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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고 Oct 21. 2023

한국 이방인의 한 달 고국 방문기

Chapter 3:친정엄마 집을 청소한다는 건...

한국에 들어와서 친정엄마 없는 친정집에 들어간가는 상상은 한 번도 해 보지 못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에 방문을 할 때면 친정엄마는 의식을 차리듯 옷장 안에 가장 갖춤을 할 수 있는 옷을 차려입고 나를 공항까지 손수 마중을 나와 그날 저녁은 며칠 전부터 준비한 흔적이 보이는 음식들로 나를 맞이해 주고 난 그것이 너무 당연한 듯 밥상에 앉아 나이 든 엄마를 부려먹듯 오물오물 야무지게 다 먹어 치운 후 시차적응이라는 구색 좋은 명분을 가지고 이불속으로 들어가 늘어지게 잠을 잤다.

그러면 엄마는 내가 깰세라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시고 내가 일어나기 전까지 엄마가 지내는 활동영역임에도 속절없이 나에게 다 내어주곤 내 주변을 조용히 배회하곤 하셨다.


그런 나의 친정엄마는 지금 병원에 계신다. 갑작스러운 입원결정으로 옷가지만 대충 챙겨 병원으로 가시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난 친정엄마가 없는 엄마 집에 한국에 머무는 동안 지애게 되었다.


엄마가 없는 집에 들어오는데 고요한 적막과 습한 공기만이 나를 맞이해 주었고, 지난 몇 달 동안 전화를 드리면 요새 들어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는데 그 이유를 집안 구석에서 알 수 있었다. 그냥 나이가 들어 이젠 좀 힌드신가 보다 생각했는데 막상 집에 와서 보니, 그동안 엄마가 어떻게 생활을 하셨는지 나름 상상이 되었다. 젊은 시절에는 꼿꼿하고 카랑카랑한 단단함으로 집안정리정돈은 물론 자기 관리를 잘하셨던 분인데, 지금 내가 만난 엄마의 모습은 연약하고 병원 도움 없이는 앞으로의 삶에 대해 보장받을 수 없고, 집안은 엄마의 상황을 대변하듯, 도움이 손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난 친정집에 오자마자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시차적응을 할 여유도 없이 고무장갑을 끼고 구석에 쌓여있는 사은품으로 잔뜩 모아둔 물티슈와 행주를 들고 엄마 방부터 청소를 시작했다. 정신 없이 이곳저곳을 정리하다가 새벽이 되어 꿉꿉한 공기로 진이 빠져 조금 쉬어야 할 거 같아 아파트를 빠져나와 동내에 있는 편의점에 무작정 들어갔다. 시원하고 쾌적한 에어컨 공기 안에서 내가 선택한 건 팡파레 아이스크림.

달콤하고 시원한 팡파레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희미한 가로등 불빛 밑에 조용히 있는 아파트 빌딩들을 바라보았다.


내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해도 모든 것은 변한다. 내가 느끼지 못하더라도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냥 모든 순간은 변했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 엄마는 더 이상 나를 데리러 올 수 없고, 난 엄마가 해 주는 밥을 먹을 수 있는 날이 없을 수 있다. 그리고 난 온기 있는 친정엄마가 배회하는 친정집 아랫목에서 늘어지게 잠을 잘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했다.


10년 만에 온 나의 고향,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고향집

추억을 난 지금 만들고 있다.


난 팡파르를 먹을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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