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다른 엄마들이랑 다르다고 생각될 때 있어?
다른 엄마들은 애들 키 크라고 이것저것 신경 써서 챙겨주는데 엄마는 나중에 큰다고만 하고 신경도 하나도 안 써요.
엄마가 뭘 해주면 신경 써준다고 느껴질 것 같아?
영양제요.
엄마는 음식으로 먹어야 된다고 생각했거든.
엄마랑 먼지 생각이 달랐구나.
엄만 영양제 해달라고 하면 멸치만 먹으라고 하고.
방학 동안 애들은 많이 컸다고 자랑하는데
나만 일 센티밖에 안 컸단 말이에요.
다른 거 잘하면 뭐해요.
키 작다고 놀림받으면 너무 기죽잖아요.
피아노도 태권도도 다 키가 커야 더 잘할 수 있는 거예요.
멸치를 어떻게 해주면 더 잘 먹겠냐고 물었다가
먼지가 답답해하며 울 지경이다.
그래 멸치 아니고 영양제.
불현듯 원기소가 생각났다.
커다란 통 안에 가득 담긴 알약
입에 넣으면 뭔가 독특한 곡물 냄새를 풍기던 알약
네이버에 검색했다.
이게 유산균이었구나.
엄마의 화장대 문갑 왼쪽 제일 안쪽에 있던
그때 그 시절 추억의 영양제.
어릴 적 잔병치레가 많고 작고 허약했던지라 원기소로도 부족하여 할머니를 따라 제골원에 가서 대접에 담긴 뜨뜻미지근한 염소피를 마셔야 했던 비릿한 기억도 난다.
뒤꿈치에 금이 갔다고 오스칼과 함께 영양제 하나를 같이 먹었다. 노랗고 말랑한 투명젤리같이 생긴 캡슐. 오메가 3였는지 장어 성분이었는지 이것도 약간 비렸다.
먼지에게 엄마 아빠가 다 작아서라고 하니
요즘은 유전자보다 영양제 영향이 더 크다 한다.
그래 영양제 먹고 쑥쑥 커보자.
근데 뭘 먹지?
아이클타임 몰라요?
텐텐 몰라요?
키 크고 싶단 말이에요.
엄마도 알아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