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같은 시간이 끝났다. 1분, 1초도 허비하지 않으려고 아끼고 아꼈지만, 시간은 강물처럼 유야무야 흘러 한 달이 지나갔다. 누가 끝은 곧 시작이라고 했나. 지난 한 달의 삶은 내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까웠던 여행. 맑아진 영혼은 그곳에 남기고 한국인으로 서울에 돌아왔다.
태국 치앙마이 라린진다 웰니스 호텔
내 생애 처음으로 아들과 단 둘이 해외여행을 떠났다. 아들이 태어나면서부터 계획한 꿈이었다. 여행 자금을 모으고 육아휴직을 하고 아들과 둘이서 다른 나라에 살아보는 것. 4년간 준비해 4주를 태국에서 살았다. 아들과 단 둘이 치앙마이에서 3주간 머물고, 마지막 1주일은 방콕에서 아내와 재회해 여름휴가를 보냈다. 미국에서 태국으로 목적지를 바꾼 것이 신의 한 수였다.
몸이 안전했고 마음이 편안했다. 해외 살이에 마음이 불편하면 위축되기 마련인데 나와 아들은 한국에서 사는 것처럼 그렇게 지냈다. 인종 차별이 없어 무시당하거나 홀대받지 않았다. 나 역시 자대(自大) 하지 않았다. 오히려 외국인에 대한 현지인들의 배려에 감사하고 감동했다. 마음먹은 것은 거의 다 할 수 있었다.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었다. 물가가 저렴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들과 내가 치앙마이에서 3주간 쓴 돈은 약 460만 원(골프 제외). 미국에서 치앙마이처럼 생활한다면 1000만 원은 깨질 것이다. 치앙마이에 다시 간다면 항공편과 숙소 비용을 아껴 400만 원까지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타이항공(Thaiairways) 인천-방콕
*항공료: 타이항공 성인+소아=약 150만 원
타이항공으로 방콕을 거쳐 치앙마이로 들어갔다. 아직 인천-치앙마이 직항 노선이 풀리지 않았다. 타이항공 홈페이지에서 예약했다. 각각 수화물 20kg 포함 성인 81만 7700원, 소아 67만 6000원. 가장 비쌌지만 그만큼 편리했다. 홈페이지에서 미리 좌석을 선택할 수 있고 기내식도 따로 주문할 수 있었다. 수화물은 인천에서 연결편으로 치앙마이까지 바로 부쳤다. 비행기 좌석만 있다면 항공 일정은 무료로 변경할 수 있다.
*숙박비: 23박 24일 약 120만 원
항공편과 더불어 가장 비싸게 결제했다. 아들이 다닐 만한 국제학교를 알아보는데 치중한 나머지, 숙소를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다. 무려 20박을 호텔에서 지냈다. 중간에 펜션 같은 곳에서 3박(조식 포함 10만 원)을 했는데 확실히 저렴했다. 23박 24일 숙소 비용(조식 포함)은 약 120만 원. 숙소는 체류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태국 치앙마이 디콘도핑(D condo ping)
뒤늦게 알게 됐지만, 치앙마이에서는 장기 여행객을 위한 3만 원대/1박 저렴한 콘도들이 잘 발달돼 있다. 저렴하다고 해서 형편없는 곳이 아니다. 세련된 건물에 수영장까지 갖춘 콘도들이 많다. 그중 내가 직접 가본 곳이 '디콘도핑(Dcondo Ping)'이다. 치앙마이 최대 쇼핑몰 '센트럴 페스티벌' 옆에 있는데, 디콘도 브랜드 콘도들이 모여 있다. 치앙마이 번화가인 '님만해민'이나 '올드타운'에는 차를 타고 나가야 하지만, 센트럴 페스티벌이 도보 10분 거리에 있어 여러모로 편리하다.
디콘도 브랜드 중에서도 디콘도핑이 인기 있는 이유는 수영장이다. 콘도 건물들 사이로 널게 이어진 수영장은 웬만한 리조트 수영장을 방불케 한다. 그래서 한국인투숙객들이 많다. 그랩 기사도 디콘도에서 그랩을 부르는 손님 10명 중 9명은 한국인이라고 했다. 그는 디콘도를 '서울'이라고 표현했다.
디콘도는 에어비엔비(Airbnb)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호스트와 룸에 따라 다르지만 1박에 2만 5000원에서 3만 5000원 정도다. 물론 하우스키핑과 조식 서비스는 없다. 직접 청소하고 음식을 해 먹어야 한다. 여행지에서 청소와 요리는 생각보다 큰 불편함이다. 매일 청소해주고 침대 시트를 갈아주고 조식을 제공해주는 3만 원대 깔끔한 호텔이 있다면 가장 좋을 것 같다.
태국 치앙마이 쁘렘(Prem) 국제학교
*교육비: 약 77만 원
아들은 치앙마이에 머문 24일 중 절반인 12일간 국제학교 여름캠프를 다녔다. 첫 번째 국제학교는 주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수업을 진행했다. 점심식사 및 간식을 포함한 학비는 25만 6000원. 두 번째 국제학교에서는 '주 7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여름 캠프를 진행했다. 1주일 내내 하루 종일 아이들을 데리고 놀았다. 학비는 점심 및 저녁 식사, 간식, 체험활동을 포함해 51만 3000원. 비싼 만큼 커리큘럼이 알찼고 아이도 대만족 했다.
항공료와 숙박비는 물론 교육비까지 반드시 필요한 지출(347만 원)이었다. 총비용의 75%를 차지한다. 다만, 다시 치앙마이 여행을 계획한다면 항공료와 숙박비는 20% 정도 아낄 수 있을 것 같다. 교육비는 좋은 체험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더 쓸 의향이 있다.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이 각각 10월과 11월에 인천-치앙마이 직항 노선을 재개한다. 대한항공 10월 직항 요금은 90만 원대로 정말 사악하다. 유류할증료 등을 감안해도 엄청 비싸다. 기내 간식으로 '땅콩(마카다미아)'도 안 준다는데 하염없이 가격을 올렸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했으니, 앞으로 항공료는 자기들 마음대로 주무를 것 같다. 국토교통부에서 감시한다고 하지만, 퇴직한 선배 공무원들이 항공사에 딱 버티고 있으니... "이게 나라냐."
땅콩항공의 가격을 낮추는 건 국토교통부가 아닌 경쟁사다. 11월 제주항공 치앙마이 직항 왕복 요금은 성인 기준 50만 원대. 12월로 넘어가면 조금 더 저렴해진다. 대한항공도 11~12월 요금이 10월보다 싸다. 어쨌든 11월부터는 비행시간이 단축되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