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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 LA Oct 09. 2023

갑자기 유방암 3기, 용기를 내려고 합니다.

암투병일기

건강검진을 갔다가 우연히 왼쪽 가슴에서 5센티의 멍울(모든 덩어리)이 발견되었다. 갑작스럽게 유방암 조직검사를 하게 되었고 조직검사 결과 유방암 판정. 최소 3기, 전이 여부에 따라 유방암 4 기일수도 있다는 소견.


의사를 만나볼 새도 없이 먼저 문자가 날아왔다. 내원하기 전 원하는 대학 병원을 정해서 오라는 안내문자와 함께. 추석 전날 검사받고 추석이 끝나자마자 유방암 판정, 다시 한글날까지 연휴. 이번 연휴는 이렇게 생사를 오가는 암울한 소식으로 가족들을 울렸다. 


도깨비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9살에도 죽고 10살에도 죽어. 인생이 그런 거야."라고. 맞는 말인데 막상 현실로 닥치기 전까지는 진지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처음으로 나도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면서 이번 생의 길이를 생각하게 된다. 


이번 생의 길이를 애초에 알았더라면 좋았을걸. 역시 신의 영역이다. 태어나는 날은 태어나서 알고 죽는 날은 죽기 전에는 모른다. 곧 마침표를 찍게 될까? 아님 조금 더 길어질까? 허긴 정확한 날짜가 있다면 그것이 더 공포스러울 수도.


대학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2024년 1월 9일로 예약을 잡아 준다.  

"유방암 3기말인데 조금 더 빨리 검사받을 수 없나요?"

"다들 같은 상황이에요."


안내원의 답변에 나와 같은 암환자가 얼마나 많은지 실감이 되었다. 가족들에게 알렸더니 울음바다다. 가족들이 울고 친구들이 운다. 그 울음이 나에게 번져 나도 눈물이 난다. 


이게 마지막이라면 뒷정리를 잘해야 한다. 이게 마지막이 아니라면 수술준비와 항암치료 준비를 해야 한다. 뭘 준비해야 하는 걸까?


남편과 아들이 내가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걸 모르겠다. 40이 다 되어서 나의 엄마가 돌아가셨다. 나이가 더 들면 엄마가 더 이상 그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엄마는 수시로, 때때로 기억을 헤집고 나타났다. 그 그리움이 너무나 아파 아이에게 오래 옆에 있어주고 싶었는데......


 용기를 내서 싸워보려고 한다. 이게 마지막이라면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사를 충분히 전하고 가고 싶다. 그동안 함께 해줘 고마웠다고, 그동안 함께 즐거웠다고......


'오늘'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소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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