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분유를 먹어야 한다.
페닐케톤뇨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둘째 아이는 PKU분유를 먹게 되었는데, 평생 먹어야 한다고 했다. 이제는 매일 먹어야 하는 일종의 약처럼 생각하고 먹이고 있다. 현재 하루 4번 먹고 있다. 아침에 하는 일 중 하나가 4개의 분유를 미리 저울을 사용해 g을 재서 컵에 담아놓는 것이다.
나는 7년째 분유를 타고 있고, 아이는 7년째 분유를 먹고 있다. 그 분유는 우리가 아는 그 달달한 맛도 냄새도 아니다. 냄새가 정말 별로다. 물론 PKU분유와 함께 일반 분유를 아주 약간 섞어서 먹기는 하는데, PKU분유의 양이 훨씬 많으니 당연히 냄새도 맛도 별로다.
맛이 없다고 먹지 않으면 안 된다. 페닐케톤뇨증 아이들은 평생 이 pku분유를 먹어야만 한다. 이 분유와 함께 식단조절을 해야 한다.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아플 때 밥은 안 먹어도 분유는 꼭 먹여야 한다고 하신다. 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 분유이다.
예전에 아이가 어렸을 적에 아팠었는데 아무것도 먹으려고 하지 않았던 적이 있다. 그때도 아마 입원을 해있었던 것 같은데 아이가 너무 안 먹으니 선생님께서 너무 안 먹으면 주삿바늘을 꽂아서라도 먹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그 말이 무서워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아이를 붙잡고 조금이라도 먹어보자며 안 먹으면 주사를 맞고 먹어야 한다며 애원을 해가며 조금씩 먹였던 적도 있었다.
그 분유에는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있다. 또한 이 아이들은 단백질을 먹을 수가 없는데 여기에는 페닐알리닌이 제외된 단백질이 들어있어서 아이가 자라는데 아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맛도 없는 분유를 하루에 꼬박꼬박 시간 맞춰 4번을 먹어야 하니 아이가 얼마나 힘들고 배부를까만은 먹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니 어쩔 수가 없다. 일어나자마자 먹고 시간텀이 4시간 정도에 한 번씩 먹는다. 아이들은 늦잠을 잘 수도 있는데 분유를 너무 늦게 먹으면 계속 뒤로 밀리니 아이가 더 자고 싶어 해도 먹고 자라고 하게 된다. 아직까지는 어려서 별말 없이 일어나자마자 분유를 먹는다. 7년째 분유를 잘(?) 먹어주고 있어 고맙기도 하다.
분유 g수가 늘어나면서 물의 양도 늘어나게 된다. 한 번 마실 때마다 정말 배부를 것 같다. 그래서 밥도 하루 두 번을 먹고 밥의 양도 아주 적게 먹는데도 불구하고 밥 먹는 걸 힘들어한다. 저단백 햇반을 먹고 있는데 한 끼에 저단백 햇반 1/4를 먹고 있다. 언제쯤 저 밥 하나를 다 먹을 수 있을까 싶다.
밥은 적게 먹고 분유를 많이 먹다 보니 변도 늘 묽은 편이다. 그래서 밥을 두 끼는 꼭 먹이려고 하고, 마시는 것보다는 씹는 것을 자꾸 주려고 하는 편이다.
분유를 하루 4번을 먹어야 하니 외출할 때도 꼭 챙겨 나가야 한다. 물과 분유를 넣은 빨대컵을 같이 가지고 다닌다. 한 번 먹을 것은 챙겨가야 마음이 좀 놓인다. 그래서 여전히 조금은 큰 가방을 가지고 다니고 있다.
어렸을 때는 젖병, 조금 커서는 빨대컵으로 줬었는데 제일 나중에 구입한 빨대컵이 젖병과 비슷한 느낌이었나 보다. 외출한 어느 날 화장실에서 분유를 타고(흔들면 조금씩 새서 닦아줘야 하니 화장실에서 되도록이면 분유를 탄다.) 나가서 먹자고 하는데 아이가 화장실에서 먹겠단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창피하단다. 아기 먹는 것을 자기가 먹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하냐는 식으로 말했던 것 같다. 엄마가 되어 거기까지 미쳐 생각을 못했구나 싶었다. 그날 집에 가서 바로 예쁜 빨대컵으로 4개를 샀다. 그 후로는 밖에서도 잘 먹는다.
어렸을 적에는 주니까 그냥 먹었는데 요즘은 한 번씩 너무 맛이 없다고 인상을 팍 쓰기도 한다. 그러면 약이니까 그냥 먹어야 한다고 심플하게 말한다. 안 먹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이 분유가 지금의 이 아이를 있게 해 준 것이나 다름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