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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구 Apr 01. 2023

기적을 꿈꾸며 맨발 걷기 8

- 주인의 걸음, 종의 걸음 -

지난 주말, 동네 맨발 걷기 모임 회원들과 숲길을 걷던 중 한 분이 내게 물었다.     


“맨발 걷기를 해서는 안 되는 사람도 있나요? 제가 아는 분이 꽤 오랫동안 열심히 맨발 걷기를 했는데, 몸이 좋아지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목도 아프고 허리도 불편해졌다면서 그만두셨거든요.”     


맨발 걷기를 하면서 목과 허리가 나빠져 그만두었다는 말을 듣기는 처음이었다. 물론 당사자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한 것이 아니라서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짚이는 것이 있었다.     


맨발로 걷고 있는 사람들을 관찰해 보면 대부분 신발을 신고 걷는 사람들에 비해 고개를 훨씬 깊숙이 숙이고 걷는 게 확연하다. 자칫 다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나 염려 때문에 고개를 숙여 발밑을 쳐다보게 되는 것이다.   


고개를 숙이면 목이 지탱해야 하는 무게는 엄청나게 늘어난다. 머리 무게가 5㎏이라고 했을 때 경추가 C자 형태의 정상적인 각도를 유지하면 지탱해야 하는 무게는 역학적으로 0Kg이지만, 고개를 15도를 숙이면 12㎏, 60도를 숙이면 27kg으로 급격히 증가한다고 한다.      


고개를 숙이는 것만으로도 목을 비롯한 신체 각 부위는 무거워진 머리를 지탱하기 위해 쓰지 않아도 될 힘을 쓰게 되고, 이로 인해 근육이 굳거나 뼈가 틀어지는 등 변형이 된다. 굳거나 변형이 됐다는 것은 이미 몸에 문제가 생겼거나 진행 중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만약 맨발 걷기를 하다가 그만둔 그분이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걸었다면 심하게는 목에 머리 무게보다 몇 배나 무거운 쇳덩이를 매달고 다닌 격이니 그 목이며 몸이 온전할 리 없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건강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게 오히려 독이 된 격이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 맨발 걷기에서도 자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자세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주인의 자세’ ‘종의 자세’라는 말이 있다. 주인의 자세는 허리를 세우고 가슴을 펴고 머리를 살짝 든 당당한 자세를 말한다. 반면, 종의 자세는 양손을 앞으로 모으고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구부려 조아리고 있는 자세다. 몸을 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주인의 자세와 종의 자세가 구분되는 것이다. 사극에 나오는 양반과 하인의 자세를 연상하면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정확하다.       


주인의 자세가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주인의 자세를 해야 척추를 비롯한 뼈가 바로 서고, 근육이 굳지 않으며, 신경이 말초까지 제대로 전달되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종의 자세는 신체의 균형을 깨트려서 어느 한 부위에 큰 힘이 실리게 함으로써 뼈가 틀어지거나 근육이 굳어지면서 갖가지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종의 자세가 습관이 되면 질병과 통증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걸음 역시 ‘주인의 걸음’을 걸어야 한다. 주인의 자세로 반듯하고 당당하게 걷는 걸음이 주인의 걸음이다. 맨발이든 신발을 신었든 몸을 활짝 펴고 주인의 걸음을 걸어야 한다. 주인의 곁에서 몸을 조아리고 종종걸음을 걷는 종의 걸음걸이는 겸손해 보일는지는 몰라도 건강에는 독이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맨발로 걷느니 차라리 신발을 신고 바르게 걷는 게 훨씬 건강에 도움이 된다.      


맨발로 걷는데 몸을 펴고 머리를 들면 지면을 볼 수 없어 다치지 않느냐고? 걸음만 정확하다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바른걸음을 걸으면 돌부리가 됐든 나무뿌리가 됐든 발끝에 부딪힐 염려가 없다. 맨발로 걷다가 다치는 경우의 대부분은 앞발을 들지 않고 발바닥 전체를 지면과 수평이 되게 드는 듯 마는 듯 살짝만 든 채 발끝으로 차듯이 걷기 때문이다. 잔돌이나 솔방울 따위를 찰 때의 발모양을 생각해 보면 된다. 차듯이 걷게 되면 작은 돌부리나 나무뿌리만 있어도 부딪혀 다치기 십상이다.    

 

발가락 끝을 몸 쪽으로 당긴 후 발뒤꿈치→발바닥 바깥면→ 앞꿈치→ 엄지발가락 순으로 체중이 실어서 또박또박 걸어 보자. 발가락 끝을 몸 쪽으로 당기게 되면 지면과 발바닥 사이에 널찍한 공간이 생기면서 발끝을 위협하던 위험에서 벗어나게 되고 걸음은 정확해진다. 발끝을 위협하던 장애물을 차지 않고 밟게 된다. 밟는 순간 장애물은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라 발바닥을 자극하는 좋은 지압 도구가 된다.      


맨발 걷기는 기록을 재고 순위를 매기는 경주가 아니라, 천천히 오래 걷는 것이 중요한 치유와 명상의 걸음임을 명심하자. 주인의 자세로 천천히 걷는다면 다칠 것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걸을 때뿐 아니라 앉든 서든 허리를 세우고 가슴을 펴고 목을 곧추세운 당당한 주인의 자세를 하자. 꼬깃꼬깃 해졌던 마음도 반듯하게 펴지게 된다. 주인의 자세는 아픈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특효약이다. 몸이 펴지고 마음이 펴져야 건강해질 수 있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구부려서 서보고, 시선을 발끝에 고정시키고 걸어보자. 누구라도 이런 자세를 취하면 금세 마음이 꼬깃꼬깃해진다. 몸이 굽고 마음이 꼬깃꼬깃해지면 없던 병도 생기게 된다. 몸도 마음도 질병이라는 못된 주인의 종이 될 수밖에 없다.      


명심하자. 주인의 자세와 주인의 걸음만이 내 몸과 마음을 고치는 건강한 걸음걸이임을. 신발을 벗고, 허리와 목을 세우고, 가슴을 활짝 펴고, 발밑 대신 앞을 보고 천천히 걸어보자. 비로소 새싹처럼 약동하고, 봄꽃처럼 환하게 피어나는 몸과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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