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흩어질 마음으로
헤아린 시작
처음을 떠올리는 마음에는
서리가 껴 있을지도 모른다
파스스 부서지는 얼음 조각들
새하얀 가루가 소복하게 내려앉은
원통형의 빵을
이십사 등분,
반 마디의 두께,
가늠하며 나의 몫으로 덜어낸다
흰 눈밭
마침내 찍어놓게 될
동그란 검은 점을 상상하면서
발밑에 서툴게 그어둔 출발선
기다란 선을 가로로 누이고
내 몸을 나란히 가로로 누이어
도래할 마지막 바람을
슬프게 환대하는,
원형의 길 위에 서 있다
눈송이는 공중에 흩날리고
쓸려버린 가루들 사이
결연한 흙바닥을 딛는다
잊히고야 말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마음으로
남은 한 토막의 겨울을
한 마디
두 마디
세어보며
종말을 조금씩 떼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