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력보다 강한 내력 만들기
“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바람, 하중, 진동.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거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아파트는 평당 300kg을 견디게 설계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학교나 강당은 하중을 훨씬 높게 설계하고. 한 층이래도 푸드코트는 사람들 앉는데랑 무거운 주방기구 높는 데랑 하중을 다르게 설계해야돼.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게.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거야.
”
인생드라마 중 하나로 꼽는 [나의 아저씨] 에서 고 이선균 배우의 대사.
“외력이 강해질 때, 나는-우리는- 외력보다 더 강한 내력을 갖추고 있는가?”
건축을 넘어 인간, 조직, 문명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질문이다.
일에서, 그리고 사적인 영역에서 여느때보다 나를 흔드는 것들이 많은 시기.
이럴때마다 나 스스로에게 묻는건 동일하다.
나는 무엇을 잘하고, 나는 무엇을 하고싶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난 어떤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결국 난 무엇을 하고 싶은가?
답을 찾아내기 위해 생각에 생각을 하는 도중,
마법처럼 유튜브는 추천 영상으로 나의아저씨를 불러냈다.
아..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나의 내력을 만드는구나.
유튜브에서 불러내 준 대사를 들으면서, 문득 깨달았던 것 같다.
그리고, 최근 일에서 일어나는 흔듬 중 하나였던,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퇴사.
퇴사를 앞둔 동료와 커피를 한잔 하면서, 동료는 이런 질문을 했었다
“과거 있었던 여러번의 선택중에, 지금이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이 있었나요?”
사년이 넘는 시간동안
우리는 꽤 많은 선택을 했고, 희망을 품었고, 좌절을 했고, 서로를 갉아먹었다.
그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려고 우리를 힘들게 했던 여러 선택들을 반추하면서,
이상하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또 다른 새삼스러운 깨달음이 있었다.
좌절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갉아먹었던 흔적을 치료하기 위해, 함께 만들었던 것들을 딛고
지금의 우리가 서 있구나.
그 어려울 때 만들었던 녀석들이, 우리가 더 높은 점프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구나.
즉, 더 강한 좌절을 맞이했을 때 우린 더 단단한 내력을 만들어 냈구나.
그래서,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지금.
해결하기 골치아픈 문제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지금.
사람이든 조직이든, 흔들릴때 자신의 약한 중심을 마주한다.
평안한 날에는 누구나 강해 보인다.
아무 일도 없을 때는 방향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이 흔들림 속에서 각자의 단단함 정도를 확인한다.
쉽지 않은 물음들을 마주한다.
조직의 강력한 '내력(內力)'이란 거창한 시스템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거센 외풍 속에서도 자신만의 답을 치열하게 찾아가는 개인들.
그 단단한 기둥들을 잡아주는 기초-조직의 “왜” 에 대한 근본적인 대답-.
그것들이 모여 서로의 하중을 기꺼이 나눠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나의 흔들림이 동료의 단단함에 기대어 멈추고, 동료의 성장이 나의 하중을 덜어주는 순간,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너지지 않는 구조물'이 된다.
그래서,
지금 우리를 흔드는 이 거센 바람은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얼마나 더 튼튼한 건물을 지을 수 있는지 증명할 기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