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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 LA Jan 23. 2024

시한부

암투병 일기

시한부란 어떤 일에 시간적 한계가 있다는 말로 쓰입니다. 


면밀히 따지자면 태어날 때부터 우리 모두는 죽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시한부일 수 있습니다. '오늘'이라는 시간이 습관처럼 시작되고 반복되면서 '오늘'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지속되리라 착각하며 살고 있을 뿐이죠.


1차 병원에서 최소 유방암 3기 말이라는 판정을 받고 나왔을 때, 유난히도 파란 하늘이 야속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렇게 예쁜 하늘도 이제는 오래 보지 못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눈물이 또르르 떨어집니다. 

얼마나 남았을까? 

정말 이게 끝일까?

엄마 없이 아들은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남편은 괜찮을까?


하나님께 이런 일이 나에게는 일어날 것처럼 생각지 않은 나의 오만함이 미안해집니다. 사는 날의 길이를 내가 정할 수 있을 것처럼 살았던 것이 죄가 되었나 봅니다. 조금 더 겸손하게 살았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짧더라도, 앞으로 남은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지더라도 다시는 잊지 않고 살아가려 합니다. 어차피 한 번은 죽는다는 것, 그 시간은 하나님만이 아신다는 것. 


시한부를 다시 정의해 보면, 유한한 시간입니다. 

이제 남은 시간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값지게 보내고 싶습니다. 어쩌면 끝나는 시간을 안다는 건, 이번 생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신이 주신 축복입니다. 


유방암 3기 말,

하나님 앞에 겸손히 무릎 끓고 싸워나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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