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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약중강약 Feb 04. 2023

약국의 회식날

전투준비



"오늘 저녁에 다들 시간 괜찮으세요?"




비교적 한산한 화요일 오전, 국장님의 한 마디에 모두의 행동이 멈춘다.




근무약사 형과 오전실장님 그리고 나는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 거린다.




"네 저희는 다 괜찮습니다."




"알겠습니다. 오후실장님께도 여쭤볼게요." 하는 국장님의 답변에, 목울대를 위아래로 움직여 침을 꿀꺽 삼킨다.






5분정도 지났을까, "오후 실장님도 시간 괜찮으시대요. 장소는 어디로 할까요?" 하는 국장님의 말씀에 우리는 모두 결의를 다진다. 










"저번에 가셨던 이자카야가 좋을 것 같습니다. 거기 사시미가 맛있더라구요."  "사시미 받고 오뎅탕까지 더블로 가시죠." 하는 근무약사 형과 나의 쿵짝에 장소가 정해지고,  우리 모두는 퇴근까지 남은 시간을 가늠해보기 시작했다.















국장님을 비롯한 근무약사님, 실장님들 모두 비교적 나잇대가 젊으시고 성격이 활발하신 편이라서 그런지, 우리 약국은 항상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월요일 빼고.. 월요일은 살려줘 제발)


다들 주량도 상당하시고 체력도 굉장히 좋으셔서, 내가 제일 젊었지만 술은 내가 제일 못마셨다..








오후근무까지 마치고 병원들이 퇴근한 것을 확인한 우리는, 곧바로 간을 보호하고 술을 좀 더 잘 마시기 위한 일종의 의식을 시작했다.





(간이..좋아..져라..)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는 우루사 1알씩과, 영양제로 판매되는 밀크씨슬을 1알, 그리고 고함량 비타민 1알씩을 분배한 뒤, 고개를 끄덕거리며 비장한 표정으로 그것들을 삼킨 우리는 곧바로 일사분란하게 다른 약품들을 챙긴 채 회식장소로 향했다.













동탄역 근처의 이자카야에 도착한 뒤, 우리는 준비한 물건들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리기 시작했다. 












위장운동 조절제와 간 보호제, 아스파르트 산과 아르기닌 까지 챙긴 우리는 시럽 3포와 물약 1통을 털어넣고  알코올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알약 3개와 시럽3포 물약1통.. 


"항상 느끼는 거지만, 회식할때는 약만먹어도 배불러요.." 하시는 오후 실장님의 말씀에 우리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거렸고, 사케가 도착하자 열심히 건배를 했다.














사시미, 파스타, 명란구이, 오뎅탕 까지 순회공연을 돌며  사케, 하이볼, 소주 , 소맥 등등 여러 주종들을 섭렵한 우리는 마지막으로, 약국에서 판매하는 숙취해소제 세트를 꺼내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술보다 약을 많이 먹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숙취해소제까지 마신 후, 자리에서 일어난 우리는 "내일 뵐게요^^" 라는 인사를 하고 열심히 발걸음을 돌려 각자의 집으로 귀가했다.














ps. 다들 멀쩡하시던데 나는 다음날 머리가 깨지는 줄 알았다.. 덕분에 조제실 구석에서 혼자 끙끙 앓음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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