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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나다 Jan 29. 2023

사도세자(아빠)를 사랑한 정조(아들)

아이에게 사랑한다 표현할 때 들려주기 좋은 이야기

오랜만에 두 딸을 내가 홀로 재웠다.


6살 된 뽁뽁이가  한 가지 놀이만 더 하고 자겠다 하다

아빠에게 큰소리를 들어서다.


9시니까 자야 해라는 아빠 말에

10시에 자면 되지 하곤 혼났다.


9시~9시 반에는 불을 끄고 자는 것이

아이가 태어나고부터의

우리 집의 일관된 생활습관이다. 내가 나섰다.




“아빠가 큰 소리로 말해서 속상했지.. 우리 딸… 그랬을 거 같아. (응 하며 울먹이는 딸) 하지만 집에 와서 모든 놀이를 다 할 수는 없어. 3가지로 줄이자.


멋진 언니오빠들은 9시에 자야 하니까 그전에 열심히 놀아야지 하고, 쪼금 덜 멋진 언니오빠들은 더 놀고 싶어서 자는 시간을 계속 늦춘대.


어떤 어른들이 연구를 해봤더니 어린아이들은 12시간을 자야 한다는 결론이 났대. 어른은 7시간~9시간 정도. (더 많이 자면?) 늘어진대.  (적게 자면?) 졸리대.


하루 늦게 자면 그다음 날은 졸려서 일찍 자야 하기 때문에 결국 노는 시간은 똑같단다.





엄마, 나 자게 옛날이야기 들려주라. 공룡얘기 같은 거.


대신 왕자 얘기를 해주겠다고 했다. 어제 영화로 다시 본 사도 세자의 이야기였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왕자(사도세자)가 살고 있었어. 왕(영조)은 아들을 사랑했어. 그런데 왕은 왕자가 글만 읽고 외기를 바랐대. 왕자는 글보다는 그림 그리기, 말타기, 활쏘기를 좋아했지. 왕은 크게 실망했고 아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지 않았어. 그래서 둘 사이는 멀어지고 말았대.


왕자도 결혼을 하고 아들(정조)을 낳았대. 왕자도 아들을 사랑했지. 그런데 아들은 글 읽는 것을 좋아하더래. 왕자는 글이 그리 좋더냐며 그런 아들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사랑해 줬대. 아들도 그 마음을 알고 왕자를 마음깊이 아끼고 사랑했대.


엄마도 네가 책, 물감, 찰흙.. 무엇을 좋아해도 사랑해.



말로써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의 힘이다. 사도세자의 역사를 통해 딸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다니. 나 좀 멋진 엄마인데.




엄마 이야기 또 해주라.

엄마도 잠이 안 와. 이번엔 네가 해주라.

그렇게 이야기를 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옛날 옛날 아주 아주 먼 옛날에

첫째,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

여섯째, 일곱째, 여덟째, 아홉째, 열째가

엄마 아빠랑 살고 있었대.


뒷산에는 무서운 게 살고 있어서

꼭 셋이서 짝을 지어 가야 한다고 했대.


첫째, 둘째, 셋째가 뒷산을 오르는데 무서운 소리가 나서 길을 잃어버리곤  강물에 폭 빠져버리고 말았대.


넷째, 다섯째, 여섯째가 올라갔는데 우우우우우~ 우우우우우~ 내가 누군지 아니~~~ 하는 소리가 들렸대. 무서운 마음이 들었지만 누군지 확인하러 갔대. 늑대였다는 것을 알고 무사히 내려왔대


일곱째, 여덟째, 아홉째가 올라갔는데 푸우우우~ 푸우우우~ 내가 누군지 아니~~~ 하는 소리가 들렸대. 무서웠지만 보러 갔더니 코끼리였다는 것을 알고 다시 내려왔대.


열째는 혼자 올라가도 된다고 해서 혼자 올라갔대. 이번에는 쉬이 이익~ 쉬이 이익~ 내가 누군지 아니~~~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용기를 내서 보러 갔더니 뱀이었대. 그리곤 강에 빠진 첫째, 둘째, 셋째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엄마 아빠랑 잘 ~~~ 살았대.


와, 용기 낸 아이들 정말 멋지다. 이야기 잘 들었어. 이제 자자.

응.





잠이든 아이들을 두고 거실로 나왔다. 남편에게 뽁뽁이가 해준 이야기를 전했다.



여보, 뽁뽁이가 이야기를 해주더라. 책에서 본 걸 그대로 이야기해 준 거 같아. 첫째, 둘째, 셋째….


아 그 이야기. 내가 어제 해준 이야기야.


이야기를 맞춰보다 보니, 아이가 각색을 한 모양이다.


남편이 아이에게 해준 이야기는 첫째 둘째 셋째는 귀신 소리가 나자 무서워하다 강물에 빠졌고, 넷째 다섯째 여섯째는 늑대에게 잡아먹혔고, 일곱째로 넘어가려고 하자 무섭다며 그만 얘기해 달라 했단다.


새드 앤딩이었던 이야기를 해피엔딩이 되게 살렸다고? 남편과 나는 역시 뽁뽁이야 하면서 웃었다. 어떻게 즉석에서 이야기를 바꿨지 감탄하는 고슴도치 부모 모드도 잊지 않았다.


호되게 한 소리 들은 아이.

울다가 잠들지 않게 해서 다행이다.


엄마 이야기 한편, 아이 이야기 한편 서로 나누고

고슴도치 엄마 아빠모드로

오늘을 마무리해서 감사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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