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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즉흥연주 May 26. 2024

게임 업계에서 내러티브 디자이너란?

스토리 아티스트 / 시나리오 기획자와 다른 점

스토리텔링과 내러티브는 종종 비슷한 느낌으로 혼용되는 편이지만, 사실 두 개념은 조금 다른걸 중점으로 두는 편입니다. 그래서 저도 제가 게임 회사에서 스토리를 담당할 때 처음엔 '스토리 아티스트'였다가 후엔 '내러티브 디자이너'가 되었죠.


보통 우리나라 게임 회사에선 기획 중에 스토리를 담당할 사람을 뽑다 보니 '시나리오 기획'이라는 직책을 씁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에선 스토리에만 집중하는 저를 데려왔기 때문에 기획이 아닌 '스토리 아티스트'라는 직군을 만들었죠. (픽사의 스토리 아티스트라는 직책이 마음에 들어서 제가 그렇게 명명했습니다 :>)


해외 게임회사에선 비슷한 업무를 하는 사람을 내러티브 디자이너라고 부릅니다. 이 내러티브 디자이너가 무엇인지 설명하려면 스토리텔링과 내러티브 간의 차이점을 짚고 넘어가야 하다 보니 여기에도 그 내용을 적어봅니다.


사전적으로 스토리텔링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행위입니다. 이것이 단순히 '정보 전달'과 구분되는 점은 '이야기'가 그냥 정보와 달리 연관된 정보를 통해 청중의 감정을 변화시키고,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점이겠습니다.


내러티브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이나 구조에 더욱 집중합니다. 내러티브는 정보를 전달받는 사람이 그 이야기를 어떻게 경험하는지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청중이 그 사건을 어떤 맥락에서, 어떤 감정적 흐름 속에서 받아들이게 하는지를 중요시합니다.


예를 들어, "빨간 망토 소녀"의 이야기에서 빨강 망토가 어떻게 숲에 들어가 늑대를 만나고 후에 할머니집에서 다시 재회하는지 그 내용을 쭉 설명하는 걸 '스토리'를 알려주는 '텔링'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때 그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늑대의 제스처를 흉내 내거나, 흥미진진할 때 말하는 걸 멈춰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거나, 불을 껐다가 켜서 깜짝 놀라게 하는 이러한 '경험'들을 내러티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러티브는 스토리텔링을 얼마나 더 잘 전달하냐의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게임 업계에서 두 단어의 관계를 아래와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이야기를 잘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스토리텔링'이란 단어는 문학과 영화, 마케팅이나 교육 쪽에서 쓰이고 어떻게 전달되냐는 측면에서 '내러티브'는 문학을 분석하거나 게임을 디자인할 때, 또는 심리학이나 사회학에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 업계에서 '스토리 아티스트'가 되어 '스토리텔링'팀을 꾸려나갔을 때 저는 게임 내의 스토리 텍스트를 담당했습니다. 기획과 아트, UI에서 제공하는 모든 리소스를 토대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가 가장 재밌어할 내용을 텍스트로 담아내는 게 스토리텔링 팀의 업무였습니다.


그 후 업무 영역이 더 넓어져 다른 파트원들과의 소통이 긴밀해졌습니다. 여기에 이런 사운드가 들어갔으면 좋겠다, 여기선 이런 아트가 이 타이밍에 나오자, 저기에선 대사를 몇 번 더 보여주자 등 좀 더 넓은 시야에서 유저들이 게임 내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경험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텍스트 작업도 계속하면서요)


그렇게 텍스트 작업을 포함한 다양한 내러티브 설계 업무를 포함하게 되면서 제 직책은 '내러티브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변화한 과정을 떠올려보면 게임의 IP 및 세계관과 관련해서 각 파트에 걸쳐져 있던 스토리텔링 그레이 존을 스토리가 흡수해서 진화했다는 느낌입니다.


이상 '스토리아티스트 or 시나리오 기획자'와 '내러티브 디자이너'의 차이점이었습니다.




*커버이미지는 https://www.gamedesigning.org/career/game-writer/ 에서 모셔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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