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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그녀 May 07. 2024

글 잘 쓰고 싶니? ㅅㅅ해!

글을 잘 쓰고 싶었다. 한글을 깨친 이후부터는 늘 글 잘 쓰는 사람이 위대해 보였다. 어릴 적에는 창작동화 작가가 멋졌고, 고등학생 때는 소설가, 대학 시절에는 프레젠테이션 대본을 맛깔나게 쓰는 친구가 부러웠다. 이후 사회생활을 하며 각자의 분야에서 책을 내는 사람들이 선망의 대상이었다. '언젠가는 나도 책을 낼 거야!' 초등학생 때부터 교사이자 작가가 꿈이었는데, 어느덧 '언젠가는'으로 미룰 수 없게 됐다. 이제 마흔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런 시기에 브런치를 시작했다. 글을 쓰기 시작하니 글 소비자였던 관록으로 글쓰기 관련 책을 하나 둘 읽어가는 중이다.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내용들을 담고 있는 글쓰기 책들은 하나하나 내 생각을 찌르고 마음을 울리는 내용으로 차 있었다. 그런데 김종원 작가의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는 글쓰기 실력 향상을 위한 보통의 책들과 달랐다. 이 책은 좋은 글 이전에 좋은 삶을 관리하라 말한다.



'삶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라는 말의 울림



'나쁜 것과 악취가 나는 것들을 풍성하게 경험하며 그 안에서 좋은 것을 찾고 자신의 의식과 안목을 상승시켜야 한다.'-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중

 370여 페이지가 되는 이 책을 관통하는 내용은 '좋은 삶을 살아야 좋은 글이 나온다'이다. 사실 글쓰기를 하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거나, 쓰는 사람의 인격이 글에 드러난다는 내용은 여타의 글쓰기 책들도 한 꼭지 정도로 다루곤 한다. 하지만 이 책처럼 책 전체 내용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며 강조하진 않는다. 이 책을 통한 독서 모임 중 한 분은 이 책이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가 아닌 '삶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깊이 공감했다. 이 정도로 책 전체에서 '좋은 삶'을 강조한다. 자신의 글을 실천하는 삶, 어렵고 신중하게 사는 삶이 좋은 글을 만든다.




좋은 삶과 더불어 글을 위해 강조한 것은 '사색'이다. 고민하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글쓰기'라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아무것도 우습게 생각하지 말라 한다. 생각이 글을 만드는 것이니 생각을 깊이 하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새롭게 다가온 것은 글은 '아는 것'이 아닌 '보는 것'으로 써야 한다고 논한 점이다. 지식이 아닌 생각과 관점만으로 쓰라는 것이다. 인용이 충분히 들어 있는 책이 객관적이라 생각했는데,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다. 그러고 보니 이 책 또한 인용은 거의 없고 작가의 생각, 관점을 바탕으로 썼다. 보는 것만으로 글을 써 내려가려면 쓰는 이의 가치관과 판단이 글의 핵심이 될 것이다. 세상의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나만의 생각으로 쓰려면 얼마나 깊은 사색이 필요할까.



대중교통의 필수품은 사색을 뒤로 한 스마트폰이다


책을 덮으며 '사색-좋은 삶-좋은 글'은 '과정'이란 생각이 든다. 주변 사람들, 사소한 것들, 심지어 나의 내면까지 한 번, 두 번, 세 번씩 충분히 생각했을 때 나쁜 삶을 살기란 어렵다. 또 사색을 통해 좋은 삶을 살게 되면 삶이 담긴 글이 좋아진다. 결국 사색으로 시작하여 좋은 글로 마무리되는 하나의 과정인 것이다. '이들은 부르주아인가? 삶이 이토록 바쁜데 언제 여유롭게 생각하고 있어?' 쇼펜하우어, 괴테, 김종원 작가 등 사색을 강조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소심한 반항의 마음도 솟는다. 기술은 발전하는데 왜 더 분주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인지. 그럼에도 '그래서 사색 없는 삶이 더 좋니?'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사색의 부재는 질적인 삶을 만들기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좋은 작가가 되고 싶다. 글로 누군가를 돕고 싶다. 좋은 삶을 살고 싶다.


내마음 ㅅㅅㅎ, 내마음 사색해!



과거에 비해 현재는 대부분의 생활에서 '사색'의 자리를 잃었다. 버스나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이 줄었고, 설령 그런 시간이 있더라도 스마트폰으로 온갖 것을 할 수 있다. 삶은 편해졌고 효율적으로 변했는데, 유휴 시간에 할 수 있는 것도 늘어났다. 사색의 부재는 관계의 건조함, 지혜보다 지식에 의존하는 삶으로 드러난다. 이런 삶을 글로 담긴 싫다. 좋은 삶은 주변을 충분히 생각하는 진득한 사색으로 오고, 이것을 담은 글은 좋은 글이 될 수밖에 없다. 늘 '타인을 아우르는 지혜로운 노인'이 되는 것이 로망이었다. 이제는 여기에 '사색을 통해 글로 쓰고 싶은 삶을 사는'이라 한 방울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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