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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Apr 29. 2024

40일간의 멕시코 일주 : 추천 여행 루트는? (上)

과달라하라부터 칸쿤까지, 멕시코 구석구석 돌아보기

1월부터 4월까지, 짧은 캐나다 한 학기를 마치고 나에게는 세 달간의 여유 시간이 남게 되었다. 이왕 아메리카 대륙에 왔으니 한국에서는 정말 가기 힘든 곳을 가보자 싶었고, 짧게 가기엔 아쉬운 곳을 고르고자 했다.


처음에는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페루 등을 다 포함해서 빡빡한 일정을 세웠지만 워낙에 변수가 많은 지역들이라 일정도 빠듯하고 위험 부담도 컸다. 중남미를 제대로 여행하려면 최소 6개월, 넉넉하게는 1년을 잡고 가야겠구나 싶었다. 바쁘게 돌아다니기보다는 한 나라를 여유롭고 진득하게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의 여행 취향과도 달랐다.


그렇게 해서 떠나게 된 나라는 멕시코!

국경 지역만 아니라면 관광지는 꽤 안전하고, 스페인어를 쓰기에 언어가 통하고, 무엇보다 음식이 맛있는 곳이라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지금껏 가본 어떤 나라보다도 거대한 자연이 있었고, 여유와 낭만이 가득했고, 지역마다 각양각색으로 아름다워 오래 머물러도 질리지 않는 곳이었다. 오히려 40일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기도 했다.


첫 번째 여행지 : 과달라하라 [4박 5일]

Day 1 : 숙소에 짐 풀고, 주변 마트에서 맛있는 과일 사 먹으며 멕시코에 적응하기
Day 2 : 과달라하라 시내 구경, 여행사에서 근교 투어 예약하기 (환전과 유심 개통)
Day 3 : 테킬라 마을 투어
Day 4 : 또날라 or 뜰라께빠께 여행
Day 5 : 다음 도시로 이동! 

멕시코 중서부 할리스코 주에 위치한 과달라하라는 멕시코시티 다음으로 큰 도시다. 캐나다에서 멕시코로 떠날 때에는 엄청나게 후덥지근한 날씨를 예상했지만, 도착해보니 과달라하라는 고산지대여서 오히려 선선했다. 타코 연대기에 나온 맛집도 많고, 나름 한국인들도 살고 있어서 한인 마트도 있다! 어딜 가든 맛있고 저렴한 빵들이 가득하기도 했다. 


과달라하라 도시 자체에는 볼거리가 그렇게 많지 않기에 보통은 또날라(Tonala), 뜰라께파께(Tlaquepaque), 떼낄라(Tequila)와 같은 근교로 당일치기 투어를 다녀온다. 떼낄라 마을이 바로 그 유명한 '테킬라' 술을 만드는 곳이다! 과달라하라에 있는 여러 여행사 중 아무 곳이나 가서 테킬라 투어를 예약하면, 봉고차를 타고 무한정 나오는 테킬라 술을 마시며 근교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테킬라 공장도 가고, 여러 종류의 테킬라를 시음해볼수도 있는 투어라 추천한다! 


또날라와 뜰라께빠께는 예술인 마을인데, 공예품과 도자기를 만드는 장인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이 정말 친절해서, 그냥 길을 걸어가다가 들른 집에서 도자기를 빚고 가마에 넣고 구울 준비를 하는 것까지 차례대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두 마을을 모두 갈 필요는 없고(느낌이 비슷해서), 하나만 간다면 또날라를 추천한다!


두 번째 여행지 : 과나후아또 [2박 3일]
Day 5 : 과나후아또 도착, 가벼운 마을 산책
Day 6 : 전망대 오르기, 중앙 광장에서 맛있는 식사를 즐기고 밤에는 까예호네아다 참여하기 
Day 7 : 다음 도시로 이동! 


내가 머물렀던 모든 멕시코 지역 중에, 단연컨대 가장 아름답고 환상적이었던 마을. 영화 '코코'의 배경이 된 곳으로, 산 중턱까지 알록달록한 작은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낮에도 밤에도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밤에는 '까예호네아다'라는 작은 행사가 열리는데, 20-30명 넘는 사람들과 함께 마을 곳곳을 춤추고 노래하며 돌아다닐 수 있다. 마지막에는 남자랑 여자랑 따로 나눠서 그룹을 지어 놓고, 남자에게만 꽃다발을 강매(?)해서 여자친구에게 선물하도록 하는 웃긴 투어다.


케이블카를 타고 높은 전망대에 올라가 봤던 노을과 야경도 정말 아름다웠고, 길에 서서 먹는 아이스크림과 타코도 맛있었다. 무엇보다 이 작은 마을이 주는 에너지와 사랑이 너무나도 좋았다! 이틀 정도만 머물러도 사실 모든 관광 스팟을 충분히 둘러볼 수 있긴 하지만, 나는 이 마을에 더 오래 머물지 않는다면 분명 후회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 2박을 더 연장해버렸다. 그리고 4일동안 내내 마을을 산책하고 돌아다니며 여유를 즐겼다!


세 번째 여행지 : 산 미겔 데 아옌데 [1박 2일]
Day 7 : 중앙 광장 산책하기, 마을 둘러보기 
Day 8 : 다음 도시로 이동! 

이 도시에 가기로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꼽혔기 때문이다. 과나후아또와 가까워서 보통은 당일치기로 간다고 했는데, 나는 이 마을에서도 이틀을 머물러보기로 했다. 작은 마을이지만 관광객들이 꽤 많았고, 중앙에 위치한 붉은 Parroquia가 어딜 가든 보여 아름다웠다. 꼭 먹어봐야 한다는 생선 타코도 맛있었다. 다만 과나후아또보다는 좀 더 관광지 색이 짙었기에 로컬 여행을 지향한다면 이틀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고, 1박 2일 정도면 충분해보인다! 


네 번째 여행지 : 멕시코 시티 [10박 11일]
Day 8 : 멕시코시티 도착! 타코집 돌아다니며 인생 타코 만나기
Day 9 : 멕시코 중앙 광장, 예술 궁전 등 핵심 여행지 짚기
Day 10 : 한식도 먹고, 공원도 걷고, 국립 인류학 박물관도 둘러보기
Day 11 : 똘란똥꼬로 출발! 하루종일 수영하고 놀기
Day 12 : 똘란똥꼬에서 다시 멕시코시티로 컴백, 이동 시간이 길기에 하루는 푹 쉬기
Day 13 : 테오티우아칸 투어
Day 14 : 푸에블라, 탁스코 등 근교 도시 여행
Day 15 : 연달아 떠나는 여행은 분명 힘드니까, 하루 정도는 멕시코시티에서 쉬기
Day 16 : 네바도 데 똘루까 등산
Day 17 : 마지막 멕시코 시티 즐기기(인터스텔라 도서관 가기) 
Day 18 : 다음 도시로 이동! 

멕시코시티는... 정말 볼거리가 너무나도 많다. 나는 처음에 넉넉하게 10일을 잡고 여행하려고 했는데, 막상 돌아보니 적어도 2주는 있어야 구석구석 여유롭게 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 일단 도시 사이즈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인구가 900만 명이 넘고, 주변 위성 도시까지 합치면 무려 2,300만 명이 사는 곳. 그만큼 맛집도 넘쳐나고, 볼거리도 많고, 모든 것이 역동적이다! 그리고 과나후아또-산 미겔 데 아옌데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퀄리티 좋은 한식집이 정말 많기도 하다. 


적어도 2박 3일 정도는 이 거대한 도시를 구석구석 탐색하는 것을 추천한다. 진짜 미친 맛의 타코집들이 수두룩하게 많고(하루에 3개의 타코집을 돌아다니며 먹기도 했었다), 다운타운의 거대한 광장과 건물들을 구경하고, 쇼핑센터에서 옷도 사면 시간이 정말 금방 간다. 또 '국립 인류학 박물관'을 처음 3일 안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후 테오티우아칸 투어를 할 때 더 재미있게 구경다닐 수 있기 때문. 또 공원들도 정말 잘 조성되어 있어서, 조금만 걸어 나가도 나무 가득한 숲속에서 멕시코 아이들과 피크닉을 즐길 수 있다. 인터스텔라의 배경이 된 도서관도 이 도시에 있다.


이후에는 근교 도시와 주변 여행지를 하나씩 부수면 된다! 반드시 방문했으면 하는 곳은 '똘란똥꼬(Tolantongo)'. 파란색 물이 흐르는 커다란 온천 마을인데, 산기슭을 깎아 벌집모양처럼 만들어진 온천과 절벽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또 자연 동굴에서 쏟아지는 온천 폭포도 절대 잊지 못한다. 나는 당일치기로 가려고 옷도 무엇도 챙겨 오지 않았었는데, 이 곳에서 첫 3시간을 보낸 이후에는 도저히 그냥 갈 수 없어 바로 방을 예약해 하루를 꼬박 놀다가 자고 갔다. 이외에도 아메리카 대륙의 가장 피라미드가 있는 테오티우아칸도 방문하면 좋겠다! 투어를 신청하면 주변의 공예품 만드는 마을도 함께 다녀올 있다. 


멕시코시티에서 아주 핫한 여행지라고는 할 수 없어도, 나는 '네바도 데 똘루까' 등산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해발 4,000m 이상의 아주 높은 화산인데, 분화구 중앙에 가득 고인 물로 만들어진 호수도, 360도로 펼쳐진 높은 화산도 정말 충격적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인터스텔라처럼 다른 행성에 온 느낌. 도저히 지구라고는 믿기지 않는 풍경을 만났다. 운이 좋게도 한인 산악회 분들을 '남미사랑' 카페에서 만나 함께 떠날 수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나와 일행의 컵라면까지 챙겨주셔서 최고의 컵라면을 맛보기도 했다. 


멕시코시티는 정말 짧게 보고 떠나면 너무나도 아쉬운 곳이다. 도시 자체도 아름답지만, 그 주변의 거대한 자연들은 놓치지 않고 경험했으면 한다. 



멕시코시티 이후에는 와하까와 칸쿤을 여행했다. 이 두 지역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 남기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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