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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망고 Oct 08. 2023

MZ세대와 함께 일하는 장점

수요일 오전 회사 1층 카페에선, 텀블러를 가지고 오면 카페라테를 1,500원에 마실 수 있는 행사를 하고 있다.


보통 5,000원 하는 라떼를 저렴한 가격에 마실 수 있는 기회이니,

수요일이면 후배 한두 명과 함께 카페로 간다.

1,500원짜리 커피를 마시며 그 이상의 값어치 하는 대화를 통해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수의 인원과 일상적인, 때론 진지한 이야기를 하며,

서로 어떤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지 알아보고 관찰하는 일이 흥미롭다.

겉으론 회사는 일만 하러 오는 곳이라며 장벽을 치고 있지만, 속으론 사람들에 관심이 많기에

특히, 내가 챙겨야 할 후배들이 더욱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인 것이다.      


이런 대화를 통해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장점을 발견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불편함과 어려움은 없는지 살펴보려는 나의 작은 노력이라 생각해도 좋다.           



나도 80년대 초반에 태어났으니 같은 MZ세대라 우기기도 하지만,

확실히 90년대생인 요즘 친구들과 대화하면 성향이 제각각이라

각자 스타일에 맞는 매니징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네가 팀장도, 선생도 아닌데 뭘 이렇게까지 하냐?”라고 되묻는 동료들도 있었지만,


더 이상 방치하지도, 끌려다니지도 말고, 이렇게까지 해보자.’라고

다짐하였기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협동이 무엇이냐고 묻는 주니어 사원에게' 스토리 참고)


https://brunch.co.kr/@c444e7aef78540c/51


         

각자의 능력 기반으로 개개인의 전문성이 필요한 IT나 스타트업이 아닌

장치 산업군에 속해 있기에 조직 생활에서,

특히 업무에 있어 협동을 제일 우선으로 생각하는 나의 성향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친구에겐

전체 회의보다는 1:1 면담을 통해 업무를 협의하려 노력하고,

갓 입사한 신입사원에겐 조직의 소속감과 안정감을 확보해 주기 위해

선배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종종 마련해 주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매니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고민할 기회가 생기고,

이런저런 성공, 실패 사례를 겪으며 데이터가 축적되니

나 또한 중간 관리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까라면 까라’. '상명하복'군대식 문화에 익숙한 조직 생활을 해왔지만,

후배들은 정반대의 성향을 갖고 있기에 이들과 함께하기 위한 배려와 노력을 통해

회사생활을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바로 이 점이 MZ세대와 함께 일하는 첫 번째 장점이라 볼 수 있다.   


시원하게 할 말 다 하는 사원을 보면서, ‘나는 왜 저렇게 못 했을까?’ 싶어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감탄하기도 하고,

선을 넘는 후배를 보곤 ‘나는 저런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았나?’ 등

자신을 뒤돌아보며 반성하기도 한다.


또한, 바른 인성과 태도로 행동하는 친구들에겐 ‘내 자식도 저렇게 키워야지’ 싶어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을 보면서 ‘내 자식은 저렇게 키우면 안 되겠다.’라고 다짐하기도 한다.      

이렇게 그들과 함께 일하며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 장점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MZ세대가 조직 문화를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매년 봄이면 회사 전체 구성원이 주말 등산을 가거나,

가을이면 다 같이 운동회 혹은 워크숍을 가장한 야유회를 가는 등

평일이고 주말이고 회사 사람들과 함께하는 생활을 해야만 했다.     


가족보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하는 게 좋은 부장님, 임원들의 니즈에 맞춰

주말에도 회사 사람들과 어울리며 진정한 휴식 없이 그렇게 지내던 시절도 있었는데

아무리 협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이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다.      


협동은 어디까지나 회사업무 및 업무시간 내에서의 일이고,

업무시간 외 휴일에도 회사 밖에서까지 그렇게 지내고 싶지 않았는데

MZ세대가 회사의 절반을 차지한 후부턴 이런 문화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점은

그들이 바꾸어 놓은 진정한 장점이라 생각된다.      


또한, 회식 문화도 개선되어 예전엔 팀장을 중심으로 한 벙개에

메뉴도 삼겹살과 소주가 주를 이루었지만,

요즘은 계획된 회식, 구성원들이 먹고 싶어 하는 메뉴를 중심으로 한 형태로 변형되고 있다.     


그래서 요즘 내가 주관하는 파트 회식에선 두 달에 한 번 구성원이 돌아가면서

원하는 장소를 정하고, 각자 원하는 주류를 마시기에 회식에선 각자 입맛에 따라

하이볼, 소주, 맥주, 청하, 콜라 등 다양한 취향대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회식 자리는 더 이상 단합이라는 명목하에 윗사람이 권하는 술을 취할 때까지 마시는 자리가 아닌,

평소 먹지 못했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된 것이다.           



셋째, 요즘 세상의 트렌드를 알 수 있다.     


솔직히 회사에 다니지 않으면 개인적으로 젊은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없기에

세상사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알 수 있는 기쁨이 있다.

예를 들어, 요즘 핫하다는 장소, 요즘 인기 있는 대화 주제 등

나와는 다른 세대들이 살아가는 법이 때론 흥미롭고 신선하기도 하다.      


노래를 배우기 위해 보컬 레슨을 받는 친구도 있고, 바디 프로필을 찍기위해 식단 및 몸매를 관리하는 등 내 세계에선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을 대화를 통해 간접 경험할 수 있으니 이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이렇게 새로운 세상,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 알 수 있는 기쁨이  MZ세대와 함께 일하는 세 번째 장점이다.                




그간 스스로 꼰대임을 자청하며,

나와는 다른 후배들을 배척하기도 하고 거부하며 날을 세우기도 했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그들을 삶의 인연이라 여기곤 함께 일하는 장점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 또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세대가 다르기에 앞으로도 크게 공감대는 없을 테고,

또한 서로 잘 맞지 않는 성향 탓에 부딪히며 벽을 느끼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서로에게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고, 같은 조직 구성원으로서 조력자이기도 한 후배들과

적정한 선을 지키며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이상적인 관계가 되고 싶다.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부딪히고, 깨지고, 깨달으며

그렇게 손 내밀고, 한 발 한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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