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tecture, 기술의 현재
"우리 아이들이 가락시장 경매가 1위 찍었던데요?!"
현장관리 팀으로부터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땐, 세심한 선별 포장과 경매사분의 배려가 만든 단기적 결과물인 줄 알았다. 1등 > 3등 > '5등 안에는 들었네요' > 그리고 다시 1등.. 1개월간 최상위 경매가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타이트한 적과가 만들어낸 트레이드오프(Trade-off) 일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기 내내 상위 경매가를 유지하고, 처음 소식을 알린 백다다기 오이뿐만 아니라 또 다른 지역에서 팀원이 기르고 있는 토마토의 경매가 마저 최상위 가격을 달성했다는 소식을 전달받았을 때는, 우리 스스로도 자부심을 가져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새 작기를 지내고 있는 지금, 농협에서는 높은 단가로의 계약재배를 제안하고, 우리 아이들이 담겨 있는 박스를 뜯어보러 베테랑 농사꾼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 말은, 우리의 꾸준한 성과를 외부에서도 알아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21년 가을. 기술은 알았어도 현장은 몰랐던 우리는, (리쌍, 발레리노 라임으로)
첫 온실운영을 파프리카로 시작했다. 그 후 약 2년 반동안 우리는 혹독한 훈련비를 지불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든 기준으로 선택한 시설과, 새롭게 합류한, 재배로는 초보인 팀원과, 혹독한 훈련의 과정으로 얻은 시스템들이 만나서, 우리의 성과가 타인에게 인정받기까지 딱 1년 반이 걸렸다.
1년 반. 초보 현장관리자 (재배사, 로 이해하면 편할듯 하다) 가 배테랑 농사꾼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만든 기간. 놀랍지 않은가?
향간에는, 농사를 시작한 후 3년 정도는 지나야 ‘농사라는 걸 좀 알 것 같다.’라고 생각이 든다고들 한다. 그 후 2년은 지나야 남들보다 좀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고도.
- 물론 개개인의 학습력 적응력 인내력에 따라 그 기간은 가변적이겠지만.
그 러닝커브를 1년 반으로 줄인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자신 있게 말하건대, 그 원동력은 2년 반동안의 시간 동안 숙성된 Grotecture에 있다.
현장을 아무것도 몰랐던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분에, 고난의 시간 동안 가장 먼저 진행한 것이 ‘현장의 체계화’였다.
- 그 이야기는 다른 글로 대체한다 : “스마트팜, 온실에서의 일 의 정의”
체계화의 과정에서 우리는, 농업 생산의 지속가능성과 수익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조건을 세 가지로 정의할 수 있었다.
이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한 활동과 결과물들이 Grotecture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Grotecture가 적용되는 현장에서는 당신도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만큼의 속도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 아직 감이 안 온다는 거, 네, 저도 잘 압니다. -
Grotecture의 실제 형태를 살짝만 오픈해야겠다.
하나. 시설. 생산을 위한 가장 기본 조건이다.
이 기본의 수준이 높으면, 불필요한 자원을 소진하지 않아도 된다.
우린 어떤 시설이 적합한 시설인지 그 기준을 설정하고 활용하고 있다.
하나. 시스템. “정해진타이밍에, 올바른 방법으로” 하게 하는 것. 그것이 생산관리의 시작이다.
필요한 건 딱 두 가지다. 정해진타이밍을 알려주는 스케쥴러. 그리고 수행 방법을 알려주는 매뉴얼. 그것만 세팅하고 나면, 새롭게 누가 오던 최소한의 기준을 높일 수 있다.
하나. 사람. 내가 지금 알아야 하는 것들과 그다음으로 알아야 하는 것들이 뭔지 즉, 발전단계가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고, 발전을 하게끔 구조적으로 지원하게 되면, 사람의 발전속도는 현저히 빨라진다.
새로운 팀원을 맞이하면 우린 정해진 코스로, 근로 상황에 맞게 조정된 내용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제품에, 기술에 그리고 삶에 완성이 있을까?
온실에 들어가는 기술들은 계속 진화한다.
사람도, 바뀌고 발전하고 진화한다
Grotecture라는 우리의 운영체제도 물론 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가 정의한 온실의 발전 단계에 따르면, 현재의 Grotecture는 Step1에서 Step3을 반복하면서 개발 > 검증 > 적용 그리고 > 개선과정을 거치고 있다.
지금은, 재배사의 초기 러닝커브를 가파르게 하는 역할만을 수행하는 게 사실이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인 무인 자동화 온실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힘이 닿는 한 목표를 향한 여정을 계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