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그 본능에 대하여

by heize


글을 읽고 쓰는 것만큼 본성에 가까운 행위는 없다. 특히나 '쓰기'는, 일종의 자연 현상처럼 느껴질 때가 있을 정도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나라는 존재가 설계되던 해에 만들어진 '기초 설정값' 같은 느낌이랄까. 전지전능하신 어떤 이의 개입일지도 모른다는 거창한 생각마저 든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본능에 가까운 행위의 결과가 행복이나 만족감이 아니라는 것. 줄곧 일종의 '카타르시스'와 그 궤를 같이 한다는 사실이다.


오늘도 응어리진 감정은 내 글의 원천이 됐다. 뒤섞이고 단단해진 감정은 어느새 마음속 활자를 만들어 내기에 바빴고, 그 배출구를 짧은 글로 만들어 냈다.


오래간만에 적는 글이라 잘 써내고 싶었는데. 잘 쓰기는커녕, 잘 썰어낸 감정의 파편만 남았다. 파편은 잘게 부숴 가루를 낼 테다.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소란해질 나의 내일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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