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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Oct 24. 2022

쿠바에서 코로나에 걸렸다!

저는.. 쿠바 병원에 감금당해 봤거든요...! (1)

코로나에 걸리기에 가장 최악의 장소는 어디일까? 단연코 해외. 병원비는 비싸고, 격리 비용은 호텔 값에 맞먹고, 먹고 싶은 한국 음식조차 구할 수 없는 해외일 것이다.      


그럼 대한민국을 제외한 해외 국가 중에서, 코로나에 걸리기에 가장 최악인 곳은 어디일까. 나는 쿠바가 아닐까 싶다. 일일 확진자가 100명도 채 되지 않는, 배달 앱조차도 없는,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 그런데 외국인 격리만큼은 확실하게 하는 쿠바에서 나는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코로나는 나를 잘도 피해 갔다. 한 번씩 열이 나거나 목이 아픈 적은 있었지만 자가 키트에서 항상 음성이 나왔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이미 코로나에 무증상으로 걸리고 나았겠거니 싶었다. 2022년이 시작되자 한국도, 캐나다도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회복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캐나다에서는 공항과 병원, 대중교통 등 특수한 공간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되었기에 지난 반년 동안 나는 마치 코로나가 없는 듯이 살아왔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쿠바에 도착한 후 반복적으로 목을 긁는 기침이 나고, 며칠이 지나자 함께 온 일행에게 38도가 넘는 열이 나는 것을 알았을 때에도 나는 이게 코로나일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특히 나는 기침 이외에는 인후통, 열, 설사, 근육통 등의 증상이 전혀 없었기에 그냥 가벼운 감기이겠거나 싶었다. 돌아보면 몬트리올 공항에서 환승을 할 때 추운 상태로 누워 잠들었던 이후부터 목이 이상했고, 고등학교 때부터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으면 습관성으로 기침을 하는 버릇이 있어 약간의 감기와 쿠바 여행에 대한 긴장감에 대한 증상인가 보다 넘겼다. 특히 아침과 저녁에만 심하고 낮에는 거의 증상이 없다시피 했기 때문에, 마스크만 착용하고 바라데로 호텔에서까지도 불편함 없이 실컷 먹고 즐길 수 있었다.      

그냥 감기인 줄만 알았던 내 기침 증상

문제는 함께 온 일행이었다. 내 첫 증상 발현이 4월 30일이었다면, 일행은 5월 2일 정도부터 목이 간지럽고 기침이 난다고 했다. 2일 저녁부터는 열이 오르기 시작해, 감기가 옮았나 싶어 타세놀을 하나씩 복용을 했다. 오한이 나다가 열이 오르고, 약을 먹으면 땀이 나고 열이 식는 것을 두 번 정도 반복했고, 에어컨이 없는 하바나 한가운데의 까사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열을 견뎠다. 그러다 의사이신 아버지에게 연락을 드렸는데, 성인이 열이 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3일 이상 지속되면 현지 병원을 가보라는 말씀을 듣고 일단은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5월 3일에는 아침 10시부터 하바나 구시가지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여행을 다녔는데, 2시 정도 되는 시점부터 일행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숨이 차고 열이 나고 몸에 힘이 빠진다고 했다. 놀란 마음에 바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고, 타세놀을 먹어 열을 내리려고 했다.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까사 주인 까를로스가 잘라주신 망고

그런데 문제는 남은 해열제가 더 이상 없었다는 것이었다. 설사약, 변비약, 파스, 심지어 타미플루에 체온계까지 전부 챙겨 왔는데, 약의 부피가 너무 커 짐을 챙길 때 마지막에 급하게 몇 가지를 뺐던 것이 생각났다. 너무 많이 가져왔다 싶은 파스와 밴드를 다른 가방에 넣고, 타세놀 한 통이 약봉투 안에 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남은 해열제를 뺀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결국 4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마지막 한 알을 복용하고, 그날 저녁 약국으로 약을 사러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쿠바를 소개하는 다른 글에도 적겠지만, 쿠바는 심각한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약을 구하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과거에 있었던 외국인 전용 약국은 코로나 이후로 관광객이 뚝 끊기면서 대부분 닫았고, ‘남미 사랑’ 카페에 글을 올려 찾은 곳이 외국인 전용 병원인 ‘Cira Garcia’였다. 숙소 주인이셨던 까를로스 아저씨도 같은 병원을 추천해 주셨기 때문에, 일단은 밖으로 나가 호텔 내부에 있다는 약국에 가 보고 안 된다면 추천받은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내가 머물렀던 하바나 구시가지의 거리

예상한 대로 외국인들이 약을 구매할 수 있는 약국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쿠바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많은 현지인들이 우리에게 말을 거는데, 그중 한 명에게 약국이 어디 있는지를 물어보니 ‘하바나 리브레’라는 호텔에 오직 외국인만 갈 수 있는 약국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사실 자기도 ‘파라세타몰’이라는 해열제가 있다면서, 잠시만 기다리면 가져오겠다고 했다. 그 남자는 3층 정도 되어 보이는 건물에서 누군가를 부르더니, 약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자기가 올라가 이미 몇 알 사용한 알약 몇 알을 가져와 보여주었다. 파란 알약은 그럴듯했지만 함부로 길거리에서 구한 약을 복용하는 것은 꺼림칙했고, 약을 포장하는 상자가 없어 유통기한도 확인할 수 없을뿐더러 돈을 얼마나 요구할지도 미지수라 일단은 약국에 가보겠다는 말로 에둘러 거절했다.


돈이 많은 외국인도 길에서 약을 구하고자 할 만큼, 쿠바엔 약도 물자도 모든 것이 부족했다.  

    

한참 우리를 쫓아다니며 약을 구하도록 도와준 이 청년은 결국 택시 기사를 연결해주고 떠났다. 쿠바에는 코코 택시라는, 코코넛 껍데기처럼 생긴 좌석 세 개를 뒤에 달고 가는 오토바이가 있다. 가격은 부르는 사람 마음대로인데, 대충 견적을 알려달라고 하고 반 값에서 2/3 가격 정도로 내려쳐서 타 오곤 했다. 약을 구하기 위한 우리의 선택지는 두 개였다. 하나는 이 청년이 알려준, 비교적 가까운 하바나 리브레 호텔에 가서 약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 하나는 6.5km 정도로 꽤 멀고 비싸지만 24시간 여는 Cira Garcia 병원에서 약을 받는 것. 하바나 리브레 호텔에 있는 약국은 5시에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조금 멀더라도 확실한 Cira Garcia로 향하기로 했다.     

코코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길

13분 정도 걸려 도착한 Cira Garcia는 한산했다. 왼쪽에는 약국, 오른쪽에는 병원이 있었는데, 약국에 가서 약만 구매할까 하다가 그래도 800페소나 택시비를 내고 여기 왔는데 진료를 받아보자 하고 마음을 먹었다. 병원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대기하는 사람도 없었고, 우리 앞에 한 사람이 막 진료를 마치고 나와 앉아 있었다. 앞에는 수술복처럼 생긴 초록색 가운을 입은 의사가 서 있었고, 간호사들도 옆에 있긴 했지만 딱히 바빠 보이진 않았다. 가져온 여권을 제출하고, 짧은 스페인어로 간단히 증상을 설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고작 해봤자 감기라고 생각했기에, ‘큰 문제는 아닐 것 같다’라는 말까지 덧붙일 여유까지도 있었다.      

Cira Garcia 병원의 입구

접수하는 곳 앞에는 작은 방이 있었는데, 일단 여기 앉아 있으라고 전달받아 5분 정도를 기다리니 간호사가 들어왔다. 쿠바에서는 어떤 검사를 할까 궁금해하던 차에, 간호사가 코로나 자가검진 키트를 들고 왔다.


이때, 처음으로 ‘아, 이게 코로나 증상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 코로나가 없듯이 살아와서, 증상을 설명하면서도 연관성을 바보같이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갑자기 심장이 엄청 뛰기 시작했다. 


일행의 코에서 검체 체취를 하고 용액을 키트에 떨어뜨리는 순간, 증상을 설명하며 ‘열, 기침, 목 아픔, 근육통’을 들었던 내 모습이 떠올랐고, 100% 코로나라는 직감이 스쳤다. 불안한 마음에 나도 추가적으로 여권을 제출하고 코로나 검사를 부탁드렸고, 할 수 있는 것은 서서히 번지는 두 개의 키트를 앞에 두고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예상대로 선명한 두 줄이 뜨고 나서 든 생각은 ‘와 진짜 큰일 났다...’


쿠바에서 코로나에 걸린 것이다. 말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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