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머물다 가는
Nomadland
이상하게 눈물나게 만드는 영화다.
너무 익숙한 정서 - 미국 영화가 이렇게 내 정서를 관통하다니... 오히려 기생충은 낯설기 기법을 쓴 것처럼 느껴진 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누군가 내게 '삶이란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표현하고 싶은 정서를 그려낸 것만 같다. 그것은 슬픔만도, 길위의 자유와 고독, 그리고 가끔의 소통만도 아닌... 주인공 펀의 눈빛 같은 거. 집을 뒤로 하고 길위에 홀로 나서는 발걸음 같은 거. 상실을 꿰뚫는 황야위의 길 같은 거. 그 길 저너머로 보이는 구름낀 산등어리 같은 거. 언젠가 아무도 없는 황야의 길을 운전해가던 그때 느낀 절대고독과 경이로움, 편안함이 공존하던 그 이상한 느낌 같은 거. 그 어떤 인간관계도 따뜻한 집도 관계도 채워줄 수 없을 것 같은 우주의 구멍같은 상실감, 그런 거. 그런데도 그 길위의 절대고독안에서만 느끼는 편안함 같은 거. 달관과 슬픔이 과하지 않게 버무러진 그런 거.
그런 거.
내가 삶에 대해서 느끼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그런 정서...
마음이 먹먹하면서 눈물이 스르르.
여기서의 내 삶은 길위에서의 펀의 삶과 매우 비슷하구나...
가족들 친구친지들 모인 땡스기빙 식탁이 잠시나마는 정겹지만 곧 부산스럽고 낯설어 떠나고 싶은 그런 맘. 매우 미국적인 삶, 익숙한 표현들과 관계맺기의 방식, 그 모든 장면들이 익숙하게 다가오는 것을 보니 나도 여기서 오래 살았구나 싶기도 하고. 또 그 모든 것이 늘상 낯설어 혼자만의 공간으로 들어서는 내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길위에서 보는 광활한 자연이 내 눈에 익숙하다. 뭔가 하나의 표현으로,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정서와 함께. Drifting away I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