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독후활동이 아니어도 괜찮잖아
지금은, 기록의 시대
직장이 중요하던 시대도 끝났고 직업이 중요하던 시대도 지났다 한다. 그러면요?
커리어의 시대란다 나의 언어로 바꿔보고 싶다. 지금은 바야흐로 기록의 시대가 아닐까.
기록이 곧 브랜딩이다.
배고파 울 지경의 어린 사자가 집에 왔다. 달달한 호떡이 먹고 싶단다. 호떡이라고? 만들면 한참 걸릴 텐데. 탄수화물만 먹일 순 없는데? 냉장고 속 동결건조 방식으로 만든 유기농 야채가루가 생각났다.
아이는 호떡을 생각했지만 나는 다 계획이 있었다. 훗.
멸치해물육수팩으로 육수를 내고 야채가루를 밀가루에 섞어서 오색 야채 수제비를 만들어야지.
냉동실을 뒤졌다. 밀가루를 발견한 것까진 좋았다. 이런, 유통기한이 일 년이나 지났다. 그래 밀가루 음식을 잘 안 해 먹는다. 사 먹었으면 사 먹었다. 남편 얼굴을 쳐다봤다. 역시나. 고개를 젓는다.
수제비는 못하겠다. 저녁은 아이가 갑자기 먹고 싶다 한 호떡이다. 호떡믹스에 야채가루를 섞어볼까? 그래 한번 해보자. 영양을 챙겨보자.
배고픈 아이에겐 우선 딸기로 입막음을 했다. 엄마가 요리사 할게! 내가 요리사인데? 앗. 그럼 엄마는 보조요리사. 보조요리사 말 잘 들어야 해? 응!
아이는 무언가를 꼭 해야 하는 성향이다. 그걸 알기에 호떡믹스 가루를 세 개의 그룻에 나누어라 말하곤. 따뜻한 물을 만들러 갔다. 전기포트로 끓인 물 2/3컵과 페트병에 담긴 물 1/3을 섞어 따뜻한 물 180ml를 만든다. 정수기는 이 집에 없는데 급하니 아쉽다.
일분일초에 마음이 급했다. 상대는 배고픈 사자. 성난 고양이다. 돌아와 보니 밀가루는 식탁 위아래 가릴 것 없이 휘날리고 있었고. 식탁에 둔 딸기는 마룻바닥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어린아이들과 뭐라도 하려면 전담마커가 한 명씩 어른도 둘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체감한다. 아빠가 그 사이 블랙타이거 새우를 휘리릭 이즈마인 버터에 굽는다. 뭐? 둘째가 새우를 5개나 먹었다고? 아이코 배고프구나. 일단 급한 불은 껐다.
물을 3개의 그릇에 나누어 담으라 했더니 이번에는 세 번째 그릇에 물이 너무 많이 들어가 버렸다. 다행히 다른 두 개는 적게 들어가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살렸지만 세 번째 거는 도저히 불가능했다. 단호박 전을 부친다면 모를까 반죽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세 번째는 빼고 굽기로 한다.
남편이 주방에서 호떡을 굽는 동안 있음이를 안아메고 뽁뽁이와 뒷정리를 했다. 그릇 사이사이에 떨어진 밀가루를 행주로 쓰윽 닦아서 넓은 쟁반에 한데 모은다. 다 닦았어! 아직 하얀 부분이 남았는데? 이건 엄마가 할게. 이 것도 경험이고 교육이 되길 바라며. 휘리릭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했던 엄마와의 요리 시간도 의미 있는 시간으로 차곡차곡 남길 바라!
김에 밥을 싸서 급하게 있음이 입에 넣는데 호떡이 내 입으로 쑤욱 들어왔다. 오 맛있네!! 비트가루 맛이 전혀안 난다. 달다. 안에 든 흑설탕 덕이다. 나는 비록 갈치구이와 나물에 밥을 먹고 호떡은 한 두 입 먹었지만 맛은 잊지 못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