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복잡한 숲과 같다.
때로는 고요하고 평화롭지만
어느 순간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이 숲을 헤쳐 나가는 과정은
곧 우리 내면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여정이다.
숲에 들어서는 순간
감정은 단순하지 않다. 기쁨과 슬픔, 두려움과 설렘이 한데 엉켜 우리 마음을 숲처럼 복잡하게 만든다. 이 숲을 헤쳐나가는 여정은 마치 자신을 찾기 위한 탐험과도 같다. 숲 속에 들어서는 순간 처음엔 길이 보이지 않는다. 초록의 잎사귀들, 발밑의 바스락거리는 낙엽,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그 숲은 나를 반겨주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두렵게 한다.
어쩌면 우리의 감정도 이와 같다. 우리는 한 가지 감정만 느끼고 살 수 없으니까.. 복잡한 우리의 감정에는 고요와 불안이 공존하고 기쁨과 슬픔, 두려움과 설렘이 섞여있다. 뚜렷하게 하나로 떠오르는 감정이라기엔 서로가 물든 염색된 광목천처럼 색이 베여있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한 듯 하나의 감정에도 다른 감정이 비친다.
우리가 불안함을 느낄 때 기쁨이 스며들고 슬픔을 느낄 때 조용히 감사가 찾아오며 고요함에 미소 지을 때 내 안에 숨어있던 외로움이 존재를 알린다. 이 복잡한 감정의 숲 속에서 때로는 길을 잃고 헤매지만 길을 잃는 순간이야말로 진짜 여정이 시작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길을 잃는 경험이야말로 우리가 새로운 길을 찾게 되는 중요한 순간이기도 하다. 숲은 그렇게 우리에게 자신을 찾는 법을 가르친다. 낯설고 두려운 감정을 무시하지 말고 그 속을 탐험하며 새로운 나를 발견하도록 나를 인도한다.
예전엔 감정의 소용돌이가 시작되면 당황스럽고 고통스럽기도 했다. 다급하게 안정될 무언가를 찾거나 주저앉아 울기도 했다. 매번 달라지는 소용돌이에 이 순간이 멈추길 간절히 바랐다. 나는 이상하리만큼 예민해서 이런 소용돌이가 빈번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내 마음을 집착하듯 들여다봤는지도 모르겠다..
현재의 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낄 때 태풍의 한가운데서 우두커니 서 있는다. 물론 처음 시작되는 순간은 똑같이 괴롭다. 감정의 소용돌이가 시작되었을 때 그 순간 '컷'하는 영화 세트장처럼 드라마틱하게 나를 바꾸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건 누구나 겪는 혼란이다.
이미 시작되고 조금 지나면 나 스스로 인지한다. '시작되었구나..' 인지하기 시작하면 굳이 컨트롤하려 애쓰지 않는다. 그냥 우두커니 가만히 서있듯 내 안의 나는 가만히 제 자리를 지킨다. 눈으로 더듬듯 감정을 지켜보며 그 흐름을 관찰한다. 감정은 내가 아니다. 감정을 느끼는 내가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그러니 집착하지 않고 바라보며 그저 인지한다.
길을 잃어야 보이는 것들
숲에서는 길을 잃는 순간이 우리에게 필요한 때가 있다. 익숙함이 아닌 낯선 곳으로 들어서야 보이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감정도 똑같다. 우리는 종종 불편한 감정을 피하고 도망치려 하지만 그 감정을 마주하지 않고서는 결코 그 속에 담긴 진짜 의미를 발견할 수 없다. 숲에서 길을 잃는 건 두려운 순간이지만 그 순간 새로운 길을 발견하게 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지금껏 보지 못한 것을 보게 되는 순간이다.
내게는 불안이 그런 존재다. 나의 불편함은 불안이다. 불안함을 느끼는 이유는 그때마다 다르지만 불편하다는 건 모두 똑같다. 예전에 나는 묘한 불안이 올라오면 집중력이 다 깨지고 산만해지기 시작했다. 그 껄끄러운 감정을 어서 해치우고 싶어서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집중하기도 했다. 활자중독도 아니면서 그 순간의 감정을 애써 덮어버리고 싶어 그런 행동을 자주 했었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다른 이야기, 다른 이야기로 내 불안을 떠넘겼다. 그렇게 수많은 이야기에 나를 밀어 넣어 그 순간을 피해 다녔다.
하지만 불안이 올라올 때 우리가 해야 할 건 중요한 단서를 찾는 일이다. 이유 없이 불안이 올라올까? 그렇지 않다. 불안 속에 감추어진 숨겨진 메시지를 읽어낼 때 우리는 더 단단한 자신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감정의 숲에서 길을 잃는 경험은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불편한 감정에 직면하는 것은 어렵고 고통스럽지만 그것이야말로 성장의 문턱이다.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든다면 자신에게 속삭여주길..
' 이 순간이 진짜 나를 찾아가는 순간이야! 멈추어 생각하고 더 넓게 볼 수 있게 될 거야. 축하해! 가야 할 방향을 드디어 찾을 수 있어!'
나무와 나무 사이의 여백
숲의 매력은 나무와 나무 사이의 여백에 있다. 나무들이 촘촘하게 자라 있지만 그 사이에 생긴 작은 공간들이 숲을 숨 쉬게 만든다. 이 여백은 우리 감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감정을 겪는다. 기쁨과 슬픔, 분노와 두려움 같은 감정들이 끊임없이 밀려든다. 하지만 이 모든 감정을 한꺼번에 격렬하게 느끼는 것이 답은 아니다. 감정도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너무 가까이서 감정을 붙잡으려 할 때 우리는 오히려 그 감정에 압도된다. 한 걸음 물러서서 그 감정 사이의 여백을 느끼는 순간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을 얻게 되고 마음에 평온이 찾아온다.
감정과 감정 사이에 여백을 두는 건 나 자신에게도 쉼을 허락하는 일이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도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도 결국 마음을 지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감정을 편안하게 바라보며 여백을 주는 순간 그 감정이 나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감정은 그저 지나가는 바람일 뿐 머무르지 않고 흐르는 존재이다.
숲은 나무들 사이의 여백을 통해 숨을 쉰다.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다. 모든 감정을 하나하나 꽉 쥐고 있으려 하지 말고 그 감정들이 머물다 흘러갈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자.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숲
숲에는 항상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한쪽에서는 햇빛이 쏟아지지만 다른 쪽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깔려있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긍정적인 감정만을 느끼고 싶어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도 우리 삶의 일부이다. 그림자 없는 빛이 없듯 부정적인 감정이 없다면 긍정적인 감정의 소중함도 느낄 수 없다.
숲의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쏟아질 때 그 아래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조용히 깔려 있다. 마치 우리 내면의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처럼.. 감정의 숲에서는 빛과 그림자가 서로를 완성한다.
삶에서 느끼는 기쁨과 희망, 기대감, 따뜻함, 평범한 하루 속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행복들은 감정의 빛이다.
이 빛이 우리를 지탱해 주는 동안에도 감정의 숲 어딘가에서는 슬픔과 상실, 불안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 나는 이 양면성을 지독하게 겪었다. 현재도 감정의 빛과 그림자가 나를 끊임없이 오간다. 유독 이 감각이 예민하다. 기질적으로 나의 감정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에도 영향을 많이 받았었다. 내 감정이 아닌 것까지 뒤집어쓰고 내 것인 줄 알고 허덕이던 과거가 있었다. 타인의 감정은 내가 돌볼 수 없는 영역임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내 감정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 감정들을 하나씩 분리한다. 내 감정에만 집중해서 관찰하고 내 안에서 또 분리한다. 긍정의 감정에는 감사를 느끼고 부정적인 불안이나 기타 다른 감정은 그 안에 있는 숨겨진 의미를 찾는 과정을 거친다. 이유를 찾으면 내 안에서 흘려보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은 무언가를 깨닫게 하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숨겨진 의미를 찾는 과정이 중요한 성장의 단서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원치 않는 순간에 불쑥 찾아오는 그림자들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고 종종 길을 잃게 하지만 그 그림자 속에는 새로운 길이 숨겨져 있다. 그림자는 우리에게 불편함과 고통을 주지만 동시에 성장을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된다. 무언가를 깨닫게 하고 더 단단한 나로 거듭나도록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빛과 그림자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숲처럼 우리의 감정도 그저 흘러가게 두면 된다.
숲의 끝에서 만나는 나
감정의 숲은 끝이 없다. 우리는 평생을 감정의 숲을 헤매며 살아간다. 중요한 건 그 숲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느냐이다. 숲은 길을 잃게도 하고 길을 찾게도 한다. 숲 속의 나무와 꽃, 여백은 모두 내 삶의 일부이다.
감정의 숲은 우리를 가르친다. 어떤 감정도 억누르지 말고, 그저 스쳐 지나가도록 허락하라고...
이 숲을 사랑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감정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
감정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계속해서 피어오르고 사라진다. 우리는 그 과정 속에서 조금씩 자신을 더 이해하게 된다. 숲의 길이 멈추지 않듯 우리의 감정도 흐르기를 멈추지 않는다. 고통 속에서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도 우리는 여전히 숲 속의 나를 향해 가는 중이다. 매일의 감정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해주고 있다. 오늘의 기쁨이 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오늘 느낀 불안은 어디에서 왔는지 그런 감정들이 내 삶을 어떻게 이끌어가는지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숲의 끝에서 만나는 ‘나’는 더 이상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나이다.
감정을 억누르지도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흘러가게 두며 함께 걸어가는 나..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으면서도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읽어낼 줄 아는 나...
결국 나 자신을 만나는 여정이다.
숲 속을 걸을 때는 속도를 줄이고 잠시 멈추는 법을 알아야 한다. 감정의 무게가 너무 버거울 때는 잠시 내려놓고 숨을 고르는 것도 필요하다. 숲의 작은 공터에 앉아 고요히 바람 소리를 들으며 쉬어가는 것처럼...
감정은 우리가 쉬는 동안에도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간다. 억누르려 할수록 더 거세게 몰아치지만 그 흐름에 몸을 맡기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흘러가 버린다.
숲 속에서 길을 잃는 순간조차
내가 가야 할 길의 일부임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더 이상 이 길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감정과 함께 걷는 이 여정이 곧 내 삶이니까...
중요한 것은 계속 걸어간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