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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알 Jul 05. 2023

진짜 내버려 둬요?

아들의 빈말

큰애의 키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늘 1번이다.

이쯤이면 무슨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누군가는 키 크는 시기에 높은 곳에서도 뛰어내리고

자기도 모르는 욕구에 몸이 반응한다는데,

큰애는 그저 자리에 앉아 있다.


가만히 뒤돌아보니,

유치원시기 체육활동 후 집에 와서 툴툴거렸던 일,

초등학생  태권도 관장님에 대해 투덜거리던 일,

농구면 농구, 축구면 축구, 야구..

 없었던 적이 없다.

분명 선생님들의 피드백은 잘한다였고

내가 볼 땐, 잘하려고 애쓰기도 하는데 뭐가 문제인가?


팔 굽혀 펴기와 같은 혼자 하는 것은 백점이다.

농구,축구, 성격상 주도하지 못하고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운동이 아들에게는 흥미가 없는 듯. 그래도 어쩌겠나.

운동은, 남자 세계에서 뗄 수 없는 것임을,

아들의 건강을 위해 헬스장 1년 치를 결제했다.

이것이 우리의 갈등의 서막이다.


엄마 시험기간, 엄마 학원,

엄마 방학하면, 엄마 추워. 엄마 피곤해.

엄마 내일 갈게.

엄마 내가 알아서 할게

이따 가려했어.

엄마가 그 말하니까 가기 싫어졌어

엄마 제발 그만 좀 해.


수도 없는 변명들.

결국 대답은.  "응. 안가!!"


남편) 가기 싫다잖아. 놔둬

(아들을 재촉하는 내게, 남편이 아들을 거들었다)

나) 아니야. 아까 간다 했어.

남편) 그냥 빈말이야.

나) 아니야.

남편) 야. 진짜 가려고 했어? 빈말이면 빈말이라고 해.

큰애) 빈말이야.

나)헐...진짜?진짜?


배신감에 휩싸였다.

이렇게 애걸복걸해도? 내가 사약을 먹이나?

키 크고 싶다며?

진심 더 이상 안 큰다는 것이 얼마나 좌절인 줄 아는가?

난 160이 되지 않는다ㅠ

평생 더 자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얼마나 힘든지 느낄 때는 이미 늦었다.

자식을 향한 엄마의 간절한 바람과 부탁을 이리도 거절? '빈말이야' 한 마디로 잘라도 되는 것인가?


다음날, 반듯한 동료 남자쌤 어제 일을 말하며 물었다.

나)진짜 내버려 둬요? 진짜?

)네. 자기 앞가림하는데 뭘, 누가 건강할 때 운동해요.  허리 찌릿해야 하죠. 놔두세요. 그냥.

나) 선생님 가족들이 재촉하면 안해요?

) 꺾이는 일이 없죠.


진짜? 쌤도?

문제행동을 보이는 남의 자식들은 내 말을 듣지만 정작 젤 안 되는 것이 나 자신과 내 자식이구나!

중심을 잡고 타인을 보듯 아들을 보자고 다짐 다짐 또 다짐.

잊지 않게 문신이라도 새겨야 할까?


오늘 나는 아들의 번호를 차단했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내게 연락도 안 했을 텐데, 진짜 부재중이 없는 현실을 보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아서 나름 방어해 본다.

아직 내 짝사랑은 서투르다ㅠ


사랑과 관심이라는 허울 좋은 이유 아래

나의 조종과 통제하고픈 숨은 의도를 내려놓으며

서로의 행복을 응원해 본다.

나도 너도 행복해지는 적절한 거리를 찾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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