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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구 Apr 06. 2023

기적을 꿈꾸며 맨발 걷기 9

- 준비운동 : 단동십훈(檀童十訓)과 헛제기차기 -

매주 일요일 오후, 동네 맨발 걷기 동호회 정기모임에서는 걷기 전에 30여 분간에 걸쳐 단동십훈(檀童十訓)이라는 전통 체조와 헛제기차기를 한다. 내 나름 고심해서 찾아낸 준비운동이자 체력단련법이다.    

  

걷기 운동을 하면서 준비운동을 30분씩이나 할 필요가 있느냐고?      


누구나 알고 있다시피 걷기는 엄연한 운동이다.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운동이고, 가장 많이 하는 유산소운동 중 하나이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고, 따로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데다 비용도 들지 않아 경제적이기까지 하다.      


그런 인식 때문인지 걷기 위해 따로 준비운동을 하는 경우를 본 적이 별로 없다. 대부분 거리가 길든 짧든 그냥 걸으면 된다고 생각하지 준비운동이 필요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신발을 벗어야 하니까 처음 시도할 때 다소 용기가 필요하고, 흙길 등 특별한 장소가 필요하고, 부상 방지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법 등을 따로 배워야 하는 점 등이 다르긴 하지만, ‘걷는다’는 것에서는 신발을 신고 걷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신발을 신고 걷든 맨발로 걷든 걷기는 엄연한 운동이다. 운동은 종목이 뭐가 됐든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이 중요하다.  본격적인 운동 전의 간단한 체조나 스트레칭은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고, 심박 수를 올려줘 부상을 막고 운동 효율을 높여준다. 본 운동 말미의 체조나 스트레칭은 늘어난 심박 수를 서서히 낮춰주고, 근육으로 보냈던 혈액을 정상적으로 심장으로 돌려보내는 등 혈액 순환을 정상 상태로 돌아오게 한다.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은 스트레칭이든 기공체조든 국민체조든 상관없다. 뻑뻑한 관절과 굳어있는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체온과 심박 수를 올려주는 것이면 된다.


기왕이면 우리 전통의 것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시도한 것이 단동십훈과 헛제기차기이다. 단동십훈만으로도 땀이 맺히고 굳은 근육과 관절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헛제기차기를 더하면 그야말로 제대로 된 운동프로그램이 된다.      


단동십훈은 오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우리 민족 고유의 육아용 놀이로 알려져 있다. 부라부라, 시상시상, 도리도리, 지암지암(죔죔), 곤지곤지, 섬마섬마, 어비어비, 아함아함, 짝짜꿍, 질라아비 휠휠의 등 10개 동작은 아이를 키워본 사람에게는 대부분 익숙한 이름이다.        


이들 동작은 전신을 자극하여 운동 기능과 뇌신경 발달을 돕고 근육의 발달을 촉진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부라부라는 다리의 힘과 균형감각을 길러주고, 시상시상은 몸속의 탁한 기운을 없애면서 허리의 유연성과 힘을 길러주는 식이다. 물론 동호회에서 준비운동으로 하는 단동십훈 동작은 육아용 놀이와는 다르다. 전신의 긴장을 풀어주고 기운을 북돋아 주는 일종의 기공체조라고 생각하면 된다.      


헛제기차기는 말 그대로 ‘제기 없이 제기를 차는’ 것이다. 대부분 제기차기를 아이들 놀이 정도로만 알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매일 빼놓지 않는 운동 중 하나다. 조금만 해도 숨이 차오르고 땀이 나면서 하체의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고 균형감각까지 키워주는 유산소운동과 근육운동이 합쳐진 훌륭한 운동이다.    

  

단동십훈 동작과 연결해서 해보니 운동 효과뿐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몸 상태를 가늠하는 수단으로도 제격이었다. 이를테면, 금세 숨이 가빠지고 다리가 올라가지 않는 것은 운동 부족의 반증이고, 한쪽 발 들고 차기(헐렝이)를 하면서 곧바로 균형을 잃는다면 균형감각과 근육 발달의 이상을 의심해 보는 식이다.     


외발 차기(맨제기), 양발 차기(어지자지), 헐렝이(한쪽 발 들고 차기), 바깥 차기(발 바깥면으로 차기) 등을 번갈아서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제기차기의 묘미를 깨닫게 된다.     


30여 분간 단동십훈 체조와 헛제기를 차다 보면 촉촉이 땀이 나면서 어떤 운동을 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전신이 부드럽게 풀린다. 몸이 풀리면서 걷기도 전에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마음도 따라 풀어져 준비운동을 마치고 함께 숲길을 걸을 때쯤이면 처음 참석한 사람이라도 오래 만난 사이처럼 친해진다. 장담컨대 준비운동 30분이 1시간을 걷는 것보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      


준비운동을 강조하고,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동호회 회원 대다수가 40대 후반부터 많게는 80대까지의 장노년층이다. 특히 여자분들이 많다.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분들도 적지 않고, 이미 건강이 나빠진 분들도 적지 않다. 맨발 걷기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말만 믿고 숲을 찾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이들 대부분은 몸의 균형이 깨져있는 것은 기본이고, 유연성, 근력, 지구력 등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능력들도 저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신체 능력을 골고루 강화할 수 있는 쉬우면서 효과 좋고, 함께 하다 보면 기분도 좋아지는 운동을 찾아보게 된 것이다. 반응은 '아주 좋음'이다.    


단동십훈이나 헛제기차기 모두 신발을 신고해도 괜찮지만, 맨발로 하면 접지와 지압이 되면서 효과가 더 좋다. 두 가지 다 여럿이 모여서 할 형편이 안될 때는 집에서 혼자 TV를 보면서 하기에도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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