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젠 Jun 26. 2024

가깝고도 먼 소재, 꽃

글로 배우는 그림 그리기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풀꽃 1」



2012년 봄, 교보문고 광화문점 건물 외벽에 게시되었던 나태주 시인의 「풀꽃 1」은 짧지만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시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는 날씨 덕분에 1년 내내 꽃을 볼 수 있고 꽃을 소재로 쓴 시도 많다. 

은 그림 소재로도 많이 사용한다.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나 푸른색 배경의 <아몬드 나무>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환한 미소를 짓는 사람의 머리 부분에 알록달록 커다란 꽃들이 한가득 올려져 있는 <활짝 핀 꽃>은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의 대표작이다.


꽃은 형태가 명확하고 색감이 화려해서 스케치부터 채색까지 모두 연습할 수 있어 왕초보에게 좋은 소재이다. 

그리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먼저 다른 사람의 그림을 보고 그려보고, 그 다음 직접 찍은 사진을 보고 그려보자. 생화를 보고 그리기까지 해내면 당신도 더 이상 왕초보가 아니다!


먼저 보고 그리기 좋은 꽃그림을 찾아보자. 

그림 연습을 위해 꾸준히 진행했던 오일파스텔 탄생화 그리기는 빈티지 탄생화책에 그려진 삽화를 모작하는 방식으로 시작했다. 삽화를 보면서 꽃잎 모양과 색깔을 최대한 비슷하게 따라 그리다보니 관찰력과 응용력이 많이 늘었다. 그림에는 땅에 피어있지만 화병에 꽂은 모습으로 그리기도 하고, 활짝 핀 한송이와 꽃봉오리만 있는 한송이를 한 화면에 그리기도 했다.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면 직접 찍은 꽃 사진을 보고 그려보자. 

2023년 5월, 6월에 클래스101에서 진행한 101드로잉클럽 멤버로 선정되어 원하는 주제로 총 6개의 작품을 그릴 기회가 있었다. 사진으로만 보관하던 꽃다발을 이번에 그림으로 그려보자고 결심했다. 재료는 가장 익숙한 오일파스텔을 사용했다.

직접 찍은 꽃 사진과 클래스101 드로잉클럽 첫 작품


온라인으로 멘토 작가님과 클럽 멤버들의 몇몇 작품을 함께 보면서 좋은 부분과 아쉬운 부분을 짚어보는 시간이 특히 도움이 되었다. 내 그림도 선정되었는데 입체적으로 꽃의 형태를 보고 색을 사용하는 전문가의 스킬을 배울 수 있었다. 클래스101에서 앞으로 드로잉클럽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꼭 참여해보길 바란다.


이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생화 그리기를 시도해보자. 

일단 시도해보는 게 중요하다! 어버이날 구매했던 노란 카라를 소재로 선택했는데, 쨍한 색깔에 끌려서 그려보고 싶었다. 큰 꽃송이와 작은 꽃송이를 조화롭게 재배치해 스케치를 하기 위해서 인터넷에서 카라 꽃다발 사진과 그림을 검색했다. 특히 그림에서 꽃잎 색상 표현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밋밋하기 쉬운 노란색에 주황색과 흰색을 사용해 입체감을 주는 것이 어려웠다. 꽃의 크기나 배치가 어색하지만 한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했다는 사실이 초보화가에게 “나도 작품을 그릴 수 있다!”라는 용기를 주었다.

생화 보고 그리기 소재로 사용했던 카라꽃과 작품

보고 그리기, 비슷하게 그리기 다음 단계는 실제 모습에서 벗어나 내 스타일대로 그리기다. 

이름, 색깔, 모양, 꽃말을 활용해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릴 수도 있다. 아직 나만의 그림체가 정립되지 않은 초보화가로서, 다음 목표는 ‘내 스타일의 꽃그림 그리기’이다. 좋아하는 오브제들과 꽃을 함께 그려보고 싶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나태주, 「풀꽃 2」


여러 가지 방법으로 꽃을 그리고 고민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그림 형태를 알 수 있었다. 

오돌토돌한 선보다는 힘있게 그어진 깨끗한 선, 형태가 뭉개진 것보다는 테두리가 명확하고 구분되어 있는 오브제를 좋아한다. 정물화와 풍경화를 좋아하고 귀여운 소재(인형, 동물, 요정 등)를 좋아한다. 꾸준히 그려왔던 꽃그림을 살펴보면 밝고 맑은 색이 많은데 이렇게 경쾌한 느낌의 그림들을 선호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생기는지 잘 모르겠다면 일단 밖으로 나가보면 어떨까. 

특정 소재, 좋아하는 색상, 혹은 지금 걷고 있는 길거리의 모습에서 나의 관심사를 알아챌 힌트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꽃이 나만의 그림체를 찾는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금도 무엇을 그릴지 고민하고 있다면, 일단 꽃을 그려보자. 처음부터 만족스럽게 그릴 수는 없다. 그래도 꽃그림 한 개를 완성해보면, 두번째 꽃그림은 훨씬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초보화가의 첫 그림, <밤의 카페테라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