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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의 지혜 Feb 11. 2024

김희선 <공의 기원>

  나는 축구에 대해 잘 모른다. 남편을 따라 축구장에 몇 번 간 게 다. 다행히 야구보다 빨리 끝나 천만다행이다 싶은 게 축구에 대한 내가 생각하는 전부다.

  그러니 이 축구공이 왜 생겼고,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또한 우리나라에 언제, 무엇 때문에, 어디서, 무슨 이유로 들어왔는지 궁금해할 턱이 없다.


  우리나라에 축구가 들어오게 된 경로는 1882년 플라잉피시호에 타고 있던 선원들이 인천으로 오게 되면서부터 라는 말도 있고, 1890년대 관립외국어학교 교사들로 인해서 라는 말도 있다.

  어찌 되었든 한국 축구사에 강화학당 축구팀의 사진 한 장은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었.

  하지만 이야기의 발단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바닷가 어느 부둣가에 생전 처음 보는 커다란 배 한 척이 들어온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구경하기 바빴다. 그 배에서 내린 낯선 사람들은 모래밭에서 둥그렇게 생긴 그러니깐 축구공을 가지고 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그 공이 우연찮게 한 소년의 발밑으로 굴러오게 되고, 소년은 외지인들로부터 축구를 배우게 된다. 그러면서 약간의 의사소통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 수병들은 지도를 그리고자 왔고 후에 축구공을 소년에게 주고 떠난다.

  

  소년은 그 공을 소중히 간직하고 가끔 연습도 했다. 하지만 바닷가에서 더 이상 먹고 살길이 막막해자  인천과 경성을 잇는 철도공사 현장에서 일하게 되었,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하와이로 이민을 간다.


  이민을 가기 전 이 소년은 매끈한 축구공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파라핀지에 공의 설계도를 그리며 완성했다. 그러나 그 당시의 기술력으로 만들기는 역부족이었다.


  나는 이 소년이 비롯 매끈매끈한 축구공은 만들지 못했지만 설계도를 그리고 있는 소년의 마음은 많이 와닿았다. 하루종일 노동에 시달리고 돌아와 연필에 침을 발라가며 열심히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 그 소년의 마음은 누구보다 부풀어 오르고 격양됐으리라.

  언제 가는 그 꿈에 도달되기를 바라며 이민을 꿈꾸고 가족들과 함께 풍족하게 살 날을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후에 그 소년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나는 소년이 머나먼 하와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가족들과 행복한 미소를 띠며 마주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김희선

1972년생. 2011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단편소설 <교육의 탄생> 당선.

소설 <라면의 황제>, <골든 에이지>, <무한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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