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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혜숙 Feb 15. 2023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우리 아이 ➋

입학 전 기본생활습관 기르기

우리 아이가 애기 때부터 밤에 놀고,
아침엔 잠을 늦게까지 잤어요.
유치원 다닐 때 너무 힘들어하면 안 보내기도 했거든요.  
이제 학교에 가야 하는데 괜찮을까요?


자녀의 입학날이 가까워오면 부모님의 걱정과 불안한 마음도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아이들은 잘 적응하고 잘 다닌다. 괜한 엄마의 불안으로 아이에게 미리 불편한 마음을 조성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초등학교생활을 유치원과는 다른 점이 많다. 유치원은 보육의 개념으로 학생들을 케어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이지만, 초등학교는 사회에 적응할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것을 기본 목표로 하기 때문에 기본생활습관 훈련이 필요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 어떤 기본습관을 길러야 할까?


첫째,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기른다. 

초등학교 수업은 보통 9시에 시작되고, 수업시간 10분 전까지 교실에 들어가야 한다. 일어나 씻고, 밥을 먹고, 준비하여 학교에 가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학교생활이 힘들다. 


둘째, 혼자서 물건을 챙기는 연습을 한다. 

자기 전에 주간예고에 적힌 준비물을 스스로 챙기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의외로 엄마들이 가방을 챙겨서 아이는 자기 가방에 어떤 게 들어 있는지 모른다.  바닥에 연필이 떨어져도 줍지를 않는다. 선생님이 주워 연필에 붙여진 스티커의 이름을 부르면 자기 것이 아니라고 한다. 어떤 해에는 과일 모양 자른 단면 비교하기 수업을 하는데, 과일을 안 가져왔다고 우는 아이가 있었다. 혹시나 가방을 한번 열어보라고 했더니 가방 안에 잘 씻어 정리된 과일이 비닐에 담겨 있었다. 아이가 자기 물건을 챙기는 버릇을 들이지 않으면 값비싼 브랜드의 점퍼도, 새로 산 학용품도 모두 버려지고 만다. 


셋째, 학용품 등 모든 물건에 이름을 쓴다. 

두 번째 내용과 이어지는데, 자기 물건을 소중히 하는 버릇을 들이지 않으면 엄마가 큰맘 먹고 산 학용품이나 비싼 옷가지, 신발, 가방 등을 아이는 내팽개치고 찾아가질 않는다. 자기 물건이 제자리에 놓아둔 대로 잘 있는지, 준비한 대로 가방에 잘 넣어졌는지 스스로 확인하게 하는 연습을 시킨다. 


넷째, 화장실 혼자 가기와 손 씻기 연습을 한다. 

아이들이 화장실에 다녀오면 내의가 밖으로 꺼내져 있거나, 손을 씻을 때 소매를 걷어올리지 않고 그대로 물에 넣어서 소맷자락이 젖어 복도에서부터 물을 뚝뚝 흘리면서 들어온다. 내의야 집어넣어주거나 넣으라고 하면 되지만, 젖은 소매는 수업활동에 매우 난감하다.(그래서 학교에 여벌옷을 가져다 놓게 미리 안내하는데, 실수하는 아이에겐 꼭 여벌 옷이 없어요.) 되도록 입학 초기에는 손쉽게 내리고 올리는 바지를 입히는 게 좋다. 마음이 급하고 바지가 안 내려져 실수하는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소심한 아이들은 소변이 마려워도 그걸 못 가서 참는 경우도 있다. 집에서 "선생님, 화장실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연습을 시켜보는 것도 좋다. 저학년 학생에게는 그냥 아는 것과 입 밖으로 꺼내어 연습하는 것은 천지 차이이기 때문이다. 또 화장실에서 처리도 스스로 할 수 있게 연습한다.  여자 아이라면 스커트를 입을 때 스타킹을 혼자서 내리고 올리며 옷매무새를 정돈하는 연습을 꼭 시킨다. 


다섯째, 혼자서 우유갑이나 요구르트 뚜껑을 따는 연습을 한다. 

코로나 시기에는 대부분의 학교가 우유급식을 중단했었다. 2023학년도부터는 다시 시작될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혼자 연습해야 한다. 


여섯째, 오전에 학교, 방과 후 학원이나 돌봄교실 외에 다른 곳에 갈 때는 꼭 어른께 미리 말하도록 한다. 

간혹 아이가 없어져서 학교가 발칵 뒤집히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에도 쌍둥이 여아 중 한 아이가 방과 후에 사라져서 경찰까지 동원하고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이 아이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친구 집에 따라가서 해가 지는 것도 모르고 그 집서 놀고 있었다. 1학년에서 1년에 한두 번은 꼭 이런 일이 벌어진다. 


일곱째, 아이가 학교에서 배운 것이나 즐거웠던 경험을 말해보게 하고 즐겁게 경청하는 시간을 만든다. 

유치원에 다니는 지금도 아이가 배운 것을 부모님에게 전달하고 그것을 공감하며 들어주는 경험은 아이의 뇌 발달에 굉장한 영향을 준다. 하루에 있었던 일을 정리해서 말하는 것은 아이 발달단계상 고수준의 인지활동이기 때문이다. 보통 하루에 배운 교과목이나 있었던 일을 시간 -+순서대로 말하지 못하는 아이는 학업에서 뒤처지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게 만들고 싶다면 이런 이야기 전달과 경청이 중요하고, 밥상머리에서 그날의 즐거웠던 일이나 세상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 아이는 140개의 단어를 알게 되지만, 밥상머리 대화에서는 무려 1000개의 단어를 배운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당부를 계속하니 학교가 무척 엄한 곳인 것 같으나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기본습관이 없으면 학교 생활이 힘들다. 가끔 학부모님 중 "이모 같은 친근한 선생님이 되어주세요."라는 말하는 분이 있다. 노력은 하지만 한 학급 25명 내외를(제가 담임할 때는 30명 내외였어요) 하나하나 돌봐주기 어려울 때가 많다. 요즈음은 20명으로 학급 인원을 맞추는 학교도 있지만, 모든 학급이 그렇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아이들은 모두 사랑받기를 원한다. 어느 여자아이가 머리를 풀고 와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때문에 수업이 어려울 정도로 내려와 직접 묶어준 적이 있다. 그때 여자아이들 모두가 잘 묶은 머리를 풀어내고 동시에 묶어달라고 해서 난감했다. 수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여자아이 6-7명이 앞에 나와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야외 활동을 나갈 때 적극적인 아이가 선생님 손을 먼저 잡으면 다른 아이들도 모두 잡고 싶어 싸움이 일어난다. 아예 아무도 손을 잡아주지 않거나("샘은 모두를 사랑해서 한 사람만 이뻐할 수 없어."라고 말하면서), 하루에 한 명씩 순번을 정하기도 한다. 


이전 저런 사정으로 담임선생님은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 잠깐 비우는 시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안하기 때문이고, 시간도 잘 나질 않는다. 모든 지도와 설명은 인원수 기준으로 반복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학생수 20명이면 20번 반복한다. 그래서 1학년 샘은 방광염을 많이 앓는다. 꼭 교사 힘든 것을 항변하는 것 같아 그만한다. 기억해야 할 것은 1학년은 학교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단계이다. 1학년 과정을 통해 우리 아이들은 뭐든지 할 수 있고, 가능하고, 사랑받을 수 있어야 하고 샘들도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등 1학년 차근차근 준비와 아이를 맞는 이해와 공감이 잘 형성되면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만들 수 있다. 

출처: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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