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군부대 '헬기, 비행기' 드로잉
2016년 6월 23, 28일.
박수근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 93, 98일 차.
헬기 프로펠러 소리가 가까이 들려 매번 그러듯 스케치북과 붓펜을 들고나갔다.
항공대 쪽으로 가서도 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이 착륙하지 않고, 군인 동생 준환이 말해주었던 hovering을 하는가 보다 싶어 미술관 위쪽으로 더 높이 항공대가 보이는 언덕으로 올라가 보았다.
언덕 위에서는 헬기의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거리가 더욱 멀어져 자세한 부분을 알 수는 없다. 평소와 달리 헬기의 몸체 위에 매단 큰 원통형은 무엇인지 거기에서 내려진 듯 보이는 짧은 줄은 무언지 궁금하다.
부대 건물 지붕에 가리는 정도로 낮게 떠 있다가 전체 모습을 드러낼 정도의 높이로 올라온다. 헬기 옆면의 큰 문이 열려있고, 안이 어둑한 중에도 움직임이 보이는 것이 사람이 있나 싶어 자세히 보는데 사람이 빠르게 줄을 타고 서서 내려온다. 저 헬기의 내부가 저리 컸나 싶게 상당한 수의 인원이 배낭을 멘 듯 묵직한 등으로 다리를 꺾어 몸을 빼더니 꼿꼿이 세워 차례로 내린다. 너무 멀어 실루엣 정도를 알아볼 뿐이다.
앞의 옥수수 밭, 중간의 골프연습장, 그리고 뒤의 부대 훈련모습이 참 묘한 현실의 조화다. 한 번에 담지 못하여 드로잉들을 한 화면에 콜라주 한 후 채색하였다.
집중하여 보는 것이
가장 크게
각각 따로 그린 것을 이어 붙이다 보니 풍경은 가장 작게, 헬기는 그보다 크게, 사람은 더 커져서 한 공간에 놓기는 어색하다. 그러나 사람의 눈이라는 것은, 집중하여 보는 것이 항시 가장 크게 다가오지 않던가. 그리고 부대의 고난도 훈련과 농촌의 평범한 풍경, 연두풀빛 옥수수 작물과 형광초록 골프연습장의 조화 또한 이질감과 불편함이 그 느낌이니, 이 정도의 어색한 콜라주는 그저 내가 본 그대로려니 위로해 본다.
_2016/06/23 드로잉노트: 2:30 pm 항공대 헬기 hovering, 패스트로프 훈련
범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 작업하다 스케치북을 들고 달려 나갔더니 엄청나게 큰 대형 군 비행기가 착륙을 위해 지면 가까이 접근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지나가 아쉬워하는데 착륙하지 않고 다시 한번 올라 선회한다. 필시 되돌아오는 것이리라.
저 엄청난 크기를, 목공방 건물을 내리누르듯 묵직한 덩어리로 그러나 빠르게 내려앉는 저 녹빛 얼룩 비행기를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무슨 수로 저 속도를 쫓아가려나. 건물과 비행기의 대강의 스케일만을 그려 넣고 허탈해 있는데, 특전사 출신 철호 씨가 지나가며 군 비행기의 이름이 C-130 Hercules라 알려주었다. 수송기이자... 못 알아들었다. 뒤의 문을 열고 날 때 기분이 죽인다며.
_2016/06/28 드로잉노트: 3:50 pm C-130 Hercules 대형 군 비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