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농암 Oct 21. 2022

저 직원 잘라야 하는데

(권고사직에 응하지 않는 직원 어떻게 하나요?)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액이 30% 감소했습니다. 앞으로도 회복될 조짐은 없는데 인건비는 고정적으로 나가니 적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휴업도 하고 휴직도 하면서 겨우 버텨왔습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도 모두 받은 상태라서 더 이상의 휴업이나 휴직은 어렵습니다. 설계 파트에 유휴인력 두 명이 있는데, 입사 당시부터 고정 연봉 근로계약을 체결하다 보니 업무량이 줄어든 해당 직원은 더 좋아하는 눈치입니다. 더욱이 두 사람은 회사 내에서도 최고로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사람들입니다. 회사의 입장을 설명하고 사직을 권유했는데 스스로 나갈 의사는 전혀 없다고 합니다. 이러한 직원을 문제없이 자르는 방법이 있을까요. 어느 중소기업 사장의 말입니다.   

  

 이와 같은 질문을 참 많이 받습니다. 그때마다 어떻게 답변해야 좋을지 망설여집니다.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이나 해결책이 있기나 한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충분한 보상이나 해당 직원이 희망하는 금전이 주어진다면 쉽게 해결될 일이긴 합니다. 그런데 많은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그만한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부서나 업무로 전환배치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남는 시간을 대외 영업을 위해 일하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요?

 근로시간이나 근무일수를 줄이고, 줄인 만큼 임금을 낮게 조정하면 안 될까요?

 이 기회에 임금체계를 연봉제에서 시급제로 전환하는 것은 가능하겠습니까?

 남아 있는 연차휴가라도 모두 사용하도록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부분 휴업을 하고 휴업수당 70%를 지급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여러 질문에 대해 그 점도 생각 안 해본 바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타당성이 낮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근로계약상 근무 장소나 담당업무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는 경우에 이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해당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임금의 구성항목과 계산방법을 변경하기 위해서도 역시 그러합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회사 경영이 어려우면 그 이유로 정리해고를 해도 되지 않습니까? 사장님의 질문입니다. 이러한 질문도 많이 받습니다. 30여 명의 직원 중에서 콕 찍어둔 2명을 내보내기 위해 정리해고를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해고 대상자 선정기준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이다 보기 어렵게 됩니다. 더구나 우리 법률은 정리해고의 요건과 절차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서,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거치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갑니다. 그렇게 다해도 결국에는 부당해고로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도 하시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만 분명히 후회하실 겁니다. 이어서 정리해고의 요건과 절차를 설명합니다. 그러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이놈의 법은 뭣하나 사장 편은 없고 죄다 근로자 편만 들고 있으니,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디에다 호소해야 합니까?”      



 약간의 침묵이 흐른 뒤 회사의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권고사직이 가능한 방법이 없는지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회귀합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하기 싫었지만, 이도 고객에 대한 서비스라 생각되어 말을 꺼냈습니다.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유가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진심으로 설득하고 호소하다 보면 직원이 동화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 순간을 잘 잡으십시오.   


  



 우리나라는 해고가 법적으로 엄격한 제한을 받습니다. 기간제, 계약직, 파견직, 임시직, 일용직 근로자들이 늘어난 배경이기도 합니다. 차라리 해고에 대한 자유를 부여하고, 해고를 한 사용자에게 해당 근로자의 실업에 대한 일정 책임을 지우는 건 어떨까 생각해보게 되는 날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습 3개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