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디는 아주 오래전부터 freeybh이다. ‘자유로운 삶’에 대한 갈증이 있어 아이디로나마 표출하고 싶었고, 그래서 이름의 이니셜인 ybh 앞에 free를 붙여 freeybh로 쭈욱 살아오고 있다. 국내 1호 기록학자인 김익한 교수님은 <거인의 노트>라는 책을 통해 자유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신다.
“한계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욕망을 기록하라.”
"자신의 진짜 욕망을 알면 자유로워진다."
가끔 삶이 공허하다고 느끼거나 무기력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해야 할 일, 다른 사람들에 의해 끌려다니는 등 역할을 해내는 데만 몰두해서 자기 삶의 주관자로 살지 못해서 일 것이다. <거인의 노트>에서는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될 때 자신이 가진 진짜 욕망을 만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몇 년 전, 휴직을 하고 한국을 떠나 온 가족이 싱가포르에서 1년간 살다 온 적이 있다. 생각해 보면, 싱가포르에 가기 전 내 상태와 마음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땐 회사만 바라보고, 올인(?) 했던 삶이라 지방 파견까지 다녀오며 밤낮, 주말 안 가리고 일했건만 그렇게 바라던 승진에서 밀리고 상사, 동료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불신 가득한 마음에 엉망진창이었다. '남들은 쉽게 쉽게 다하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안될까?'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그저 버텼었다.
그러다가 기회가 생겨 1년간 휴직을 하며 천천히 내 마음을, 내 욕망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중 하나의 방법이 자연을 벗 삼아 산책을 통해 가슴과 뇌를 환기시키며 나 자신과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내면의 나와 대화하며, 무엇 때문에 힘들어했는지 적어보기도 하고,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기록하며 글로 써본 것들이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치유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대부분의 내 또래들은 비슷하겠지만, 어린 시절부터 획일화된 교육, 정형화된 틀 안에서 보고, 듣고, 배우며 정해진 노선에서 상위권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성공하고, 행복한 삶이라는 인식아래 가슴 한 구석엔 알 수 없는 답답함과 허무함을 늘 품고 살아야 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체 말이다. 그동안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가면 판단'에 따라, 직장에서의 나, 엄마로서의 나, 자식으로서의 나 등 주어진 역할을 해내는 데만 몰두하며 사느라 나답게 살지 못하고, 내 욕망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타인의 바람을 자기화해서 그것이 나의 바람이라고 착각하며 살아온 부분도 꽤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들이 승진할 때 나도 승진해야 한다'라고 무의식 중에 머릿속에 주입해 왔고,
'골프는 재미도 없고, 잘하지도 못하지만 윗사람과 잘 지내려면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 라며
내 마음속 욕망과는 전혀 맞지도 않는, 직장에서 바라는 내가 되려고 기를 쓰고 일하며 지냈던 것 같다.
즉, 회사라는 환경 아래, 직장인들에게 공통적으로 주입된 외적인 성공 이미지가 나의 진짜 욕망이기보다는
허상을 쫓는 삶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기록하며 글을 쓰며 조금 더 나 자신과 친해지며 '가면 판단'이 아닌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많은 욕망 있는 삶'
즉, 전보다는 좀 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된 변화의 계기가 된 것 같다.
"내가 현재 바라는 것과 가면 판단을 통해서 깨달은 페르소나를 비교해 보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나의 삶에서 무엇을 버릴 것인지, 무엇을 병행할 것인지, 무엇을 추구할 것인지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자유는 이렇게 시작된다. 현재의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내면에 감춰 둔 욕망을 알게 되면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한계의 실체가 드러난다. 더 중요하게는 그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어야 하는지 실마리를 찾게 된다. 한계를 넘어 자유로워지고 싶은 당신에게 기록을 권하는 이유다."
- 김익한, 거인의 노트 中 -
요즘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 원하는 것들을 조금씩 배우고 실행하면서 살고 있다. 내 안에 있던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향한 열망을 글과 그림으로 표출하면서 말이다. 최근 인상 깊게 읽었던 송길영 작가님의 <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에 이런 말이 나온다. '핵개인은 자기 삶의 결정권을 가진 성인'이라고. AI와 함께 살아가는 미래에는 자율성의 기반이 없는 개인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이다. 애정하는 철학자 니체 역시 고귀한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부여한다고 했다. 그들은 모든 삶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성공을 하면 기쁘고, 실패를 해도 스스로 책임을 지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에 대한 세상의 평판에 온통 귀를 기울인다고 했다. 니체는 이러한 사람을 '즉각 그 평판 앞에 무릎 꿇는 노예'라고 지적한다.
자기 삶의 결정권을 가진, 자유로운 삶을 사는 고귀한 인간이 될 것인가? 혹은 다른 이들의 평판 앞에 무릎을 꿇는 노예가 될 것인가? 에 대한 판단과 노력은 내 삶의 순간순간의 선택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 줄 것이다. 앞으로 난 더 이상 무기력하게도, 허무하게 살고 싶지 않다. 매 순간 반짝이는 눈빛으로 좀 더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은 내가 선택할 것은 단 한 가지!
내 삶의 결정권을 가진 고귀한 인간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