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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박스 UNBOX Nov 23. 2022

백야드빌더: 뚜렷하게 이어온 취향이 담긴 아지트

side b Vol 1. 백야드빌더: 김현종 대표 겸 디렉터 

                      

브랜드 언박싱(brand unboxing)은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기록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브랜드 언박싱의 뒷면, side b는 성수동에 색을 입히고 이야기를 채워가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백야드빌더 성수점. 현재 전자담배 브랜드 ‘글로’와 협업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백야드빌더는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어떤 곳이고, 또 어떤 브랜드인지 직접 소개 부탁드릴게요. 

백야드빌더는 크게 바이크, 자전거, 캠핑, 커피라는 네 가지 취향을 바탕으로 하는 브랜드예요. 성수동에 바이크를 테마로 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고, 포천에 캠핑장, 용인에 자전거 테마의 카페와 답십리의 에스프레소바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 년에 한 번씩 바이크 타는 분들이 다 같이 참여할 수 있는 스탬프 투어를 진행하기도 하고요. 또 마스코트 ‘빌리’를 활용해 라이더나 캠핑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의류, 용품들을 판매하기도 해요.


김현종 백야드빌더 대표 겸 디렉터.


백야드빌더의 처음이 궁금해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사실 처음부터 바이크를 컨셉으로 한 카페를 오픈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4년 전 종로구 구기동에 마련했던 제 작업실이 백야드빌더의 시작이었는데요. 저는 공간 예술을 전공하고 성현어패럴이라는 기업 의류 제작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사업을 10년 정도 하다 보니 지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조용하고 고즈넉한 곳에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저만의 작업실 겸 아지트를 만든 거죠. 제가 바이크, 커피, 캠핑, 목공을 좋아하는데, 이런 것들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취향을 즐기기 위한 아지트가 라이더를 위한 카페가 됐네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누다 보니 사람들이 점점 모이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카페를 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던 것 같아요. 구기동에 문을 열고 딱 1년 뒤에 성수동으로 옮기게 됐어요. 


‘백야드빌더’라는 이름에 맞게 성수점 뒷마당에도 공간을 마련했다.


성수동에 매장을 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성수동에서도 약간은 숨은 골목에 자리 잡으셨어요. 

원래도 번화가보다는 자연스럽고 조용한 동네를 좋아해요. 산이나 냇가가 있다거나, 가공되지 않은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 공장지대도요. 바이크를 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종종 마음이 가는 곳을 만나게 되는데, 처음 작업실을 마련했던 곳도 그렇게 찾았던 종로구 구기동의 북한산 자락이에요. 지금 성수점이 문을 연 곳도 마찬가지고요. 금속이나 나사를 깎는 공업사가 있던 자리인데 흰색 외관을 보자마자 ‘여기다’ 싶었죠. 가게 앞, 옆이 트여있어 여유 공간이 있는 것도 좋았고요. 바이크 타는 분들이 편하게 잠깐 세워둘 수 있을 테니까요. 


흰색 외관이 정말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원래 모습을 유지하신 거라니 더 놀라워요. 

최대한 원래의 모습을 살리고 싶었어요. 성수점을 준비할 때 가장 공들인 것도 외관이에요. 빈티지한 매력을 그대로 가진 오래된 건물을 만나기가 정말 쉽지 않거든요. 내부 공간도 마찬가지로 오일을 바르거나 색을 입히지 않은 합판을 붙였어요. 가공하지 않은 합판이 자연스럽게 낡아가는 모습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바깥에 유리문도 설치하지 않았었는데, 쥐가 들어와서 안 되겠더라고요. 


BSA 라이선스를 활용한 아트웍.


바이크를 컨셉으로 한 카페는 흔치 않잖아요. 

지금은 그래도 꽤 많이 생겼어요. 처음 성수점을 오픈했던 2019년쯤에는 바이크를 타는 사람들이 들러 커피도 마시고, 잠깐 이야기 나누며 쉬어갈 만한 카페가 거의 없었거든요. 백야드빌더 성수점이 바이크라는 같은 취향을 가진 이들이 편하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어요. 처음엔 백야드빌더라는 브랜드 자체로 다가가기가 어려워서, 영국의 유서 깊은 바이크 제조사인 BSA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브랜딩에 활용했어요. '바이크를 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브랜드를 보여주면 좋겠다' 싶어서요. 


(좌) 백야드빌더 성수점 벽면에는 2022 스탬프투어 포스터가 걸려있다. (우) 마스코트 빌리 를 활용한 굿즈들.


성수점을 운영하신 지 벌써 4년 째에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스탬프 투어나 BBC(Backyard Builder Camp)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스탬프 투어는 2020년부터 1년에 한 번씩 진행하고 있는데, 바이크나 자전거를 타고 몇 개 거점을 방문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이벤트예요. 두 바퀴 라이더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죠. 진행하다 보면 바이크에 진심인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2021년 해남으로 떠난 BBC.


이런 프로그램들을 지속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브랜드를 운영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자연스러움’이에요. 단순히 지금 인기 있는 것을 내세우거나, 돈을 벌 수 있는 것을 따라가고 싶지는 않아요. 서핑이 인기라고 해서 갑자기 서핑 트립을 기획하고, 테니스 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테니스 치는 빌리(마스코트)를 만들지 않는 것처럼요. 저는 무엇을 하든 명분이 중요한데, 브랜드로서 지속가능하려면 우리가 이것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또 바이크, 자전거나 캠핑에 이제 막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분들이 저희를 통해 더 쉽게 진입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포천에 백야드빌더 필드라는 캠핑장을 오픈한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캠핑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이것저것 배우며 시도해볼 수 있는 ‘캠핑 연습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떤 분야든 새로운 이들의 진입 없이 고여있다면 더 폐쇄적으로 될 수밖에 없어요. 우리들만의 잔치가 되기 쉽고, 자아도취에 빠지기도 쉽겠죠. 저희가 즐기는 것들이 일부만 즐기는 특별한 취미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 씬이 더 건강하게 커질 수 있도록요. 


앞으로의 백야드빌더는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까지는 두 바퀴 라이더, 캠퍼들에게 집중해왔어요. 앞으로는 더 많은 분께 백야드빌더가 어떤 브랜드인지를 보여주며 확장해나가고 싶어요. 물론 저희의 정체성은 잃지 않는 선에서요. 바이크에서 자전거, 캠핑, 커피까지 확장해왔다면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여행이나 일상과 관련된 것들을 해보고 싶어요. 누구나 접해본 브랜드와의 협업이 될 수도 있고,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의 전시가 될 수도 있겠죠. 저희의 색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의미심장한데요. 백야드빌더 성수점은요? 

성수점은 처음 정식으로 오픈한 매장인 만큼 가장 애착이 가는 매장이에요.  지금 운영하는 네 곳의 공간 중 가장 오래됐는데, 처음 오픈할 때와는 방문하는 분들도 많이 달라졌어요. 물론 여전히 바이크를 타는 분들의 비중이 가장 높기도 하고, 4년째 꾸준히 오는 친구들도 있지만요. 성수동에 정말 멋진 공간이 많잖아요. 그럼에도 굳이 여기를 찾아오는 분들을 보면 가끔 의아할 때도 있어요.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분명 백야드빌더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거예요.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브랜드는 지속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처음 오픈했을 때와 지금의 성수동은 많이 달라졌고 그만큼 멋진 곳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백야드빌더 성수점을 찾는 건 분명히 우리만의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정말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성수동에 좋은 곳도, 큰 기업들도 많이 모여드는 것 같아요. 불안하지 않냐고 물어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게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제게도, 백야드빌더에도 좋은 기회로 이어질 수도 있는 거고요.

브랜드를 키워가기 위해 마냥 멋진 무드를 보여주거나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싶지는 않아요. 돌이켜보면 조금 늦을 뿐이지 언젠가는 가게 되더라고요. 백야드빌더 필드도 거의 7-8년 전부터 준비해온 걸 이제야 시작하게 된 것처럼요. 앞으로도 자연스럽게 저희만의 것을 할 거예요. 



백야드빌더 성수, 서울 성동구 광나루로 152 

https://backyardbuil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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