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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호 Jul 25. 2024

머나먼 원점으로 가는 길

나는 회복할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21년에 처음 발병했을 때 자의적으로 약을 끊지 말았어야 했다

그때의 나는 내가 괜찮아졌다고 생각했으며 내가 힘든 이유에 대한 인과관계가 명확했기에 그걸로 문제 해결할 능력이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오만과 자만이 결국 나의 상태를 악화시키는 길이 되어버렸고 지금은 아주 느리게 천천히 회복되고 있는 중이다

타격은 빠르고 깊게 회복은 느리고 얕게 진행되는 중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지금도 여전히 오만과 자만으로 스스로에게 실망을 하곤 한다

어느 날은 다 나은 것처럼 멀쩡하다가도 어느 날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처럼 무기력하게 가라앉는다

그럴 때마다 내가 다시 정상으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이번 7월도 그랬다

올해 초에 한차례 크게 아팠던 터라 회복된 이후로는 컨디션 조절에 힘썼다

내가 이성적으로 괜찮다 판단하더라도 무리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이상했다

‘살만한데 살기가 싫어졌다’

진짜 딱 이 표현이 그때 당시 내가 느낀 감정이었다

딱히 힘든 것도 버거운 것도 없는데 살만한데 왜 살기가 싫어졌을까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아니 살기 위해서 이유를 찾아야만 했다

휴직을 끝내고 현업에 돌아와 쉽진 않았지만 6개월 동안 잘 적응하며 다녔다

7월 하반기 인사를 시작하면서 나의 자리에 대한 변동 가능성으로 1차 스트레스를 받았고 내가 자리를 옮기지 않는 반면 나를 제외한 팀원 전원이 바뀌는 상황으로 2차 스트레스를 받았고 예정되어 있던 가족여행으로 3차 스트레스까지 받으며 어쩌면 나는 피로했고 지쳤다

하긴 이 모든 일이 2주 안에 이루어진 거라 그럴만도 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아직 괜찮아진 게 아니라는 방증이었다

나는 아직도 그 여파에 계속 가라앉아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하던 모든 일을 잠시 멈추고 고요 속에 잠겨보기로 결정했다

나를 혼란스럽게 했던 모든 것에서 멀어져 생각을 정리하고 이제 시작된 하반기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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