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산책여행 #2
요요기 코엔의 어느 오래된 재즈카페에는 다은과 나를 제외한 단 한 명의 손님만 있었다.
50대로 보이는 남자는 카운터 앞에 앉아 이따금씩 카페 사장과 대화를 나누는 듯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가만히 유리컵만 만지고 있었다.
남자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유리컵은 희미한 조명에 반사되어 반짝거리고 있었고, 나는 그 의미 없는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의미 없는 풍경은 의외로 머릿속을 맑게 해주어서 불현듯 고등학교 시절 기숙사에서 울고 있는 다은의 어린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너 아직도 종종 우니?”
나의 물음에 주스를 마시던 다은은 웃었다. 그걸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냐는 표정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건네는 말 치고는 앞뒤가 없는, 꽤나 생뚱맞은 질문이었지만 차근차근 안부를 묻기에는 머리보다 입이 더 빨랐다.
일본에 온 지 어느새 3년이 되어가는 다은에게 궁금한 건 대학생활도, 졸업 후 미래의 계획도 아니었다. 그저 요즘 웃는 날이 많은지, 우는 날이 많은지 그게 가장 궁금했을 뿐이었다.
다은은 웃으며 대답했다.
“응. 아직도 종종 울어. 어제도 울었는걸?”
다은의 말에 내가 어떤 대답을 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슬플 때면 잘 울고 있구나. 두 눈과 얼굴이 사과처럼 빨개질 때까지, 주변이 온통 젖은 티슈로 가득할 때까지 실컷 울고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예전에 생일날처럼 누군가를 축하할 일이 생기면 친구들한테 자주 하던 말이 있다.
슬픈 날보단 기쁜 날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요즘 들어서 마음이 조금 바뀌었다.
기쁜 날에는 마음껏 웃고 슬픈 날에는 마음껏 울었으면 좋겠다.
다은이 일하는 호스텔에 일주일 간 머물었던 나는 이따금씩 1층의 카페로 내려가 다은이 내려준 커피를 마셨다. 새벽 1시쯤 다은의 일이 끝나면 그 애의 집이 있는 방향으로 나란히 걸었다.
“너랑 새벽에 같이 걸으니까 도쿄가 아니라 강화도에 있는 것 같네” 다은이 말했다.
“그러게. 고라니는 안 보이지만”
“하하하”
조용한 밤거리에 웃음소리가 퍼졌다.
횡단보도에 초록불이 뜨자 다은은 나에게 손을 흔들며 길을 건넜다. 점점 작아지는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목이 말라 편의점에서 녹차 한 병을 샀다.
시원하고 쌉싸름한 녹차의 맛.
다은이가 맛있는 물을 마실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