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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핀휠 Dec 27. 2022

어느 날 대표님이 우리도 매달 파티를 열자고 했다

2022 핀휠 연말파티 기획 비하인드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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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무더운 여름날, 지금까지 핀휠을 거쳐간 모든 이를 초대하여 루프탑 바베큐 파티(라고 쓰고 맥주파티라고 읽는다)를 진행하였다. 제1회 맥주파티는 겨울에 다시 열릴 두 번째 파티만을 기약하며 성황리에 끝나게 되는데...

광란의 맥주파티 개최기  




호구박 대표: 장애인들을 취업시키면서 돈도 벌어볼까 라는 생각으로 창업한 호구박사


지난 8월 건물 옥상에서 오후부터 저녁까지 이뤄졌던 맥주파티는 상상하고 고민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좋게 많은 사람들을 만났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런 파티는 한 번으로 끝낼 수 없기에 팀원들과 파티가 끝나고 난 후 저녁 11시가 넘어서 뒤풀이 겸 보드게임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다음 맥주파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물론 시작은 늘 그렇듯 모두를 설득하려면 일단 강한 것부터 꺼내야 한다는 생각에 “우리 너무 좋았으니까 매 월 해보는 것은 어떠냐”라고 했더니, 다들 들고 있던 스플렌더 카드를 내려놓고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여기까지는 예상했던 반응! 그래서 조심스럽게 분기별 이야기를 꺼낸 후에 진짜 원했던 타협안인 반기별로 하자는 답변을 받고는 과감하게 스플렌더 따위 져드렸다.

하지만 여기서 끝내면 나중에 흐지부지 될 수도 있기에 달력에 아예 날짜를 넣었다.


2022년 12월 19일. 이때는 지구가 무너져도 다시 한번 더 맥주 파티를 하자고.


와인이 몸에 안 받는다고 몸에서 열이 오른다고 말하던 최약체 알바트로 준도(나중에 알고 보니 코로나였다. 정말 다행인 것은 알바트로 준 말고는 아무도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없었다는 것), 복지관도 아니고 무슨 행사를 매월 하냐고 취한 얼굴로 스플렌더를 이기던 김선비님도, 스플렌더의 원래 목적과는 상관없이 모든 카드를 종류별로 모으고 있던 대드리님도 다들 좋다고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추후 우리는 가끔 차기 파티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를 구체적으로 정하곤 했었다. 특히 차기 파티에 대한 모두의 공통적인 의견은 ‘해 먹으면 싸지만 너무 힘드니까 사 먹자’는 것 그리고 ‘옥상보단 외부에서’ 하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지만, 사실 우리 회사만큼 휠체어 접근성이 좋은 곳은 없었기에, 장소는 낙성벤처창업센터의 지하를 대관하고 보드 게임을 하자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사실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지하에 있는 보드게임 카페도 가보고, 대관할 만한 술집도 찾아보는 등 모두의 열정이 넘쳤다.)


하지만 연말이 다가오면서 다양한 기업들과 사람들을 만나야만 했고, 감사하게도 우리 사업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도 많아지고, 우리가 만들고 있는 플랫폼도, 우리가 하고 있는 일도 더욱 진정성 있게 확장되었기에 사실 11월 말 12월 초의 우리 모두의 일정은 환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나와 대드리님은 외부의 미팅을 지속적으로 나갔고, 김선비님과 알바트로 준님은 하루가 멀다 하고 출장을 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실 속으로는 12월 19일 맥주 파티는 저 멀리 건너갔구나 하면서 우리끼리 회식이나 하자 했었다.


11월 중순 회식 시간에 다들 술을 한 잔 나누며, 서로에게 잘하고 있다고 열심히 살고 있다고 응원하고 있던 중 두껍게 껴입은 옷 때문에 땀과 기름에 머리가 갈라지니,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드리님이 “대표님 멋있어요 나까무라 같아요”라고 말해줬고, 그래서 다들 즐겁게 술 한잔 하는 회식 자리인 것 이왕 이렇게 된 것 마음 것 사진을 찍으라고 얼굴을 들이대 줬다.(그 사진이 포스터에 사용될 줄이야) (포스터는 다음화에 보여드립니다_대드리)


그런 회식이 있고 난 얼마 후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3김(나를 제외한 모든 직원들의 성이 김씨이다)들은 모여서 맥주 파티는 무조건 진행해야 한다고 말하더니, 결국 연말 파티는 개최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근데 이제 드레스 코드를 곁들인.


노는데 진심인 이 사람들은 그냥 맥주만 마시고 모여서 이야기하고 놀 생각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진짜 진심으로 대드리님이 뭔 드레스를 가져오니 어쩌니 말을 하고는 알바트로준님이 입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김선비님은 또 무슨 스타일을 어쩌겠다고 막 이야기를 했다.


아… 난 바쁜데…. 머릿속이 꽉 차있는데….




대드리: 회사의 성과를 위해서라면 나는 참지않긔


대표님은 본인의 말이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잘 모르신다.


나름 사회생활 14년 차 이상인 직장인 만렙 대표님은 대표의 의견이 모두의 의견이 되지 않도록 늘 자기 검열을 하며 자신을 낮추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대표님의 눈치보다는 각자가 생각하는 관점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편이다. 하지만 그래도 대표는 대표인걸. 연차가 적은 우리는 미처 보지 못하는 부분을 분명 보고 계시고, 대표의 자리에 있기 때문에 신경 쓰고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우리의 고민점과는 분명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늘 회의의 마지막엔 대표님의 의견을 궁금해하고, 대표님이 생각하는 방향성에 대해 한번 더 고민해보는 걸 좋아한다. 


아무튼 대표님은 분명히 8월 맥주파티가 끝나고, 12월 19일에 하늘이 두쪽 나도 제2회 맥주파티를 열 거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하늘이 두쪽 나도 하기로 했으니까 당연히 할 거라고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행사 준비에 돌입하였는데, 대표님은 이렇게 바쁜데 진짜로 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정말 대표님은 이렇게도 본인의 말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게 분명하다. 아니면, 우릴 한번 시험해본 건가?




알바트로 준: 사회복지가 싫어서 개발자로 전향했는데 어쩌다 보니 꼰선비와 같이 일하고 있는 서퍼 지망생


대표님은 처리하실 일과 신경 쓸 일이 많아 이번 파티에서는 본인의 의사를 빼고, 의결권을 모두에게 양도한 채로 “모든 결정에 그냥 따르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렇게 나, 대드리 님, 김선비 님 세 명이서 모든 걸 빠르게 결정하는 초고속 회의를 진행하였는데, 한창 회사 사람들 모두 푹 빠져있던 보드게임을 오시는 분들과 함께 파티에서도 진행하는 의견이 나왔다.


그렇게 회의는 미친 듯이 진행되더니…….


어느새 나는 타로를 보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타로를 제대로 돈 내고 본 경험도 없는 내가 타로술사 역할로 결정되었다. 카드를 보고 아무 이야기나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것을 잘할 것 같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타로를 보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제…제가요? 네.. (입) 한 번 털어보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며 타로술사로의 전직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곳 핀휠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타로를 봐 본 적이 없다는 말에 대드리 님이 자기는 경험이 많다며 갑자기 타로술사 전직을 희망하셨고, 그 결과 나는 타로술사 옆에 그냥 영험한 고양이가 되기로 했다. 엎드려서 묵직한 목소리로 “야옹”만 하는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었고 꽤나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이곳 핀휠 사람들은 내가 엎드려만 있는 것이 매우 불쾌했나 보다. 다시 타로술사로 전직을 권하면서 + 영험한 코스프레를 요청하였다. 대드리 님의 영험해 보이는. st 원피스 협찬으로 이 모든 것이 눈 깜짝할 사이에 결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곳 핀휠은 내가 타로를 본다는 것을 아직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핑계로 이상한 보드게임에 있는 카드들로 증명해내야 했다. 그 시련을 통과하지 못했는지 나는 영험한 코스프레를 하고 인디언 포커의 가벼운 버전인 “숫자 맞히기” 게임을 맡게 되었다.


하긴… 내가 대드리 님의 원피스를 입게 될 것도 예측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타로를 보겠는가…..


그렇게 나는 쭈니 공주가 되었다.

(쭈니 공주의 모습은 연말파티 행사 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며칠만 기다려 주세요_대드리)




대드리: 회사의 성과를 위해서라면 나는 참지않긔


알바트로 준님이 엉터리 신년 타로를 봐주기로 결정이 나고, 나는 친구가 타로카드를 샀다고 자랑했던 기억이 나 혹시 빌려줄 수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 연락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약 1 년 전에 당근마켓에 팔았다는 답장이 돌아왔다. 쌀점으로 대체할까, 화투 카드로 점을 봐볼까 말도 안 되는 생각만 하고 있던 찰나에, 우리 회사가 입주해 있는 센터 지하에 새로운 보드게임이 들어온 것을 발견해 버렸다. 한창 보드게임에 빠져있던 시절에 재밌게 하던 게임이었는데, 바로 딕싯이었다.

   

딕싯 보드게임 사진_출처: 코리아보드게임즈

딕싯은 84장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화 같은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 카드를 가지고 하는 게임이다. 돌아가면서 한 명이 이야기꾼이 되어 카드에 대한 설명을 하고, 사람들은 이야기꾼이 말한 설명만으로 이야기꾼의 카드를 맞추는 게임이다. 


어쩜 카드를 해석하는 사람의 마음대로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기 때문에 타로카드를 대신하기 딱이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들고 사무실로 올라갔다. 그리고 모두에게 설명해주고 일단 게임을 한번 해보자고 했다. (그냥 게임이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게임이 끝나고, 타로카드를 대신할 만 한지 시험을 해봤다. 나는 카드 한 장을 뽑았다.

내가 뽑은 카드는 다음과 같았다.

딕싯 카드 동그라미 쳐 놓은 게 내가 뽑은 카드이다_출처: Boardgamegeek

표님이 먼저 자기가 해석을 해보겠다고 했다. 

"음... 내년에 물을 조심해야겠네. 물조심하세요."


알바트로 준님이 말했다.

"내년엔 철인 3종 경기를 도전하게 될 겁니다. 하면 잘하신다고 카드에 나와있네요."


김선비님이 신년 운세는 좋은 게 나와야 한다며 화룡점정을 찍어주셨다.

"내년에 결혼하실 겁니다. 이거 횃불이 아니라 부케예요."


아니 이사람들이... 아무도 못 믿겠다. 


연말파티에 진행할 엉터리 신년 운세는 내가 해야겠다.



그렇게 파티 준비 회의는 끝났다. 이제 홍보를 하고 진짜 준비를 할 차례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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