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어나다 Feb 01. 2023

오늘의 ‘육잘 모먼트’

Don’t push. Do play

6세인 어린이는 식사에 크게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뱃구레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덜 먹었다 싶으면 몇 시간 지나서 짜증을 내며 힘들어한다. 안 먹여도 괜찮다 하는 옆집아이 얘기는 우리 집 어린이에겐 해당사항이 없다.


바질오일파스타, 스테이크리조토, 로제쉬림프 스파게티와 에이드, 사이다를 주문했다. 아이들이 오일파스타를 잘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최근이다. 그동안 왜 그토록 화이트소스만 고집했나 싶다.


맛있다면서도 그다음 숟갈을 뜨지 않는다. 말을 하거나 주변 사물에 관심을 보인다. 번뜩 묘안이 떠올랐다. 놀이로 변환하기다.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다.



오늘의 첫 번째 육잘 모먼트

밥 한 숟가락 먹고 한 문장만 말하기.


모두에게 적용.

시~~~ 작!



한 젓가락 크게 입에 넣은 어린이가 엄마, 하면서 다음말을 생각한다. 규칙을 정하기 전과는 달라진 게 보인다. 생각나는 모든 말을 하다가, 이제는 문장을 고른다.


엄마 아빠도 한 입 먹으면서 두 세 문장씩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덤이다. 사실 씹으면서 계속 말을 하고 있었다. 맛은 어때. 이 집이 맛이 있네. 메뉴를 잘 골랐다. 어서 먹어. 이렇게.



대화도 바뀌었다.


너 어서 먹어야지.
안 먹으면 이따 배고프다.
말 그만하고 먹어.



                                        ->



엄마 한 문장 말했어. 끝.

너도 말했어. 끝.

아빠 여러 문장 말했어. 끝. 키키킥

너도 끝났어. 끝. 킥킥




엄마 자유의 여신상 맨 위에 예전에는 사람들이 올라갈 수 있었어요?

응. 지금도 올라갈 수 있어 전망대가 있거든

전망대가 뭐예요?

너 한 문장 말했어. 끝.

응 엄마도. 큭큭큭 끝.





두 번째 육잘 모먼트

‘유치원 하원시간입니다’


며칠 전부터 놀이를 계속하고 싶어서 자기 전 시간에 해야 할 일들을 하기 위한 ‘잠깐 멈춤’이 잘 안 됐던 어린이다. 양치할 시간이야, 이제 자러 들어가자. 하면 ’더 놀다 할게요 ‘ 가 돌아왔다.


처음부터 오늘은 2가지 놀이만 하자 했다. 하나는 끝났다. 유치원 놀이가 시작됐다. 조율이 와 다율이 가 된 우리 집 어린이들. ‘동생이 유치원에 찾아온 날’로 정했다.


놀이의 힘을 빌려 동생 기저귀 갈아주기를 시켜봤다. 애를 쓴다. 두 돌 된 동생도 놀이라는 걸 아는지 2-3분 여를 가만히 서서 협조한다. 발만 끼워서 입혀도 되는 데 벨크로 부분을 뗐다가 다시 붙여서 입히느라 낑낑이다. 유치원 선생님 역할이다 생각하니 나 역시 기다릴 수 있었다. 아니었다면 바로 가서 도와줬을 것 같다.


9시 5분 전.

아빠의 귀소 명령이 떨어졌다. 모두 잘 시간이야.


“자~ 이제 유치원 하원시간이야. 이제 유치원 문 닫으니까 맞추던 퍼즐만 다하고 집으로 돌아가요. 선생님도 집에 갈 거야 “


아이는 퍼즐을 다 맞추는 것과 동시에 바로 일어났다.

와, 오늘 나 육아 좀 하는데?



남편도 순조롭게 재워서 좋다고 말한다. 어제와 달리.


역시 놀이로 풀어야지. 뒤에서 엉덩이 밀며 닦달한다고 되는 아이는 아니야.

나도 그렇게 해봐야겠다

육아서 한 권 옆에 두고 짬날 때 읽으면 써먹을 때가 있어. 씨익.

괜히 육아서 좀 읽어봤다며 티를 내본다. 으쓱.


작가의 이전글 사도세자(아빠)를 사랑한 정조(아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