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인간 군상과 진실을 좇는 긴장감
감사하게도 '용의자들'의 가재본 프리뷰 이벤트에 참여해 우수 리뷰어로 선정된 후, 실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배송된 책을 받자마자 의미심장하게 끝난 가재본의 뒷이야기를 단숨에 읽은 저는 이제 그 여운을 만끽하며 리뷰글을 쓰고자 합니다.
'용의자들'은 정해연 작가의 새로운 스릴러로, 고등학교 3학년 현유정의 비극적인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어나갑니다. 폐건물에서 목이 졸려 사망한 채 발견된 유정의 죽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다섯 명의 용의자가 등장하며, 이들이 각자 기억하는 사건의 조각들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는 이야기입니다.
작품소개와 출판사 서평에서 언급된 것처럼, 이 소설은 매 챕터마다 중심인물이 바뀌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프리뷰 당시 저는 이걸 '크레이프 케이크'를 겹겹이 쌓아 올라가는 것이라고 표현했었죠. 덕분에 가재본 만으로도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계속해서 반전의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가재본만 봤을 때는 전체 내용을 다 읽고 나면 달콤하고 고소한 케이크를 음미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배송된 책을 다 읽어보니 이 이야기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현실적이고 건조하며, 가슴이 콱 막히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각 등장인물들의 상황이 묘사될 때마다 하나하나 굵은 선들이 겹쳐 내려갔고 유정의 죽음으로 이 실들이 지독하게 콱 엉켜버린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떳떳하지 못한 부족함과 갈증을 느끼는 현대인들의 사정들이 얽히고 엉켜 만들어진 비극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경찰은 범인을 찾았지만, 그로 인해 나쁜 사람이 사회에서 격리되었다는 기분이 들지 않아 여운이 심하게 남는다고 할까요.
사람은 삶에서 무언가를 갈구하게 되는데 이것이 결핍되고 쌓여가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날카로움이 조금 더 뭉툭해지게 하려면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프리뷰 때 썼던 문장이 떠오릅니다. "Be kind; everyone you meet is fighting a hard battle" (친절하세요; 만나는 모든 사람이 힘든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전체 이야기를 알고 나니 매우 다른 의미로 이 문장이 떠오르는 게 참 재밌습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더 자세히 말해서 이 재미를 앗아가는 바보 같은 행동은 하지 않도록 하죠.
'용의자들'은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사회적 갈등을 예리하게 파헤치는 작품입니다. 정해연 작가님의 탁월한 스토리텔링은 저를 끝까지 사로잡았고, 숨 쉴 틈 없는 긴장감과 짜릿한 반전으로 압도적인 독서 경험을 선사했주었습니다. 아마도 이 여운은 한동안 잊지 못할 강렬한 느낌으로 남지 않을까 싶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