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랜 동료들의 퇴사, 우린 잘 하고 있는걸까? 묻는다면

외력보다 강한 내력 만들기

by Agri MSG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바람, 하중, 진동.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거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아파트는 평당 300kg을 견디게 설계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학교나 강당은 하중을 훨씬 높게 설계하고. 한 층이래도 푸드코트는 사람들 앉는데랑 무거운 주방기구 높는 데랑 하중을 다르게 설계해야돼.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게.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거야.

인생드라마 중 하나로 꼽는 [나의 아저씨] 에서 고 이선균 배우의 대사.


“외력이 강해질 때, 나는-우리는- 외력보다 더 강한 내력을 갖추고 있는가?”

건축을 넘어 인간, 조직, 문명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질문이다.




일에서, 그리고 사적인 영역에서 여느때보다 나를 흔드는 것들이 많은 시기.

이럴때마다 나 스스로에게 묻는건 동일하다.

나는 무엇을 잘하고, 나는 무엇을 하고싶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난 어떤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결국 난 무엇을 하고 싶은가?

답을 찾아내기 위해 생각에 생각을 하는 도중,

마법처럼 유튜브는 추천 영상으로 나의아저씨를 불러냈다.


아..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나의 내력을 만드는구나.

유튜브에서 불러내 준 대사를 들으면서, 문득 깨달았던 것 같다.




그리고, 최근 일에서 일어나는 흔듬 중 하나였던,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퇴사.


퇴사를 앞둔 동료와 커피를 한잔 하면서, 동료는 이런 질문을 했었다

“과거 있었던 여러번의 선택중에, 지금이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이 있었나요?”

사년이 넘는 시간동안

우리는 꽤 많은 선택을 했고, 희망을 품었고, 좌절을 했고, 서로를 갉아먹었다.

그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려고 우리를 힘들게 했던 여러 선택들을 반추하면서,

이상하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또 다른 새삼스러운 깨달음이 있었다.


좌절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갉아먹었던 흔적을 치료하기 위해, 함께 만들었던 것들을 딛고

지금의 우리가 서 있구나.

그 어려울 때 만들었던 녀석들이, 우리가 더 높은 점프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구나.

즉, 더 강한 좌절을 맞이했을 때 우린 더 단단한 내력을 만들어 냈구나.


그래서,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지금.

해결하기 골치아픈 문제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지금.

이것들을 해결하고 난 우리는, 더 큰 성장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흔들릴때 자신의 약한 중심을 마주한다.

평안한 날에는 누구나 강해 보인다.

아무 일도 없을 때는 방향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이 흔들림 속에서 각자의 단단함 정도를 확인한다.


- 어떤 가치를 지킬 것인지

-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지

- 이 흔들림을 견딜 수 있는 스스로인지

- 이 흔들림을 견딜 수 있게 뼈를 깎는 아픔을 견딜것인지

- 동료들에게 그 아픔을 견딜 의미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나 인지


쉽지 않은 물음들을 마주한다.



조직의 강력한 '내력(內力)'이란 거창한 시스템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거센 외풍 속에서도 자신만의 답을 치열하게 찾아가는 개인들.

그 단단한 기둥들을 잡아주는 기초-조직의 “왜” 에 대한 근본적인 대답-.

그것들이 모여 서로의 하중을 기꺼이 나눠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나의 흔들림이 동료의 단단함에 기대어 멈추고, 동료의 성장이 나의 하중을 덜어주는 순간,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너지지 않는 구조물'이 된다.


그래서,

지금 우리를 흔드는 이 거센 바람은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얼마나 더 튼튼한 건물을 지을 수 있는지 증명할 기회일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리는 왜 투자를 받고 더 불행해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