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는?
아이폰 메모장을 열었다.
하나는 “뽁뽁이에게 주는 책”
다른 하나는 “있음이에게 주는 책“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이때부터다.
아이가 커서 볼 수 있게 각자의 이름을 단 책을 만들자고. 엄마로서의 내 삶이 아이들과 함께 반짝이고 있다는 사실을 기록해보겠다 마음먹은 것이.
둘째 있음이의 첫 발화의 순간으로 일기는 시작한다.
<네가 처음으로 “아빠”라고 말했단다>
엄마랑 같이 ‘혼자서 입어요’ 책 속
엄마 구두 그림을 보다가 “이거 누구 구두야?” 했는데
“아퐈”라고 대답했어.
아빠구두 그림은 아니었지만 다시 물어봐도 같은 그림에 “아빠”라고 대답을 한다.
네가 ”아빠“의 의미를 알고 대답했다는 점,
그리고 여태까지 두음절 단어는
‘아아’만 했었다는 점을 기억해볼 때 이건 ‘소리’가 아니라 ‘말’이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나는 뛸 듯이 기뻐서 아빠와 뽁뽁이에게 있음이가 아빠라고 말을 했어!라고 소리쳤지.
우리 셋은 너에게 박수를 치며 번쩍번쩍 뛰며 잘했다고 크게 칭찬을 해줬어.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한 상태로 말이야. 있음아! 축하해.
엄마가 노력한 보람이 있다. 무발화 아이 언어치료에 관한 유튜브를 보면서 너에게 조금씩 적용을 시켜보았었는데 이렇게 한 달여 만에 네가 아빠라는 말을 해서!
둘째는 책을 좋아하지 않았었다.
돌 무렵까지도 책을 보여주면 고개를 돌리거나, 덮어버렸다.
그 모습이 첫째와 많이 달라서, 덮는 얼굴이 사뭇진지해서, 어른들은 그 모습을 아주 귀여워했다.
이제는 안다. 이유를.
그 속에서 세상과 연결된 아는 그림을 찾지 못해서였다는 것을.
아이는 책을 좋아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책 속 세상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 것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으로 탑을 쌓으며
꾸준히 책을 가까이해준 것의 보람과 함께.
아이는 손에 딱 잡히는 작은 책부터
접었다 폈다 하며 놀잇감으로 즐겼고
엄마가 과장된 목소리로
“우와 여기 봐, 사자가 있네?”하면
한 번씩 흘끔흘끔 곁눈질을 했고
책 속에 자신이 발화할 줄 아는 단어,
”아빠“가 나오는 책에 훨씬 흥미를 가졌다.
바라던 첫 단어 ‘엄마’는 아니었지만,
엄마 발화가 된 이후로는 엄마, 아빠가 나오는 책을
들고 오기 시작했다.
마치 원래 책을 좋아했던 아이처럼.
책을 들고 웃으며 와서는
뒤로 돌아 내 무릎에 딱하니 자리 잡는 그 모습이
예뻐서 오늘도 나는
엄마만 나오는 책을 읽어준다.
엄마곰이 배를 타고 어디에 갈까?
달큼한 오렌지가 있는 시장에 가요!
엄마곰이 뗏목을 타고 어디에 갈까?
야생물소가 뛰어노는 초원에 가요!
엄마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