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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약중강약 Feb 05. 2023

이상한 영양제 판매


손님들이 다녀가신 뒤 약국의 점심시간, 오후 1시~ 2시 사이의 이 시간에는 병원들도 점심시간이라 처방전이 내려오지 않아서, 약국에서 그나마 여유로운 시간이기도 하다.(손님이 없다면.. ㅎㅎㅎㅎ 점심시간이 제일 한가하다고 점심시간에만 오시는 손님도 계셨음 ㅎㅎ)





김밥과 라볶이로 주린 배를 채운 강군은 냉장고에 가서 자양강장제를 한 병 꺼내온 뒤 지친 몸을 이끌고 와서 의자에 앉는다.  




(이제 오전이 지났다니 ㅎ 실환가)





떨리는 손 끝으로 자양강장제의 뚜껑을 힘없이 돌린 뒤, 컴퓨터 책상 앞에 있는 영양제들을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한다.






비타민B군, 마그네슘, 오메가3, 유산균,오늘 목이 아프니까 은교산까지 왼쪽 손에 모아놓고 단숨에 털어낸 강군은, 오른 손에 들고있던 자양강장제를 입속으로 흘려보낸다.






꿀꺽 하는 소리와 함께 영양제를 삼킨 강군은, '드르르륵' 하는 특유의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에 자동적으로 일어나 손님께 인사를 건넨다.





"어서오세요.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영양제 괜찮은거 뭐있어요"




손님께서 하시는 말씀의 뉘앙스와 , 곧게 솟아오른 눈을 본 강군은 본능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영양제 어떤종류로 찾으시나요? 저희가 종류별로 가지고 있는게 많아서요"



"아 영양제면 종합비타민 같은거지"




(저희 영양제가 정말 많아서 그래요 손님...)





"아 종합비타민 이시면 저쪽에 있는 비맥스가 제일 잘나가요!  요즘 비가 광고하는 거에요"



"광고하는 거 말고 좋은걸 달라니까 좋은거를~"






'나는 서비스직이다 나는 서비스직이다'를 두번 마음속에 새긴 강군은, 이내 손님께 말씀드린다. 



"제일 좋은걸로 추천드리는 거에요 ㅎㅎㅎ 혹시 어느분께서 드시나요?"



"내가먹을려고요."



"아 선생님께서 드시는 거구나~ 그럼 저기 메가트루 포커스는 어떠세요? 로얄제리 들어간거에요!! 아니면 진짜 비맥스도 괜찮은데~~성분이 되게 잘나왔어요 ㅎㅎㅎ 둘다 되게 좋아요!"



"둘 다 한번 꺼내줘봐요"



"제 손 보시겠어요? 거기 바로 뒤에보시면 둘다 양 옆에 있거든요~ 거기서 가져오시면 됩니다 선생님~"



"아니 천원이천원짜리 사는것도 아니고 이런건 꺼내줘야 하는거 아니에요?"






'나는 서비스직이다. 나는 서비스직이다.' 를 마음속으로 다시 외친 강군은 침착하게 손님 앞으로 자리를 이동한다.



"네 제가 꺼내드릴게요 ㅎㅎㅎㅎ"







손님께 영양제 두 종류를 보여드리자 손님께서는 비맥스를 보고 말씀하셨다.


"한풍제약? 이건 뭐 어디 들어보지도 못한 회사꺼네~"







이마의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강군은 손님께 차분하게 말씀드린다.




"아 선생님 여기 녹십자 표시 보이시죠? 녹십자 엄청 유명하잖아요~ 이게 원래 녹십자껀데, 녹십자에서 의뢰해가지고 한풍제약에서 생산을 하는거에요 ㅎㅎㅎㅎ한풍제약도 엄청 유명한 제약회사에요!  저희도 이거 자주 먹어요~"






"이걸 자주먹는다고? 집에서 이걸 먹어요?"



손님께서 의심쩍은 눈빛으로 강군을 바라보자, 강군은 뚜벅 뚜벅 컴퓨터 책상 앞으로 돌아와서 책상 위의 영양제들을 손으로 들어올린다.




"여기 비맥스 똑같은거 보이시죠? 비맥스랑, 여기 마그네슘이랑 유산균도 있고 오메가3도 있죠? 여기 보시면 저희가 뚜껑도 다 따놓았잖아요~ 이거 저희 국장님이 직원복지로 매일매일 먹으라고 주시는거에요 ㅎㅎㅎ"




그러자 손님께서는 강군을 한번 쓱 바라보더니 말씀하신다.





"거기 있는거 똑같이 다 줘요"









"어..? 비맥스만 말고 이걸 다요?"



"네 그거 다요. 비맥스 말고 걔네들은 없어요?"



"잠시만요 금방 꺼내드릴게요"



다락 창고에 가서 종류별로 영양제를 가져온 후, 하나씩 바코드를 찍고 결제를 해드린다. 





"안녕히 가세요~"



열심히 복약지도를 해드리고 자리에 앉았더니 , 국장님께서 조제실 안쪽에서 엄청 크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쌤 잘했어요 ㅎㅎㅎㅎ 나가서 도와드릴려다가 경험 쌓는게 좋을 것 같아서 일부러 안나갔어요 ㅎㅎㅎ 직접 먹는다고 하니까 사가신거에요?"



"네 갑자기 먹는거 다 달라고 하셨습니다." 



"살신성인으로 판매하셨네요ㅎㅎㅎㅎ 고생하셨어요."





국장님의 격려를 받으며, 오늘도 인생실전 경험치를 쌓은 강군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오후 근무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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