지나온 시간과 기억, 경험 속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감정은 억누를수록 더 깊이 스며들고 외면할수록 우리를 따라다니며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그 뿌리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더 이상 나를 얽매지 않는다. 나는 그 감정에서 자유로워진다.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기도 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마음 한편에 남아있는 아픔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럴 때도 괜찮다. 그 감정을 억지로 지워내려 애쓰지 말고 그냥 그 자리에 두고 흘러가도록 두면 된다. 그러면 그대로 알아서 흘러간다. 예전의 나는 감정이 무겁게 느껴지면 빨리 지워내려 했지만 지금은 가만히 들여다본다. 감정은 흘러가도록 두면 스스로 길을 찾아간다.


때로는 아픈 기억 속에서 피어난 감정이 나를 흔들어 놓기도 하고 작은 기쁨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 감정의 뿌리를 만나게 된다. 어둠 안에도 빛이 있고 밝음 뒤에도 어둠이 있음을 기억하자.  감정은 우리 삶에 들고나는 바람같이 나를 흔든다.  그저 몸을 맡기고 지나가도록 허락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때가 있다. 그렇게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갈 때 우리는 더 편안해진다.







이제 나는 감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를 흔드는 감정조차 내 삶의 일부라는 걸 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감사의 나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