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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뭐가 달라?

공산품의 생산관리에 비해, 농업은 왜 어려워?

by Agri MSG

생산관리의 정점에 반도체생산공장이 있다.

수율 1% 차이가 제로냐 백이냐를 결정짓기 때문에 (수율 1%차이로 공급계약의 유무가 정해지기 때문에) 생산 공정 내 온도 습도 공정시간 오차의 허용범위가 상상을 초월할만큼 좁다.

그 허용범위를 맞추기 위해, 반도체공정이 이뤄지는 곳은 먼지 한톨 허용하지 않을 만큼 환경조건과 시설조건이 컨트롤 되어야 한다.


농산물 생산은 어떤가? 원재료 입고에서 최종 산출물이 나올 때 까지 필요한 모든 것을 통제 할 수 있는가?

적어도 현재까지는 불가능하다.

- 농업 생산에서 통제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집합체가 Indoor Farm 이지만, 채산성이 낮아서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다.


농업 생산은 끊임없이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최종 산출물을 생산해 내기 위한 에너지를 식물체는 광합성을 통해 얻어내는데, 광합성에 필요한 원료들인 광, 물, 이산화탄소 는 인위적인 투자 없이는 대부분 자연에서 얻는다. 뿐만 아니라 광합성 효율을 높이는 증산량을 조절 할 수 있는 식물체 근방의 온도와 습도도, 외부 환경과 내부 시설상태의 영향을 받는다. 그 뿐이랴, 식물 생장의 방향성을 정하는데는 사실, 환경 조절보다 잎을 따주고 꽃을 제거해주고, 잡초를 뽑아주는 행위 즉 사람의 농작업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


근본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요소가 산재해 있고, 통제가 가능한 요소더라도 통제의 범위가 제한적(예를들어 작업하는 사람의 숙련도)이라는 것이, 농업에 생산관리 체계를 적용하고 더 나아가 농업을 자동화 하는데 한계를 부여한다.

그렇기 때문에, 앞선 글에서 이야기한 생산관리 시스템과 운영 기술들은, "농업 생산의 기본" 즉, 꼭 해야 하는 것을, 해야 하는 시점에, 올바르게 하는걸 도울 수 있지만, 이것은 빠르게 초보 농부를 벗어나게 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기 힘들다.


자연스레, 농업 생산의 통제 불가성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든다.



난 이렇게 정의한다.

“예측 / 예찰 / 대응”

이것이 농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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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를 미리 내다보는 작업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그 예측 정확도가 갈수록 낮아지긴 하지만, 그래도 우린 앞으로의 외부 환경 변화를 참고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다. 농업 생산자로서 해야하는 건, 예측된 외부 환경변화가 온실 내부 환경 변화에 끼칠 영향을 가늠해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시설에 끼칠 영향 / 내부 온습도에 끼칠 영향 / 병해충 발생 가능성을 바꿀 수 있는 영향 / 그래서 작물 생육에 끼칠 영향.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의 정도를 수치화 하고, 그 영향을 확인하는 정도를 수치화 하는것. 그것이 예측이다.


2. 예찰

상태 변화를 빠르고 정확하게 감지하는 것이다. 사실 예찰의 시작은 생산관리 첫 번째 목적 : 루틴화 : 에서 시작되지만, 1.예측 과 조합된 예찰의 경우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 예측 단계에서 미리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의 정도를 수치화 했고, 영향이 확인되는 정도가 수치화 되면, 이 수치 범위를 기준으로 더 세심한 관찰을 진행하고 (변화의 정도가 기준 이상일 경우) 이상상태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영향이 확인되는 수치가 찍힐 경우)


3. 대응

해야할 일과 범위를 선택하고 실행하는 일이다. 예측이 맞고 예찰이 정확했더라도, 적절한 대응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대응은 속도와 방향의 싸움이다. 빨라야 하고, 맞아야 한다. 기후 변화에 따라 기존에 없었던 병해충, 기존에 없었던 작물상태가 발생함에 따라, 속도와 방향을 판가름 하는 것은 ‘정보력’ 과 ‘판단력’ 일 것이다. 이것은 경험 그리고 지식의 정도와 뗄 수가 없는 능력이다.


이 세 가지를 잘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 그것이 시스템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내가 농업생산관리에서 끊임 없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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