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생산에서 기술의 역할은?
농업에 기술을 적용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
내가 떠 올린 건 “아이언맨 슈트”였다.
누구든 입으면 날 수 있고, 방어할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 슈트.
하지만 그 강력한 도구는 결국, 누가 어떻게 쓰느냐,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낸다.
슈트를 가장 잘 이해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믿으며, 그에 맞춰서 스스로를 단련시켜서 최대의 효과를 내는 사람. 그 사람이 토니 스타크기 때문에 아이언맨이 곧 토니스타크로 인식이 되는 것이다.
내가 우리 팀과 같이 만드는 기술들, 그건 농업생산자의 아이언맨 슈트다.
그것은, 현장을 모르는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면 작동하지 않는다.
기술이 스스로 문제를 풀지는 않기 때문이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재배자, 작업자, 관리자—그들이 진짜 슈트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나는 이 비유가, 온실 기술을 설명하는 데 늘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이 진짜 주인공이 되기 위해선, 이제는 감과 경험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왔다.
감과 경험은 귀하지만, 그것이 지속 가능하고 공유 가능한 무언가가 되기 위해서는 기록이 필요하고, 구조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기술을 만들기 시작했다.
단순히 ‘있으면 편한 도구’가 아니라,
‘올바른 의사결정을 지원해서, 감과 경험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 줄 수 있는 기술’을.
구체적으로 보자.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1. 과거에 세웠던 전략이 무엇이었는지 알아야 하고
2.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객관적인 수치로 진단되어야 하며 (작물생육데이터, 수확량, 병해충 데이터)
3. 그 전략이 어떻게 실현되었길래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실현되었는지 아닌지) 환경데이터와 농작업현황데이터로 해석되어야
4. 외부 환경의 기댓값을(광량의 변화, 온습도의 변화, 그에 따른 외부 환경의 변화) 기반으로 전략을 만들 수 있다.
이 과정들을 정확하고 신속하고 편하게 할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한 기술이 우리가 원했던 것들이다.
이건 단순히 데이터의 종류를 선택하는 것으로 해결되진 않는다.
소통의 과정에서 같은 단어를 서로 다른 의미, 서로 다른 범위로 사용하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경험한다. 그 의미와 범위를 맞추기 위해 소모되는 시간도 무시하지 못한다.
방법과 기준의 일치시키고, 해석하는 프로세스를 일치시킨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당사자들은 항상 같은 데이터를 같은 프로세스로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걸 통해 의사소통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추구한다.
ioFarm은 단순히 센서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작물의 상태를 ‘느끼는’ 감각을 수치로 만들고, 그 수치들 사이에서 의미를 도출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구조다.
우리는 작물 상태가, 흔히 중요하다고 인식되는 광, 온도, 습도뿐만 아니라 첫 급액 배액 시점, 순 작업의 시점 등 수십 가지 요인의 교차 속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안다.
그 모든 변화를 기억하고, 정리하고, 비교하고, 결국 “지금 이 상태는 좋은가?”를 판단하는 일은 사람의 감에만 맡겨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ioFarm은 이런 판단을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데이터의 ‘수집’을 넘어서, 전략 수립과 진단의 기준이 되는 농장 보고서다.
그 보고서에는 작물의 생육 곡선이, 그에 대응한 환경조건이 담겨 있다.
감각의 한계를 넘어, 이해 가능한 방식으로 작물의 말을 보여주는 도구. 그것이 ioFarm이다.
계획했던 일이 있었고
그 일은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전달되었으며
그 일이 실행되었는지,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이 모든 걸 실시간으로, 데이터로, 피드백 가능한 형태로 남겨주는 시스템.
현장의 움직임을 제대로 바라보고, 기록하고, 반응해 주는 눈과 두뇌가 없다면, 전체의 전략은 부정확해진다.
Ation은 그 눈과 두뇌의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Hermai는 단순한 ‘일을 대신하는 로봇’이 아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작업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순간을 대신 넘겨주는, ‘기계와 사람 사이’에 놓인 협업 자다.
작업의 효율을 말할 때, 우리는 늘 손과 발의 움직임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농작업의 많은 시간은, 사실은 단순 반복, 이동, 리듬 조절, 위험 회피 같은 비생산적인 피로감에 소모된다. Hermai는 이 ‘비생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Ation과 ioFarm이 전략과 진단의 뇌 역할을 한다면, Hermai는 그 전략을 “더 정밀하고 지속 가능하게 실현하는 ‘운동신경’”이다.
지금 Herm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방제작업을 하고, AI 비전으로 작물의 상태를 읽고, 수확이라는 가장 노동집약적인 과업에 접근하고 있다.
자동화란 ‘사람 없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적은 힘으로 더 나은 결과를 내는 것’이다.
나는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기술들의 효용을 믿는다.
그러나 더 정확히 말하면,
기술을 통해 사람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믿는, 그래서 기술을 통해 더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기술에 효용이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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