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얼마 전 들어놓은 적금이 모두 끝나 목돈이 생겼다. 다시 이자율이 높은 은행을 알아봤고 제1금융권이 운영하는 한 저축은행에 예금을 넣겠다고 결정했다. 비대면의 이자율이 더 높았지만 스마트폰 어플로 사용하는 은행은 단 하나만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 창구로 직접 방문했다.
“나이도 젊으신데 모바일로 하시죠.”
은행원이 말했다. 한 차례 비대면이 이자가 더 높다는 안내를 해주시곤 그래도 여기서 하겠다니 나온 얘기이기도 했다. 이건 분명 권유가 아닌 일종의 압박이었다. 나는 구태여 하지 않은 말까지 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패드는 안 되던데요?”
이 말에 은행원의 표정 변화가 참 가관이었다. 평일 낮에 은행을 방문한 내가 한가한 찐따로라도 보였던 걸까? 찍어 눌러 제압하고 싶으셨나 본데 아이패드 유저라니 잘못 건드렸나 싶어지셨나 보다. 그때서야 수월하게 내가 원하는 예금에 대해 들을 수 있었고 현금을 직접 가져가야만 가능한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입출금 개설도 안되던 곳이라 폰으로 쏘는 것도 불가했다) 나는 차라리 잘됐다 싶어 그 자리를 나섰다. 나가면서 스미싱 피해를 조심하라는 포스터가 보였다. 착잡한 심정에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현재 안드로이드 폰을 사용 중이며 거기에 들어놓은 단 하나의 은행 어플에선 (본행과 타행 모두) 오픈뱅킹 사전 차단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아이패드에도 딱 하나의 은행 어플이 있는데 이곳은 오픈뱅킹 차단이 안 되는 곳이라 이번 달 끝나는 대로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스마트폰이 해킹당하거나 하는 일이 있어도 연동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비대면으로만 하고 있는 은행 역시 오픈뱅킹을 차단할 수 있다면 미리 차단(본행/타행 모두)해 두었다.
스미싱 피해에 대한 일종의 대비책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시대이고 현금을 들고 다닌다 하더라도 다수가 있는 모임에선 희한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일쑤라 한 개의 어플은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이젠 이것이 편해지기도 했는데 한 편으론 범죄자에게 쉬운 표적이 된 걸 수 있겠다 싶다.
지인의 휴대폰이 해킹당해 보내진 부고 문자를 잘못 눌러 스미싱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한다. 외부에 있던 공용 충전기를 함께 사용하다 해킹당해 스마트폰에 깔린 은행은 물론 개설된 모든 은행의 계좌가 털리기도 한다. 전재산을 도둑맞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저 모든 것은 고객님 당신의 탓이라 돌릴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은행권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이자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창구로 향한 것이기도 했다. 스마트하고 간편한 시대에 불편을 택하는 바보이기도 했던 거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바보로 살아야지 싶어 진다. 이제 곧 두 식구에서 세 식구로 느는데 내 재산이 도둑맞아 가정이 무너지는 것을 놔둘 수는 없다. 낮아진 이자에 대한 보상은 보안으로 이어진 것이라 여기려고 한다.
사전 차단 따위 없이 무조건 오픈하며 간편하라 손짓하는 그대(은행)들에게 전한다.
“기술이 되면서도 안 하는 건 도둑들과 한통속이라서 그러시는 건가요?”
*혹시 오픈뱅킹이 무엇인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관련 기사를 첨부한다.
상당수 은행이 사전 차단 서비스를 막고 있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