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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약중강약 Feb 07. 2023

프로폴리스 캔디와 양심선언


새벽녘과 한낮의 온도차가 10도 이상 차이나는 꽃샘추위 기간, 코로나와 함께 찾아온 감기로 인해 약국의 약들은 대다수가 품귀현상을 겪고있었다.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는 뉴스)




구할 수 있는 약들이 하나 둘 씩 줄어들게 되자, 항상 빵빵하게 채워놓았던 직원복지용 상비약품함도 점점 그 빈자리를 메꾸지 못한 채 휑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평소같으면  '오늘은  목이 좀 칼칼하네 ~ 오늘은 머리가  좀 아프네~' 하며 열심히 한 두개씩 집어먹었던 약들이 채워지지 않던 모습을 보자,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세우게 되었다.




'지금 시국이 시국이니, 앞으로 물품들이 들어오게 된다면 우리 약품보관함을 채우는 것은 당분간 포기하고, 최대한 손님들께 제공해드리자. 목아프면 잘 안나가는 약들 중 성분 비슷한걸 찾아먹거나 하자' 하는 협의를 도출하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열심히 일을 하던 오후, 'xxx팜' 의 택배가 도착했고 나는 평소에 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택배상자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 오늘은 콜대원도 왔고, 판콜아이도 왔고, 챔프도왔네? 오늘은 진짜 뭐가 많이왔구나' 하며 기계적으로 택배를 정리하던 나는 긴급하게 갈라진 목소리로 근무약사형을 호출한다.




"약사님.. 왔어요 왔어..!" 



"오 그래.. 진짜 왔구나.."




(아아 그래 이것이..)



노다지라도 발견한듯한 둘의 손에는 다양한 맛의 목캔디와 프로폴리스 캔디가 쥐어져있었다.






약국에 다양한 제제가 있었지만, 나와 근무약사 형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이 도라지캔디와





왼쪽의 레몬맛 프로폴리스 캔디 두개였다.


(효과가 좋아서라기 보다는 그냥 맛있어서 좋아했습니다 ㅎㅎ)




항상 택배가 도착하면 다른 약들은 제쳐두고서라도 저 둘만은 반드시 컴퓨터책상 밑 상비약통에 넣어놓았었던 둘이였기에,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도라지 캔디와 프로폴리스 캔디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잠시 후, 큰 결심이라도 한듯이 근무약사 형은 나를 나지막히 불렀다.



"oo아 우리.. 이거 그냥 팔고, 이번에는 잘 안나가는 걸로 먹자.."








(내 사탕...)



"네네, 약들이랑 다 부족하니까 이번에는 그렇게 하시죠."




하는 말과 함께, 나는 약품함에 넣어놓으려던 도라지캔디와 프로폴리스캔디를 다시 내려놓고, 잘 팔리지 않은 채 진열되어 있던 다른 캔디를 가져와 약품함 속에 넣기 시작했다.


(편의상 빨간캔디 라고 하겠습니다.)





저 빨간캔디를 싫어하는 이유가 있었는데, 한번 먹으면 뭔가 특유의 이상한 맛이 나는, 내가 캔디를 먹는건지 화학약품을 먹는것인지 모를 그런 맛을 소유하고 있는 캔디였기 때문에 우리는 그 캔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도저히 저 빨간캔디들을 다 먹을 자신이 없는 나는 3~4통 정도만 약품함 속에 넣은 후, 옆에 프로폴리스 캔디와 도라지 캔디들을 진열하기 시작했다. 진열을 마친 뒤 한숨을 내쉬며, 난 그저 입맛을 다신채 아쉬운 눈빛으로 도라지와 프로폴리스 캔디들을 처량히 바라볼 뿐이였다.






잠시 후, 손님들께서 연이어 약국을 방문하시기 시작했고 나는 열심히 복약지도와 일반약판매를 하기 시작했다. 




"ooo님~ 오늘 약은 일주일치네요. 기침 가래 코막힘 인후통 잡아주는 약이고요......중략....약은 괜찮으시면 끊으셔도 됩니다. 오늘은 계산 안하셔도 돼요." (TMI: 당시 코로나 확진자분들은 약값을 국가에서 지불했기때문에, 계산을 하시지 않고 약을 수령해가셨다.)




"아 그래요? 아니 나 근데 이것좀 사려구"




하며 카운터에 올려놓으신 손님의 손에는, 빨간캔디 3통이 쥐어져 있었다.





"아 선생님 이 캔디 원래 좋아하시나요?"




"아니~ 목이 너무 아파서 이거 먹어보려구요. 다른건 하나도 안나갔는데 얘가 제일 잘팔렸던데?"




하는 손님의 말씀에 나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고, 조제실 안의 국장님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손님께 말씀드렸다.    













"저 선생님.. 그거 맛없어요"


"네?!"



"그거 별로 맛이 없어요. 그 왼쪽에 보라색 도라지랑 오른쪽에 프로폴리스 캔디가 맛있습니다."



"어 그런데 왜 얘네들은 하나도 안나갔어요? 얘네 새건데??"



"그거 너무 잘나가서 오늘 새로 들어온거에요. 내일이면 또 다팔립니다."





하는 나의 이실직고에, 손님께서는 황급히 보라색과 노란색 사탕들을 집어오셨고, 나는 양심을 속이지 않았다는 뿌듯함을 느끼며 사탕값을 결제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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