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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마이 Sep 20. 2022

조동필씨의 오타쿠 일대기

<놉> 리뷰



<놉>

(NOPE, 2022)

미국/130분/미스터리

감독 : 조던 필

출연 : 다니엘 칼루야, 케케 파머, 스티븐 연 외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보적인 세계관을 지닌 조동필 씨가 돌아왔다. <겟 아웃>은 어느 가정집, <어스>에서는 지하세계로, <놉>은 하늘, 어쩌면 우주로 배경을 확장시켰다. 이들이 상대하는 상대방 또한 백인들에서 복제 인간들로, 이번엔 외계 생명체로 거대해지고 화려해졌다. 인종차별이라는 그만의 확실한 첫 번째 담론에 대한 뚝심은 그대로 간직한 채, 더욱 다채롭고 볼거리가 풍성해진 이번 <놉>은 분명히 호불호가 갈릴 것임에도, 추천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가장 직설적이고 가장 대담하게 인종차별에 대한 담론을 이야기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겟 아웃>에서는 백인들만의 카르텔과 암묵적으로 종속되어 있는 흑인들이 함께 지내는 집 안에서의 모습으로 그 차별을 이야기했고, <어스>에서는 백인 가족들과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 복제인간들이 살해하는 대상, 티비 광고 등 간접적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놉>은 아예 관객을 청자로 두고 인종차별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한다는 느낌도 받았다. 













 에메랄드는 영화 스태프들에게 자신들의 말 농장을 설명하며, 최초의 영화가 흑인이 말을 타고 달리는 사진에서 시작된 것을 아느냐며, 영화라는 개념을 창조한 흑인들이, 지금은 영화 산업의 변두리로 밀려난 이 황당한 현실을 처음부터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 그 대사가 끝난 후 바로 영화 현장에서 쫓겨나는 에메랄드와 OJ의 모습도 그러하다. 또한 골디가 아시아계인 주프만을 둔 채 남은 모든 백인들을 공격했다는 지점 역시 적나라하게 조던 필 감독이 꾸준히 해왔던 장치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유일하게 그 녀석에게 잡아먹힌 정예 멤버가 백인 감독이라는 지점 역시, 마지막까지 확실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가는 조동필 씨의 뚝심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사실 조동필 씨의 영화들은 모두 같은 맥락의 담론을 하고 있다는, 일종의 장점이자 단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감독은 이번엔 영화 산업에 대한 이야기도 하나의 큰 줄기로 가져간다.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인물들로 영화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 이 메타적인 설정과 여러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들이  조동필 스타일의 <시네마 천국>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나 주프와 골디의 <E.T> 장면에서 이 감독이 가지고 있는 외계 영화에 대한 애정을 알 수 있었고, 이후 나오는 '그 녀석'의 모습에서도 이 감독이 생각하는 '외계'가 무궁무진하고, 앞으로 계속해서 이런 이야기를 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녀석'은 굉장히 독특하다. 가까이 다가오면 모든 전자기기가 작동을 멈춘다. 어째서 이런 설정을 추가했을까? 혹시 흑인 기수가 시작한 영화 산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그 녀석'의 모습을 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에서, 아무리 최첨단 장비라도 전혀 소용없다. 백인 감독은 아날로그 카메라를 작동시키다가 결국 잡아먹히고 만다. 그러다 결국 마지막에 '그 녀석'의 모습을 담는 것은 우물을 돌려 사진과 같은 형태를 띠는, 카메라라는 형태도 갖추고 있지 않은 구식 장치이다. 그러고는 흑인 기수의 모습이 OJ로 형상화되어 나타난다. 어쩌면 영화 산업을 만든 흑인들에 대한 헌사이자, 백인 중심의 현재 영화 산업에 대한 경고장이자 비판일 것이다.


 













 또한, 그렇게 마주하고 싶었던, 마주하기 싫었던 그 녀석의 본 모습은 굉장히 거대한 카메라의 모습을 하고 있다. 마치 사람들을 잡아먹는 것이 아닌 촬영하는 듯한 그 웅장하고 어딘가 이상한 모습도 정말 독특한 지점이라 느껴졌다. 자신을 온갖 카메라를 동해 촬영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이 생명체는 역으로 하나의 영화를 촬영하듯이 보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아무래도 과식(?)을 한 그 녀석이 폭우와 함께 OJ와 에메랄드의 집 위로 핏물을 쏟아내는 장면일 것이다. 이후 피 범벅이 된 그들의 집을 보며, 조동필 씨가 시각적인 효과도 잘 활용하는 감독이었다는 자각을 다시 한번 할 수 있었다.






 나아가 주프(스티븐 연)을 골디로 하여금 살려둠으로써 인종 차별의 이야기를 하던 감독은, 결국 대상을 자신의 소유물로 대하고 수단으로 활용하는 그 백인들과 다를 것 없는 모습을 보이는 주프를 외계 생명체에게 잡아먹히게 한다. 이러한 장치를 통해, 골디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주프는 백인-기득권의 소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아마 감독은 누구든 기득권을 잡는 순간 체득하게 되는 지배 욕구에 대한 위험함을 알리고자 했던 것일까? 그 다양한 해석이 궁금해진다.






 이처럼 점점 판을 넓혀가는 조동필 씨의 백인 죽이는 영화(...) 시리즈가 평생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또, 여러 부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이번 영화로 더욱 확실해진 부분으로, 조동필 씨도 기예르모 감독처럼 크리처에 엄청난 신경을 쓴다는 점과, 소수자의 담론을 한다는 점, 무엇보다 둘 다 오타쿠라는 지점(...)이 가장 그렇다. 마지막 에메랄드의 오토바이 착지 씬, 어디에선가 본 것 같지 않은가? 오토모 카츠히로의 <아키라> 오토바이 씬 오마주라고 한다(...) 이 못 말리는 (돈 잘 버는) 오타쿠들이 더 많이! 본인들의 덕질을 공유해 줬으면 좋겠는 바람이다.
























아래 사이트는 작중 주프가 운영하는 테마파크의 인터넷 사이트이다.


홍보용으로 제작한 것 같은데 실제 굿즈를 이곳에서 판매하는 것 같다.


<골디가 왔다!>의 오프닝 영상도 재생 중이니 영화를 재미있게 본 사람은 꼭 방문해 보길 바란다.


(작중 외계 생명체가 쓸고 간 공연장이 지금 공사 중인 게 진짜 미쳐버리겠다ㅜㅜ)


** 들어가자마자 오른쪽 상단의 해를 클릭해보라!!


https://www.jupitersclaim.com/star-la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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