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께서는 코로나 초반의 마스크 품절 사태를 기억하시는가? 네이버지도를 켜고 약국의 마스크 재고현황을 살펴보거나,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오후1시, 오후2시경만 되면 약국앞에 긴 줄이 늘어섰던 풍경등은 그 당시 우리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늘어선 긴 줄)
당시 나는 약대생으로써 , 일손이 부족한 약국의 전산업무를 도와드리는 대외활동을 많이 했었는데, 이때 참 인류애 상실의 장을 많이 겪었다 ㅎㅎㅎㅎ (나는 서비스직이다..나는 서비스직이다..)
당시 봉사했었던 약국의 경우 , 약사님과 직원분들께서 심평원에 주민등록번호를 등록하는 컴퓨터 작업이 익숙하시지 않아, 마스크 판매가 있는 날이면 주로 내가 전산작업을 도맡아 했었다. 여러분들도 기억하실 것이다. 당시에 민증과 함께 3000원 or 카드를 건네드리면 (1500원 x 2개), 약국 전산직원분께서 심평원사이트에 민증번호와 인적사항을 입력하고 엔터키를 누른 후, 마스크 2개를 건네던 시스템이였다.
이때 참 다양한 일들이 일어났는데, 예를들어 월요일은 끝자리가 1,6이신 분들만 구입하실 수 있었지만, 끝자리가 3인 분이 오셔서 "나는 여태까지 줄섰는데 왜 설명도 안해주고 안된다고만 하냐" 하면서 화를 내시는 바람에 "선생님, 저희도 드리고 싶은데 전산이 입력이 안되서 드릴수가 없습니다." 하고 말씀드리자 대뜸 욕을 하시던 아저씨부터, "이 마스크는 모양이 마음에 안드니 다른걸로 바꿔달라" 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한장에 1500원이면 너무 비싼거 아니냐, 3장줘라 " 하시는 분들과, "마스크 팔아서 약국 부자되겠네 좋겠네~" 하시던 분들도 계셨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저때 당시 내가 일했던 약국의 마스크 사입가가 대충 1200원 언저리 인가 그랬었다. 공급물량이 부족해서 애초에 너무 비싸게 들어왔고, 마스크를 팔고 카드수수료를 지불하고 나면 정말 마진이 남지 않았다. 매출은 높게잡히니 세금구간은 커져가는데, 그때당시 국무총리께서 '마스크 판매액은 세금을 감면해주겠다' 라고 하셨는데 공적마스크 면세 관련 법안처리가 지켜지지 않고 무산된 것으로 알고있다. )
보통 마스크를 한 약국당 75명분에서 많게는 100명분 정도까지 공급했었는데, 100명분이 끝나고 나서 마스크가 없다고 말씀드리면 약국문을 세게 두드리시며 "니네 마스크 숨겨놓은거 다 안다! 너네끼리만 쓰려고 몇개 빼놓지 않았느냐" 하는 손님부터 "나 지난주에도 하나도 못샀다. 당장 내일 쓸 마스크가 없으니 나한테 팔아라. 안그러면 내일부터 나 버스도 못탄다." 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참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우리도 다 사서 썼었다.. ㅠㅠㅠㅠㅠ)
당시 일하다가 너무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아 역류성 식도염도 생겼고 ㅎㅎㅎㅎ 마스크는 대체 언제까지 품귀현상인건지 너무너무 지치고 힘들었지만, 약대생으로써 국민보건향상에 열심히 이바지.. 까지는 잘 모르겠고,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계속 전산관련 업무를 했었다. 덕분에 타자도 많이늘고, 민증을 한번 쓱 보고 주민등록번호를 다 외워서 쳐버리는 기이한 능력까지 얻었다.
(그 와중에 손님들 몇분이 마스크를 전날에 사셨는데, 비밀로 하고 중복으로 사가셨었다ㅎㅎ전산으로 입력했으면 팝업창이 떴었겠지만, 노트에 적으니 이미 구매하셨는지, 처음인지를 판별할 수가 없어서 일단 다 드렸었다. 결국 손실난 부분들은 우리꺼 주민등록번호 입력해서 약사님들과 직원분들은 그 주에 구매하시지 못하고 겨우 겨우 재고갯수를 맞췄었다..)
결국 마스크의 공급이 원활해지고, 136일만에 공적마스크가 종료되면서, 약국과 손님들 모두 평화가 찾아왔다. 물론 위에 작성한 대로 이상하시고 나쁜 심보를 가진 손님들도 계셨지만, 대다수의 시민분들은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지켜주시고, 오래 기다리셨음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구매하실때 "감사합니다","고맙습니다" 같은 따뜻한 인사를 건네주셨다. 약대에 입학해서 이렇게 사회적인 현상을 직접 경험해 본 것도 귀중한 경험이라 생각하며 옛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글을 작성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