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push. Do play
6세인 어린이는 식사에 크게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뱃구레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덜 먹었다 싶으면 몇 시간 지나서 짜증을 내며 힘들어한다. 안 먹여도 괜찮다 하는 옆집아이 얘기는 우리 집 어린이에겐 해당사항이 없다.
바질오일파스타, 스테이크리조토, 로제쉬림프 스파게티와 에이드, 사이다를 주문했다. 아이들이 오일파스타를 잘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최근이다. 그동안 왜 그토록 화이트소스만 고집했나 싶다.
맛있다면서도 그다음 숟갈을 뜨지 않는다. 말을 하거나 주변 사물에 관심을 보인다. 번뜩 묘안이 떠올랐다. 놀이로 변환하기다.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다.
오늘의 첫 번째 육잘 모먼트
밥 한 숟가락 먹고 한 문장만 말하기.
모두에게 적용.
시~~~ 작!
한 젓가락 크게 입에 넣은 어린이가 엄마, 하면서 다음말을 생각한다. 규칙을 정하기 전과는 달라진 게 보인다. 생각나는 모든 말을 하다가, 이제는 문장을 고른다.
엄마 아빠도 한 입 먹으면서 두 세 문장씩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덤이다. 사실 씹으면서 계속 말을 하고 있었다. 맛은 어때. 이 집이 맛이 있네. 메뉴를 잘 골랐다. 어서 먹어. 이렇게.
대화도 바뀌었다.
너 어서 먹어야지.
안 먹으면 이따 배고프다.
말 그만하고 먹어.
->
엄마 한 문장 말했어. 끝.
너도 말했어. 끝.
아빠 여러 문장 말했어. 끝. 키키킥
너도 끝났어. 끝. 킥킥
엄마 자유의 여신상 맨 위에 예전에는 사람들이 올라갈 수 있었어요?
응. 지금도 올라갈 수 있어 전망대가 있거든
전망대가 뭐예요?
너 한 문장 말했어. 끝.
응 엄마도. 큭큭큭 끝.
두 번째 육잘 모먼트
‘유치원 하원시간입니다’
며칠 전부터 놀이를 계속하고 싶어서 자기 전 시간에 해야 할 일들을 하기 위한 ‘잠깐 멈춤’이 잘 안 됐던 어린이다. 양치할 시간이야, 이제 자러 들어가자. 하면 ’더 놀다 할게요 ‘ 가 돌아왔다.
처음부터 오늘은 2가지 놀이만 하자 했다. 하나는 끝났다. 유치원 놀이가 시작됐다. 조율이 와 다율이 가 된 우리 집 어린이들. ‘동생이 유치원에 찾아온 날’로 정했다.
놀이의 힘을 빌려 동생 기저귀 갈아주기를 시켜봤다. 애를 쓴다. 두 돌 된 동생도 놀이라는 걸 아는지 2-3분 여를 가만히 서서 협조한다. 발만 끼워서 입혀도 되는 데 벨크로 부분을 뗐다가 다시 붙여서 입히느라 낑낑이다. 유치원 선생님 역할이다 생각하니 나 역시 기다릴 수 있었다. 아니었다면 바로 가서 도와줬을 것 같다.
9시 5분 전.
아빠의 귀소 명령이 떨어졌다. 모두 잘 시간이야.
“자~ 이제 유치원 하원시간이야. 이제 유치원 문 닫으니까 맞추던 퍼즐만 다하고 집으로 돌아가요. 선생님도 집에 갈 거야 “
아이는 퍼즐을 다 맞추는 것과 동시에 바로 일어났다.
와, 오늘 나 육아 좀 하는데?
남편도 순조롭게 재워서 좋다고 말한다. 어제와 달리.
역시 놀이로 풀어야지. 뒤에서 엉덩이 밀며 닦달한다고 되는 아이는 아니야.
나도 그렇게 해봐야겠다
육아서 한 권 옆에 두고 짬날 때 읽으면 써먹을 때가 있어. 씨익.
괜히 육아서 좀 읽어봤다며 티를 내본다. 으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