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넘기다. 사춘기 아들과 현명한 거리두기

정답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말하느냐’는 관점의 전환

by 하랑팀장

부모라는 역할은 때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소통의 통로와 같다. 아이의 서툰 행동 뒤에 숨겨진 불안을 읽어내야 하고, 내 마음속의 걱정을 잔소리가 아닌 진심으로 전달하기 위해 애써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등학교 입학 후 첫 중간고사를 치른 아들을 지켜보는 마음은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나름의 공력을 들이고 밤늦게까지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를 하며 애를 썼으나, 결과는 기대만큼 소망스럽지 못했다.


시험 기간 내내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묵묵히 참아내며 침묵을 선택했다. 가장 괴로운 것은 본인일 테니까. 하지만 내 눈에는 아이의 비효율적인 생활 패턴이 자꾸만 걸렸다. 새벽까지 스터디 카페에 있다가 돌아와 야식을 먹고, 샤워를 한 뒤 늦은 새벽에야 잠자리에 드는 악순환. 그 여파로 아침마다 전쟁 같은 기상을 반복하는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못마땅했다. 늦은 시간의 음식 섭취와 샤워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소중한 아침 시간을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조목조목 짚어주고 싶은 유혹이 강렬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채점까지 마친 그 다음날, 남편과 아들 그리고 나는 식탁에 마주 앉았다. 나는 아이에게 조심스레 첫 시험을 치러낸 마음이 어떠한지, 스스로 느낀 아쉬움이나 다음 시험에서 바꿔보고 싶은 점이 있는지 물었다. 그리고 한 가지 제안을 덧붙였다. 엄마의 생각 대신 AI 도구에게 네 상황을 솔직하게 들려주고 기말고사 대비 전략을 한번 물어보라는 것이었다. 부모의 주관적인 비판보다 AI의 객관적인 진단이 훨씬 신뢰할 만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아이가 본인의 상황을 프롬프트에 담자 AI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았다. 본인의 상황에 대한 인식이 좋다는 칭찬을 하면서도 공부 방식의 비효율성을 논리적으로 지적했다. 특히 내가 말하고 싶었던 밤늦은 스터디 카페 이용과 야식의 폐해를 생리학적 근거로 설명했다. 신기하게도 아이는 엄마의 간곡한 권유보다, 감정이 배제된 AI의 즉각적이고 방대한 데이터 기반의 답변에 훨씬 더 깊이 수긍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AI가 제시한 객관적인 지표가 아이에게는 비로소 '잔소리'가 아닌 '전략'으로 들린 모양이었다.


이 현상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메신저 효과(Messenger Effect)'와 맥을 같이 한다. 메시지의 내용이 아무리 옳다 해도, 그것을 전달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수용도가 달라지는 현상이다. 특히 사춘기 청소년에게 부모는 권위적이고 통제적인 존재로 인식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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