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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해 Feb 05. 2024

슈톨렌

언젠가 흩어질 마음으로

헤아린 시작


처음을 떠올리는 마음에는

서리가 껴 있을지도 모른다

파스스 부서지는 얼음 조각들


새하얀 가루가 소복하게 내려앉은

원통형의 빵을

이십사 등분,

반 마디의 두께,

가늠하며 나의 몫으로 덜어낸다


흰 눈밭

마침내 찍어놓게 될

동그란 검은 점을 상상하면서

발밑에 서툴게 그어둔 출발선


기다란 선을 가로로 누이고

내 몸을 나란히 가로로 누이어

도래할 마지막 바람을

슬프게 환대하는,


원형의 길 위에 서 있다


눈송이는 공중에 흩날리고

쓸려버린 가루들 사이

결연한 흙바닥을 딛는다


잊히고야 말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마음으로


남은 한 토막의 겨울을

한 마디

두 마디

세어보며

종말을 조금씩 떼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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