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잠시잠깐의 쉼의 시간이 있긴 했지만, 회계라는 분야를 떠나본 적이 없는 나의 젊은 시절이었던 거 같다.
운이 좋게도 좋은 사람들 곁에서 다양한 조직에서 다양한 사업분야에 관련하여 회계업무를 맡아 업무를 수행하였고, 처음에는 이쪽 길이 맞나 고민을 하여 다른 진로의 방향도 틀어 두리번거렸던 시간 또한 나의 짧은 인생여정에 문득문득 자리 잡고 있으나, 결국은 익숙하고 다른 분야에 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역이라 결국은 이 자리로 되돌아왔다.
얼마 전 갓 성인이 된 지인의 자재분에게 연락이 왔다. 회계와는 전혀 다른 분야에 대학에 진학했으나, 1년이 채 되지 않은 채 그 길이 아님을 인지하고 그쪽길을 접고 회계공부를 하겠다고 나에게 과외를 부탁해 왔다.
그 아이와 함께 기본이론부터 함께 공부하고 문제를 풀면서 나의 20대 그리고 30대 시간이 떠 올랐다.
같은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을 한다면 그 분야에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데 생각해 보면 난 항상 불안해하며 회사 생활을 했던 기억이 난다.
글로벌 무역회사의 기업 성격상 현재의 업무가 익숙하여 한숨을 돌리려고 할 즈음에는 항상 새롭게 생성되는 사업계획서가 발표가 된다. 내가 담당했던 부서에서 나의 역할은 그 사업계획에 적합한 회계서비스를 시스템에 구축하여 함께 일하는 동료와 협업하여 일을 지속적으로 진행이 될 수 있도록 사업담당자와 내가 속한 동료들의 가교역할을 하였다. 업무 성격이 이렇기에 생소한 업무를 익히고 그 일이 시간이 지나 익숙해진 후 여유롭게 일하는 환경이기보다는 매번 새롭고 공부하고 도전하고 진행하는 과정을 경험했던 시간들이었다. 새로운 사업계획을 접하면 새로운 회계원칙에 대해 숙지해야 하고, 그 회계원칙을 그 사업계획에 적용을 하는 과정을 또 다른 배움의 영역이기에 나에겐 항상 도전의 시간이었다.
이런 시간들을 보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아침에 눈을 떠서 출근하는 과정이 마냥 편하지는 않았던 기억이 난다. 생경한 분야에 대해 담당자들과 미팅이 잡힌 날, 마감일이 가까이 오는 아침. 나를 점점 작게 만드는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힘들지만 잘하고 싶은 과욕이 있기에 그 무거운 마음을 뒤로하고 힘겹게 내 몸을 일으켜 출근준비를 했던 나의 30대의 시간들.
그 시간들 사이사이에는 사실 나의 귀한 친구가 나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그건 기차역에서 마시는 뜨거운 커피 한잔이었다. 어둡고 습한 이른 겨울 아침 1시간 이상 출근시간이 소요되는 그곳에 가기 위해 나를 일으켜 주었던 건, 기차를 타고 런던브리지기차역에 내려 진한 에스프레소를 내려만든 카푸치노 한잔이었다.
그 한잔을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업된 기분으로 일어나 출근을 하고, 출근을 하면 불안감을 느낄 겨를 없이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흘러가는 그날의 일정들로 그날 하루는 또 무사히 마무리가 되었다. 그렇게 난 10년의 시간을 버텼다.
그렇게 버틴 덕에 난 알게 모르게 쌓인 나만의 무기들을 가지고 아이와 함께 공부를 했고 내가 도움을 준 아이는 다행히도 목표한 과목들 시험을 다 합격을 했다. 그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 아마 그 친구가 좋아하는 이유는 물론 합격의 기쁨이 크겠지만 그것보다는 오랜만에 맛보는 성취감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나도 하면 된다라는 자신감 충전이 그 친구가 더 기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그 시절 난 기차역 뜨거운 커피 한잔이 없었더라면 심약하기 그지없는 난 그 시간에 합당 쌓아온 시간의 결과물을 가질 수 없었을 테고 그렇다면 도움이 필요했던 내 주변인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했을 거다.
사사로운 나의 개인적인 일상의 한 행위이나, 어쩌면 그런 사사로운 나의 행위들이 모여 현재의 내 모습이 된 건 아닌가 싶다.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어쩌면 우린 아주 사소한 동력이 내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