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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고 Oct 08. 2023

한국이방인의 한 달 고국방문기

Chapter 1: 예기치 않은 일은 항상 설레는 순간에 찾아온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집을 나서서  15분 도보거리에 있는 회사로 천천히 걸어 출근을 하는 길이었다. 어제 오후에 다행히 회사에서 한 달 동안 휴가 및 재택근무를 겸해 한국에 다녀오는 편의를 봐주어, 말씀은 안 했지만 은근 한번 왔으면 바라는 친정엄마에게 이제 곧 한국에 갈 예정이라는 소식을 알려주려고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고 막 이야기를 하려는 순간, 엄마 목소리가 여느 때 같지 않고, 놀란 목소리로 첫마디가 "아무래도 일이 일어난 듯싶다..." 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하시더니 갑자기 삼촌의 목소리가 들린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나도 정신이 없어서 일단 길 한가운데 우뚝 서서 아무 대답도 못하고 수화기만 들고 있는 내 상황을 알아 채린 삼촌은  바로 나에게 "삼촌이야. 지금 엄마랑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라며, 의사 선생님이 이상수치가 발견되었다며 바로 입원을 하고 검사를 해 보야야 한단다" 하며 말씀하신다.  차분한 삼촌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또란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삼촌에게 상황설명을 듣고 난 후 엄마에게 별일 아니니 걱정 말라고 안심을 시킨 뒤, 내가 최대한 빨리 가는 방향으로 해 보겠다고 한 후 전화를 끊었다.


10년 만에 한국에 갈 생각에 잠시잠깐 달콤했었다. 달콤하고 설레는 가족과의 재회여행이 될 거라고 한껏 부풀었던 여행계획이 이 전화 한 통화로 이젠 병원에 계실 엄마를 방문하게 되는 문병 및 간병계획으로 전환이 되었다.  


가끔 엄마랑 통화를 하면서, 일상적인 대화의 연속의 일환으로 어제가 오늘 같은, 오늘이 내일 같은 매번 특별한 것 없는 대화를 이어가면서 난 어쩌면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 이렇게 계속 연속될 거라며 1년 후 2년 후 그렇게 시간이 가며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면서도 우리 엄마는 항상 씩씩하고 그 자리 그대로 내가 원할 때 계실 거란 아주 이기적인 착각 속에서 삶을 지속시키며 살지는 않았나 싶다.


아이는 성장하고 있고 난 현재 늙고 있고, 엄마는 나보다 더 늙었으며 앞으로 내가 엄마를 볼 수 없는 날이 어쩌면 내가 생각한 시간보다 훨씬 더 가깝게 다가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깨달으며 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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