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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 LA Mar 07. 2024

병원 항암 스케줄을 거슬러 나에게 맞춘 4차 항암

암투병 일기

병원의 항암 스케줄보다 
자신의 체력에 맞춘 항암 스케줄이 필요합니다.
항암을 못 이기고 죽으면,
환자만 손해거든요.


병원이 정한 표준항암치료 6차-수술-표적항암 12차 스케줄 중 표준항암치료 4차를 마쳤습니다. 3차까지는 병원 스케줄에 되도록이면 맞추어 진행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3차 항암 도중 부작용의 하나인 설사가 심해져

체중이 무려 3kg이나 빠졌습니다. 167cm에 46kg으로 평소에도 마른 체형인데 43kg대로 떨어지다 보니 어지럼증과 빈혈이 심해졌습니다. 


암투병을 한 경험이 있다면 이럴 때 의사 선생님의 반응도 잘 아실 거예요. 환자가 아무리 힘들다 해도 그렇게까지 귀담아듣지 않습니다. 사실 이렇게 독한 항암제를 정맥주사로 맞아 본 적이 없으니 잘 안 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죠. 하지만 이번 3차 항암을 마치고 의사의 태도에 조금 열을 받아 이런 말을 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이 분야에서 더 훌륭한 의사가 되기 위해서라도 딱 한 번만 200ml 항암제를 투여해 보세요. 환자들의 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릴 거예요'라고.


예상대로 의사 선생님은 혈액검사 결과가 나쁘지 않으니 4차도 기존 스케줄대로 진행하기를 권유했습니다. 심지어 항암 스케줄이 늦어지면 수술 스케줄도 늦어진다며 병원 스케줄을 걱정했습니다. 그것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도저히 항암을 이겨낼 체력이 안되어 5일 정도 미루어 4차 항암을 진행하기로 남편과 상의해 결정했습니다. 


5일 정도 미룬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었지만 몸의 컨디션이 호전되었습니다. 우선 배탈 없이 음식들을 먹으니 마음이 즐겁고 암을 이겨낼 있다는 단단하고 긍정적인 마음생겼습니다. 항암만 끝나면 예전처럼 맛있는 음식을 자유롭게 먹을 있겠구나 하는 희망(?)도 샘 쏟았습니다.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또 하나, 4차 항암을 하고 나서는 기존에 한 번씩 맞던 수액을 1주일 간격으로 2번을 맞았습니다. 그랬더니 설사하는 횟수도 줄었지만 다른 부작용, 예를 들면 울렁증, 구토, 관절통, 미각상실 등의 부작용의 강도도 얕아졌습니다. 오랜 시간 산책하는 것이 버거웠는데 1시간씩 산책도 거뜬하게 하게 되었습니다.


수액은 기존에 다니던 집 근처 내과 선생님과 다양한 증세와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그때 그때마다 필요한 수액을 맞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몸무게가 너무 빠져 면역력을 높이려고 단백질 수액을 2시간가량 맞으며 누워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형 병원에선 무서운 독약(항암제)도 다음 환자를 받기 위해 30분에 맞추는데, 동네 내과에서는 영양 수액도 2시간 동안 넣어 주면서 쉬게 해 주네' 하고. 항암제를 투여하는 동안 부작용이 즉각 나타나는 환자에게는 시간을 늘려 주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는 30분에 하나씩 4가지를 맞고 있습니다. (물론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난 1차부터 3차까지의 항암을 두렵고 힘들게 겨우 버텨 왔다면 이번 4차 항암은 한결 견딜만했습니다. 역시 암선배였던 친구들의 조언과 암 관련 서적들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체력이 너무 튼튼해서 3주 만에 진행되는 세포항암도 거뜬히 이겨내는 환자들도 간혹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닌, 저처럼 몸이 약하고 겨우 겨우 버텨내고 있는 환자라면 병원이 짜 주는 스케줄보다 자신의 몸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면서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견딜만한지, 버틸만한지, 살 수 있을지, 그것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건 자신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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